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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배타성과 일간지 훼불

기자명 은정희
라다크리슈난(Radha Krishnan)은 그의 [인도철학사]에서 인도 원주민을 정복한 아리안(Aryans)의 종교는 처음부터 광범하고 자기발전적이며 관대하여 성장해감에 따라 그가 만나는 새로운 힘들은 자기 안으로 융화시키고, 보다 낮은 종교를 무시하거나 그 존재를 말살하기 위하여 싸우거나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불교왜곡 논의할 가치 없어

즉 그들의 것만이 유일하고 참된 종교라는 광신은 없었다는 것이다. 아리안의 인도 정복 후 근 천년 이후에 나타난 석가 역시 당시의 서로 대립·충돌하는 수많은 사상체계내의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논쟁에 까어든 적이 없었다.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진실한 실천적 인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진실하게 살아가는 길과 진실에 대한 실천적 인식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려 했을 뿐, 베다(Veda)의 권위를 배척하고 모든 형이상학적 논의를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했다.

또한 석가 이후 천여 년만에 신라에 나타난 원효의 화쟁 사상도 바로 이러한 맥락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국민일보」의 ‘창조사학특강’이나 세계일보의 ‘영계리포트’에서 떠드는 상식이하의 왜곡된



이 땅에서 교회방화 안 일어나

훼불기사는 그 유치성과 왜곡성 때문에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지만, 한편 터무니없는 억지라도 부리지 않을 수 없는 저들의 입장이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20세기의 위대한 철학자 버트란드 럿셀은 그의 [서양철학사]서문에서 이미 인지(人智)가 발달한 시대에 동화와 같은 신학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설득력이 없어진지 오래라고 하면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그의 저술에서는 기독교의 배타성과 잔인성(불의 심판 따위의)에 대하여 언급한 바 있다.

‘창조사학특강’에서 불교의 호전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석가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불교가 각 지역에 전파되면서 단 한건의 순교도 없었다는 것을 저들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반대로 칼과 코란의 택일을 강요한 이슬람교나 기독교의 십자군 전쟁, 그리고 오늘날까지의 기독교와 이슬람, 또 이슬람 교파간의 종교 분쟁으로 인한 참상들은 굳이 예시할 것까지도 없다.

우리나라 신라에 불교가 전파되면서 순교로 알려져 있는 이차돈의 사건은 순교가 아니라 정쟁(政爭)의 희생이었다고 사학자 이기백씨는 주장한다. 근자에 우리나라에서 모 종교 광신자들의 사찰방화 사건은 빈번히 일어났으나 기독교의 교회를 방화하거나 훼손하는 불자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독단적 주장 설자리 잃을 것

달라이라마가 작년 1월 1일 스위스 디망쉬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인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개종할 것까지는 없다고 한 것도 기독교가 불교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문화와 유습에 익숙한 종교를 택하라는 말일 뿐.

그러면서도 오랫동안 숙고한 후 불교가 기독교에 비해 더 많은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불자가 되어도 좋다고 하여 개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얼마나 동사섭(同事攝)적인, 그리고 화쟁(和諍)적인, 그리하여 비호전적인 방식의 전교인가.

이제 21세기에는 편견이니 아집, 그리고 독단투성이의 종교적 주장은 조만간 그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그토록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은정희<서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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