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상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는 관심이 덜하거나 무관심하다는 것과 상통하는 것인데, 이런 문제는 우리 불교집안에서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에는 이상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에는 준엄한 질책과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요.
일종의 유행과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불교가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도 요즘 현안이 되고 있는 제3의 수행법과 같은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침묵이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정통선맥을 잇고 있다는 한국불교가 가장 자랑스럽게 계승하고 간직해온 간화선의 전통이 도전 받는 뚜렷한 조짐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바미얀 석불이 파괴되는 전대미문의 훼불이 발생했지만 그에 대한 반응도 미적지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종단협의회와 한 두 종단 명의의 성명서 발표가 고작이지요. 이것은 외신보도를 통해서 본 것처럼 방글라데시나 인도, 태국 등의 승려들이 강력한 규탄시위를 벌인 것 등과 비교하면 ‘면피’ 수준의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동국학원의 탈 종단화 시비와 교수채용 절차시비 등으로 인해 부각된 동국대 문제도 그렇습니다. 종단이든 재단이든, 재야학자든 교수이든 한국불교학의 요람 동국대를 진정으로 발전시키려는 본질적인 접근 이전에 기득권 유지나 새로운 이권 챙기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눈길들이 적지 않은 것이지요.
사안의 경중을 구분하지 못하고, 불교전체 보다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또 개인의 이익과 결부될 때만 목소리를 내는 소아적 발상의 만연은 불교발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