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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한 정토

기자명 법보신문

티벳 불교의 지도자의 한 분이자 영화 <더 컵(The Cup)>의 감독인 종사르 켄체 린포체가 가 8월 초에 방한하여 법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의 저서를 번역한 인연으로 해서 나는 린포체와 대담할 기회를 가졌다. 선종이 주종이 되는 한국불교에 속한 나로서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문제들에 대한 밀교 큰 선지식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요행이었다고 생각한다.


선과 밀교 그리고 정토에 대한 린포체의 생각을 묻자 선은 단순하고 명료하나 밀교는 이와 정반대로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럽다(chaotic)고 대답했다. 혼란스러운 주된 이유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트리기 위함이 아닌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그 혼란스러움에 정연한 질서가 있다고 했다. 린포체는 정토는 잘 모르겠으나 매우 심오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져 나는 왜 정토를 심오하게 생각하는지를 물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나 정토불교를 아녀자나 지적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불교라고 폄하하는 일부 우리나라 불자에게 밀교의 선지식이 매우 심오하다고 평한 것은 신중히 음미할만한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정토불교는 현세에 성불하기보다는 내생에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성불하겠다고 발원하고 염불하는 수행을 위주로 한다.


정토가 왜 심오한가? 이 문제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부연하고자 한다. 정토불교의 신비는 여기로부터 서쪽으로 10만억 불국토를 지나 실재하는 지극히 청정하고 아름다운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있다. 아미타불은 무한한 빛과 수명을 지닌 부처님이고 이 세계의 중생은 모든 고통이 없고 단지 즐거움만 누리며 수명이 무한하다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아미타경에 설했다.


정토불교의 첫째 불가사의는 소위 ‘왕생불퇴(往生不退)’에 있다. 즉 일단 아미타불의 극락세계에 왕생하면 모두 결코 수행에 물러남이 일어나지 않는 불퇴전(不退轉)의 지위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수명이 무한함으로 아무리 수행이 더디더라도 반드시 일생에 성불하게 된다. 이 불퇴전의 불가사의는 시방의 무수한 다른 불국토에는 보장되어 있지 않다. 시방의 다른 불국토에는 무수한 전생의 악연들이 수행을 방해함으로 물러남이 일어나고 수명이 제한되어 일생에 성불이 지극히 어렵다. 이와는 반대로 극락정토에는 오직 수행을 돕는 불보살과 선지식만 있어 물러남이 없이 정진하여 일생에 성불한다.


정토불교의 둘째 불가사의는 ‘대업왕생(帶業往生)’에 있다. 즉 중생의 모든 죄업이 소멸되지 않아도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아미타불의 명호를 염불하면 극락세계에 왕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리석고 죄업이 무거운 중생도 지극히 단순한 발원과 염불로서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업왕생은 모든 죄업중생에게 일생에 성불하는 극락왕생의 길을 환하게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정토를 제외한 모든 불교의 종파에서는 중생의 모든 죄업이 소멸되지 않고서는 성불이 불가능하다. 전생에 많이 닦은 최상근의 수행자는 선, 밀교, 또는 간경을 통하여 일생에 성불하여 생사를 해탈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중생들은 끊임없이 육도에 환생하며 생사의 고해에서 해어나지 못한다. 무수한 전생에서 맺은 악연들이 끊임없이 수행을 방해하여 성불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이기화 교수
금생에 생사해탈이 불가능한 중생에게 두 가지 길이 있다. 극락정토에 왕생하여 내생에 틀림없이 성불하는 길과 끊임없이 육도에 윤회하며 세세생생 고통스럽게 보살도를 닦는 길이다. 극락정토가 실존함을 분명히 인식한다면 정토불교가 불가사의하게 심오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미타경에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극락의 불가사의한 공덕이 진실함을 긴 혀로 삼천대천세계를 덮고 찬탄한다고 설했다. 

 

이기화 교수 kleep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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