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축전과 개신교인 홍보대사
대장경축전과 개신교인 홍보대사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3.08.26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예인 홍보대사 위촉 증가
단체의 성격과 어긋나기도
독실한 개신교인 탤런트가
경전 새긴 마음 알 수 없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을 앞세워 단체를 알리려는 홍보대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크고 작은 단체들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불교계 단체들의 홍보대사는 대부분 불자라는 점이다. 불교의 가르침을 활동의 근본으로 삼고 있는 이상 이런 종교적인 특성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불교계는 부적절한 홍보대사 위촉으로 논란이 적지 않았다. 동국의료원이 대표적이다. 불교종립인 동국대의료원은 지난해 제갈성렬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이후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제갈성렬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주님’을 외치며 종교편향적인 발언을 했던 인물이다. 동국의료원으로 연일 불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제갈성렬은 결국 해촉됐다. 불교방송도 몇 해 전 원효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원효 스님 역에 개신교 신자를 캐스팅해 불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모 본사주지 스님이 개신교 골프 선수인 최경주씨와 함께 국제골프대회를 개최해 사찰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광고와 홍보의 범람 속에서 홍보대사의 역할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효율적인 홍보 방안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홍보대사 역할은 얼굴을 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체가 추구하는 철학과 활동을 충분히 이해해야 대중들에게 그 취지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 만약 특정종교에 바탕을 둔 단체라면 당연히 그 종교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홍보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 개신교나 가톨릭 단체의 경우 예외 없이 종교가 동일한 인물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따라서 불교계도 홍보대사 위촉에 좀 더 신심 있는 불자를 캐스팅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팔만대장경 판각 1000년을 맞아 해인사와 경남도, 합천군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에 탤런트 박상원씨가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우리 민족의 위대한 세계문화 유산인 팔만대장경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대장경축전 홍보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위촉 배경이다. 그러나 박상원씨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신교 대표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에서 10여년이 넘게 봉사활동을 해왔음을 자랑했다. 팔만대장경은 불교만의 문화유산은 아니다. 우리민족, 나아가 세계의 문화유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보대사를 꼭 불자가 맡아야 한다는 바람은 편협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팔만대장경은 문화재로서의 의미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거룩한 부처님의 말씀이 기록돼 있으며, 한 글자를 새기고 세 번 절을 했던 1000년 전 이 땅을 살다간 불자들의 신심이 담겨 있다. 과연 개신교 신자가 그런 의미까지 잘 살려 대장경을 홍보할 수 있을까.

 

▲김형규 부장

홍보는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대장경에 대한 홍보는 단순한 문화재 소개가 아니라 그것을 새겼던 사람들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상원씨는 대중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홍보대사로는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대장경에 대한 문화재적 소양을 넘어 예경의 마음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팔만대장경의 홍보마저도 개신교인에게 맡겨야 하는 불교계의 현실이 씁쓸하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