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승 스님 지난 4년, 오는 4년

몽키 비즈니스. 영국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조계종 기사를 쓰며 큼직하게 단 제목이다. 종단에선 불쾌감 느낄 게 당연하다. 스님 사진과 맞물렸기에 더 그럴 터다. 영어 ‘몽키’는 원숭이 외에도 ‘말썽꾸러기’ 또는 ‘웃음거리’로 쓰인다. 몽키 비즈니스(monkey business)는 그 몽키의 ‘사업’이다. 흔히 ‘협잡’이나 ‘바보같은 짓’을 이른다.


외국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는 한참 지났다. 다만, 우리를 객관화해 보는 계기는 된다. 종단 사부대중에게 익숙한 걸 새롭게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듯 바둑판이 옆에서 잘 보이는 이치다.


더러는 몽키 비즈니스로 조계종단을 비판한 기사에 무슨 ‘협잡’이 있는지 의심할 수도 있다. 기독교인이 많은 국가 잡지이기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옹근 2년 전에 한국 기독교를 매섭게 보도했다. 2011년 10월에 ‘한국의 메가 교회들’ 제목으로 “개신교는 호화스럽고 대저택에 사는 목사들을 양산해냈다”고 비판했다. 조용기 목사의 실명을 거론해 그가 가족이 운영하는 사립대학과 신문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도들은 조 목사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곳의 매출을 높이기 위한 기도를 요구받는다고 꼬집었다. 그 보도는 순복음교회나 조 목사가 보기엔 편파적일 터다. 하지만 어떤가. 제3자가 보기엔 ‘시원한 지적’ 아닐까?


그래서다. 이코노미스트가 왜 한국 불교에 ‘몽키 비즈니스’ 딱지를 붙였는지 겸허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잡지는 자승 스님의 실명을 거론하며 “지난해 고위직 승려 8명이 호텔방에서 음주 도박판을 벌인 일로 108배 참회정진을 하더니 지난달 16일에는 연임하지 않겠다던 말과 달리 차기 총무원장 선거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출마로 말 바꾼 것을) 재빨리 사과했다”고 썼다.


총무원장 연임에 성공한 자승 스님의 새 임기를 앞두고 굳이 ‘쓴 소리’를 소개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명토박아 말하거니와 자승 스님이 시작할 앞으로의 4년을 위해서다.


비단 외국 언론의 시선만이 아니다. 연임 출마를 하며 자승 스님은 조계종 수좌스님들과 불교 시민단체들로부터 곰비임비 비판을 받았다. 그 비판은 선거에서 이겼다고 사라지는 게 결코 아니다.


자승 스님은 법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훗날 한국불교의 백년대계를 구축한 일꾼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갈 길은 분명하다. 자정과 쇄신에 새 결기가 요구된다.


자승 스님은 당선 기자회견 직후에 기자들과 만나 ‘자성과 쇄신 결사’를 도법 스님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쇄신은 3분 즉석라면 끓여 먹듯이 할 수 없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옳은 말이다. 나도 쇄신은 ‘즉석 라면’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어떤가. 자정과 쇄신의 결사가 시작한 것은 ‘3분 전’이 아니다. 그동안 조계종 안팎에선 ‘자정과 쇄신 결사’가 도법 스님의 이미지만 ‘도용’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과연 전혀 틀린 말일까? 실제로 도법 스님에게 ‘자정과 쇄신 본부’를 맡겼을 뿐, 종단의 대다수 스님들은 방관하거나 외면해오지 않았던가. 과연 그렇게 자정이, 쇄신이 가능할까?


아니다. 지난 경험이 생생한 ‘증거’다. 자승 스님이 진심으로 “한국불교의 백년대계를 구축한 일꾼”으로 평가받고 싶다면, 오는 4년은 지난 4년과 확연하게 달라야 마땅하다.

 

▲손석춘
지난 4년의 평가에 인색할 뜻은 없다. 하지만 오는 4년과 지난 4년 사이에 ‘결단’이 없다면, 조계종은 다시 조롱받을 수밖에 없다. 자정과 쇄신을 ‘지속한다’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애꿎은 ‘즉석라면’으로 핑계 삼을 때는 더욱 아니다. 자정과 쇄신 결사에 종단 스님들이 적극 동참하도록 총무원장의 결기가 관건이다. 과연 그런 자세가 서 있을까, 자승 스님은?

 

손석춘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0gil@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