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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 본질적인 것

기자명 이학종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내용을 주제로 다룬 책자가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는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되레 사소한 문제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사소한 것을 무시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소한것에 신경을 곤두세우다가 본질적인 것이 그르쳐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선거 때마다 후보의 정치적 자질을 선택기준으로 삼지 않고 보다 부차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출신지역이나 학벌, 종교 등을 지지자 선택의 절대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실제로 허다하지 않습니까. 국민의 정부 출범 직후에 터진 세칭 ‘옷 로비 사건’도 그렇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리하게 정치적 공방을 벌인 결과는 결국 정권초기, 그러니까 정권이 힘이 있을 때 추진했어야할 각종 개혁들을 지지부진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현재 우리국민이 겪는 고통의 원인이 개혁실패라는 점을 감안하면 몇몇 고관대작 부인들이 벌인 수천 만원 대의 로비사건이, ‘발등에 떨어진 불’ 격인 개혁을 주춤거리게 해도 좋을 만큼 1년 가까이 국가적 관심을 쏟아 부었어야 할만큼 중대한 사안이었는지는 되짚어 봐야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상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는 관심이 덜하거나 무관심하다는 것과 상통하는 것인데, 이런 문제는 우리 불교집안에서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문제에는 이상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사소한 문제에는 준엄한 질책과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요.

일종의 유행과 같은 현상에 대해서는 불교가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다가도 요즘 현안이 되고 있는 제3의 수행법과 같은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는 이상할 정도로 침묵이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정통선맥을 잇고 있다는 한국불교가 가장 자랑스럽게 계승하고 간직해온 간화선의 전통이 도전 받는 뚜렷한 조짐에도 불구하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바미얀 석불이 파괴되는 전대미문의 훼불이 발생했지만 그에 대한 반응도 미적지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종단협의회와 한 두 종단 명의의 성명서 발표가 고작이지요. 이것은 외신보도를 통해서 본 것처럼 방글라데시나 인도, 태국 등의 승려들이 강력한 규탄시위를 벌인 것 등과 비교하면 ‘면피’ 수준의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동국학원의 탈 종단화 시비와 교수채용 절차시비 등으로 인해 부각된 동국대 문제도 그렇습니다. 종단이든 재단이든, 재야학자든 교수이든 한국불교학의 요람 동국대를 진정으로 발전시키려는 본질적인 접근 이전에 기득권 유지나 새로운 이권 챙기기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눈길들이 적지 않은 것이지요.

사안의 경중을 구분하지 못하고, 불교전체 보다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또 개인의 이익과 결부될 때만 목소리를 내는 소아적 발상의 만연은 불교발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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