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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현종 스님의 현덕사 이야기

  • 불서
  • 입력 2013.09.12 16:06
  • 수정 2013.09.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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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로 가는 즐거움’ / 현종 스님 지음 / 공감

▲‘산사로 가는 즐거움’

“울보로 소문이 났던 민국이는 촬영 동안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일부러 모두에게 줘야 할 것을 주지 않아 울리려 했다. 하지만 민국이는 울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는 의젓한 아이다. 준이는 차분하며 다른 아이들보다 점잖다. 무척 어른스러운 아이다. 후는 외모만큼이나 둥근 성격을 가졌다. 그만큼 아무 데나 잘 끼어서 노는 아이다. 준수는 기분파다. 기분이 내킬 때 이야기를 한다. 그래도 발우공양을 끝까지 해내던 기특한 아이다. 지아는 예쁘다. 예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더 예쁜 아이다.”

 

지난 6월 일요일 저녁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등장해 큰 웃음을 준 것은 물론 수시로 깨알 같은 웃음을 선보이며 일약 국민스님(?)으로 떠오른 현종 스님은 ‘아빠 어디가’ 촬영 후기에서 현덕사를 찾아 하루를 보낸 다섯 아이들의 장점을 이렇게 하나씩 꼽았다. 아빠들끼리 벌이던 신발 멀리 던지기 게임에 훈수를 두다 직접 게임에 참여해서 신발을 던지던 중 큰 동작으로 넘어져 현장은 물론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까지 크게 웃게 했던 그 스님이다.

 

뜻하지 않은 방송출연으로 일약 국민스님 칭호를 들었던 현종 스님이 이처럼 출가수행자의 신분으로 예상치 못한 예능감을 뿜어낸 데는, 그동안 지친 마음과 몸을 쉬고자 현덕사 템플스테이를 찾은 일반인들과의 만남이 작용했다.

 

스님은 “그릇에 물이 차면 더는 담을 수 없다. 그릇을 비워야 더욱 깨끗한 물을 담을 수 있다. 그동안 직장에서 가정에서 물을 채우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면, 이즈음에서 물을 비우는 것도 좋은 일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휴가를 보냈으면 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라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지친 도시 사람들에게 조건 없이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열어 주었다.

 

그러는 동안 세상 사람들이 자기 생활에서 바빴던 만큼, 스님도 바빴다.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된장도 담그고, 김치도 담갔으며, 매일 부처님 전에 그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했다. 그렇게 바쁜 중에도 스님은 그곳에서 수행의 길을 잃지 않았고 내려놓고 쉬는 법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백두대간의 넉넉함이 꽉 찬 달의 기운이 방을 가득 채우는 매일 매일에 감사하고 있다.

 

 

▲‘아빠 어디가’ 출연으로 유명세를 탄 강릉 현덕사 주지 현종 스님이 산사에서의 일상을 소박한 글로 옮겼다. ‘아빠 어디가’ 방송 화면 캡쳐

 

 

스님은 그러한 기운들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데 그치지 않고 소박한 글로 옮겨왔다. 그래서 그 글은 혼탁한 세간사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작은 행복을 일깨워주는 파스텔화 같은 산사 스케치라 할 만하다. 스님은 여기서 아낌없이 주는 자연 속에서 배우는 비움의 미학을 이야기하고, 수없이 죽어 간 생명들의 영혼을 동식물 천도재로 달래주며 ‘모든 존재에는 불성이 있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나직한 이야기로 들려준다.

 

“불교에서는 어느 생명이든 고통 받는 존재를 천도해주면 나의 마음도 평화롭고 가정도 화목해진다고 한다. 동식물 천도재를 통해 생명존중의 아름다운 정신이 확산됐으면 한다.”

 

“발우공양을 처음 접하는 일반인은 낯설어한다. 그러나 발우공양에 담긴 무소유 정신과 평등사상, 자연보호까지 실천하는 식사법이라는 점을 알게 되면 생각이 바뀐다.”

 

스님은 이처럼 ‘∼을 하라’는 식의 계도성 법문 형식을 벗어나 인간과 자연, 생명존중을 다시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을 찾아나서는 작은 울림의 서정적 생활법문으로 일상생활에서 잊기 쉬운 행복한 마음을 일깨워준다.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자기 마음을 고요히 하고 재충전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1만4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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