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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청담 스님의 마음법문

기자명 법보신문

육근에 좌지우지 되는 삶은
파초껍질 벗기는 것과 같아
참마음 복원했을때 삶 진실

 

가을 깊은 밤, 처소(處所)에 외려 홀로 있을 때면 은사 스님 생각에 깊이 잠길 때가 있다. 아마 그리움 탓일 게다. 그지없이 인자하시고 거침없으며 때론 엄하셨던 청담 스님의 진영(眞影)이 지금도 눈가에 선한 것은 그저 가을 탓만은 아닐 것이다.


그럴 때면 큰스님께서 생전에 남겨 놓으셨던 그 감로의 법문들을 정리한 낡은 서책(書冊)들을 꺼내어 읽거나 진영을 바라본다. 이미 금석문(金石文)처럼 오래도록 내 가슴속에 박혀 있는 은사 스님의 ‘마음법문’과 자상하신 그 모습, 은사 스님은 평생을 ‘마음’ 하나에 두고 그 ‘마음’을 다스리며 사셨다.


“마음을 깨치면 온 우주에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고(全知), 모든 근심 걱정 다 털어내고 일체를 다 포기하여 완전한 자유와 완전한 즐거움을 얻습니다(全能). 그래서 모르는 세상을 바로 깨우쳐 주고 중생을 바른 길로 이끌어 누구에게나 모든 고통을 해탈할 수 있는 환한 길이 있음을 보여주고 개발해 주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보살정신(菩薩精神)을 현대인에게 하루빨리 가르쳐주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선도(善導), 그리고 참다운 교육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직 육체가 ‘나’인 줄 알고 물질문명에서 참다운 자아(自我)를 찾으려 하는 것은 마치 파초(芭蕉)의 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벗겨도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뿐이며 그러한 인간사회는 아무런 실상(實相)이 없습니다.” (‘청담큰스님의 법문-마음에서 마음으로 중에서’)


읽으면 읽을수록 와 닿는 은사 스님의 마음에 대한 감로법문이다. 인간의 몸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인 ‘육근’과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일반 중생들은 오직 이 육근의 쾌락과 오욕에 젖어서 자신의 주인공인 ‘마음’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늘 헤매고 있다. 즉 육근에 좌지우지 되는 삶은 곧 파초의 껍질을 벗기는 것 같아 이런 세상은 알맹이가 없어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가아’(假我)를 버리고 내안의 참마음인 ‘진아’(眞我)을 찾으라는 말씀일 게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내가 ‘108산사순례회’를 결성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늘날 중생들은 부처와 중생이 한 생각 차이에 있는지도 모르고 온통 미궁(迷宮)속에 빠져 있는 것 같다. 날마다 끊임없이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이유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마 마음의 평정심을 잃어서 일 것이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일이 바로 행복을 만드는 지름길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평화는 가족의 평화와 이웃의 평화, 사회의 평화 나아가 나라의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마음에 평화가 없는 사람은 삶의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기 쉽다는 뜻이다. 늘 깊이 생각하고 고요한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생각이 깊고 선(善)하다.


내가 요즘 ‘108산사순례기도회’에서 ‘평화’를 자꾸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처님이 계신 ‘108산사 순례길’은 우리가 찾고 있는 행복의 지름길이다. 9년간의 대장정인 ‘108산사순례’는 청담 큰스님께서 말씀하신 그 ‘마음’을 찾기 위한 수행이다.


지난 주 조그마한 불사를 했다. 생전 은사 스님께서는 교육 불사에 온힘을 다 쏟으셨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애착을 가지셨던 곳이 있었는데 바로 ‘동국대학교’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동국대학교에는 은사 스님께서 남기신 유지(維持)의 흔적이 제대로 없는 것이 제자로서 늘 마음 한 귀퉁이에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동국대학교에 발전기금을 보시했다. 학교 측은 발전기금을 낸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강의실·도서관 열람실 등 교내 공간에 청담 큰스님의 법호를 딴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선묵 혜자 스님

물론 이것은 내가 요구한 것도 아니고 또한 자청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청담 큰스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니 하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우리 학생들이 청담 큰스님의 마음사상을 깊이 헤아리고 열심히 학문에 정진한다면 더할나위 없겠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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