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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타쉬초종

사원과 정부청사가 한 지붕 아래 있는 부탄의 심장

1641년 부탄왕국 최초 통일한
샤브드롱이 세운 사원 겸 관청


화재·지진으로 수 차례 훼손
1962년 팀푸로 수도 옮기며
대대적 복원공사로 현재 모습
법당 안 불상 앞엔 왕좌 놓여


매년 가을 열리는 세추 축제 땐
내외국인 3000여 명 몰려 장관

 

 

▲‘종(Dzong)’은 사원과 행정기관의 기능을 겸비하고 있는 부탄의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원래 도시를 지키는 요새로 지어진 까닭에 높은 성벽이 특징이다. 부탄의 수도 팀푸에 자리하고 있는 타쉬초종 역시 정부종합청사와 부탄불교계의 중심 사원이 나란히 동거하고 있다. 타쉬초종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정부종합청사 건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2~3층, 아무리 높아도 6층을 넘지 않는 팀푸에서 타쉬초종(Trashi Chhoe Dzong)은 마치 거대한 성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타쉬초종은 팀푸 시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흐르는 왕추강의 서편 강둑 위에 자리하고 있다.


왕궁을 상징하는 화려함과 불교의 위상을 대변하는 장엄함을 갖춘 이 건물은 부탄 정치와 종교의 중심지다. 종(Dzong)은 부탄의 각 지역에서 행정기관과 사원의 기능을 겸비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대부분 지역의 명칭을 종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수도 팀푸에서만은 팀푸종이 아닌 타쉬초종 ‘영광스런 종교의 요새’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지금 남아있는 타쉬초종은 원래의 팀푸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1216년 갈와 라낭 라마가 ‘푸른 돌의 요새’라는 뜻을 지닌 도젠종을 팀푸 외곽의 언덕 위(현재의 데첸 포드랑 사원)에 세웠다. 그러나 몇 년 후 티베트불교 4대 종파 가운데 드룩빠 꺄규파의 법통을 부탄에 전한 티베트의 스님 파조 드룩곰 싱포 라마가 도젠종을 장악하며 드룩빠 꺄규파가 부탄 불교의 중심 종단으로 자리잡게 된다. 이후 1641년 최초로 부탄왕국을 통일한 영웅 샤브드롱은 이전까지만 해도 사원의 기능에 충실했던 종에 행정기관의 역할을 함께 부여함으로써 오늘날 종교와 행정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부탄만의 독특한 기관인 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도젠종은 사원과 행정기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았다. 샤브드롱은 언덕 위에 있던 도젠종을 대신해서 계곡 아래, 즉 주민들이 많이 모여 살던 강변에 새로 종을 건립하고 타쉬초종이라 명명했다. 바로 오늘날 부탄의 정부종합청사이자 부탄불교의 중심부인 타쉬초종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타쉬초종은 1744년 대대적으로 확장되지만 1771년, 그리고 1866년 발생한 두 차례의 화재로 상당부분이 훼손된다. 여기에 1897년 발생한 대지진으로 남아있던 전각마저 대부분이 파괴되고 만다. 하지만 타쉬초종은 1902년 재건되고 1962년 부탄의 수도가 통사에서 이곳 팀푸로 옮겨지면서 왕실 차원의 대대적인 확장 복원 공사가 진행,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당시 티쉬초종 재건축을 맡은 왕실 건축가는 중앙의 법당 등 불교사원구역은 전혀 훼손하지 않은 채 행정기관이 들어설 부분만을 추가했는데 종 전체의 건물에는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심지어는 도면도 없이 전통 건축 방식에 의해 확장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를 자랑하는 티쉬초종의 외관은 요새와 같아 보이는 높다란 흰색 성벽 위에 붉은색과 황금색의 지붕을 이고 있어 ‘이 건물을 보지 않고는 절대 팀푸를 지나갈 수 없다’는 듯이 독보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내고 있다. 타쉬초종은 남북으로 두 개의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구조인데 남쪽 건물은 정부청사, 북쪽 건물은 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청사 건물의 가장 높은 층에는 부탄국왕의 집무실도 있다. 2008년 부탄의 5대 국왕에 즉위한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 국왕은 2011년 결혼한 이후 4대 국왕이었던 아버지가 살고 있는 왕궁 대신 타쉬초종 바로 옆의 작은 건물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국왕은 매일 자신의 거처와 집무실사이를 오가는데 종종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오가는 사람들과 손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덕분에 운이 좋은 외국인들은 타쉬초종을 보러왔다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국왕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고 한다.

 

 

▲ 타쉬초종의 외관. 높은 벽과 작은 창문, 입구도 높은 계단 위에 자리하고 있어 영락없는 요새의 모습이다.

 


타쉬초종을 보기 위해서는 퇴근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타쉬초종은 부탄의 정부종합청사인 까닭에 업무시간이 끝난 이후에만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주중엔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딱 1시간, 토요일과 일요일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겨울철엔 오후 5시)까지 일반에 개방된다. 하지만 방문시간이라도 관공서가 자리하고 있는 남쪽 건물엔 출입이 불가능하다.


개방 시간에 맞춰 타쉬초종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의 가이드인 킨레이씨가 차 안에서 커다란 흰색 스카프를 꺼내 든다. 부탄 남성의 전통의상인 ‘고’를 단정하게 갖춰 입고 있던 킨레이씨가 그 위에 스카프를 두른다. ‘카네’라 부르는 이 스카프는 일종의 의전용 정장과 같은 것으로 왼쪽 어께위에 걸쳐 대각선으로 몸에 두르는 것이 마치 스님들이 장삼 위에 가사와도 흡사해 보인다. 부탄에서는 공식적인 장소에서 전통의상을 입어야 하는 동시에 사원에 들어갈 때나 공식 행사에 참석할 경우 남자들은 카네를 둘러야만 한다. 카네는 일반적으로 흰색이며 국왕만이 노란색 카네를 두를 수 있다. 고 위에 카네를 두르고 나면 왼손으로 카네 자락을 잘 잡아서 끝이 땅에 끌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그만큼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부탄 남자들이 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라고 불리는 전통복식을 입고 ‘카네’라는 흰색 스카프를 둘러야 한다. 일행의 가이드를 맡은 킨레이씨 역시 타쉬초종 입구에서 준비해 온 카네를 꺼내 걸쳤다. 왼쪽 어깨에 걸치는 카네는 스님들의 가사와 비슷해 보인다.

 


타쉬초종으로 들어가는 문은 두 개다. 정부청사 쪽으로 연결되는 남쪽문과 사원 쪽으로 연결되는 북쪽문이다. 일행은 사원쪽 출입구인 북쪽문으로 들어선다.


사방이 모두 높은 건물로 둘러싸여있는 장방형의 타쉬초종 내부의 중앙에는 웃세라 불리는 중앙 건물이 서 있는데 이 건물을 기준으로 북쪽의 사원구역과 남쪽의 정부청사구역이 구분된다. 자연석을 불규칙한 네모 모양으로 잘라 깔아 놓은 바닥에는 양쪽 구역을 구분하는 하얀색 선도 그어져 있다. 이 선을 넘어 남쪽의 정부청사구역으로 발을 들이면 뒷짐을 진채 정자세로 서있던 경비병이 여지없이 손짓을 하며 물러서라고 경고를 한다. 위협적이거나 험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신속하고 단호한 태도에 왕실 경비대의 위엄이 묻어난다.


정부청사 쪽 건물엔 갈수 없으니 사원구역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사원 구역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법당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주불로 봉안돼 있다. 그 앞에는 세 개의 왕좌가 마련돼 있는 점이 색다르다. 현재의 국왕, 그리고 현 국왕의 아버지, 그리고 부탄 불교계의 최고 지도자인 제켄포를 위한 자리다.

 

 

▲ 타쉬초종 북쪽에 위치해 있는 법당. 종 내부의 한쪽 벽에는 기도바퀴 마니차가 설치돼 있어 이곳이 사원임을 말해준다.

 


타쉬초종에서는 2008년 대관식이 열렸다. 현재 부탄의 5대 국왕인 지그메 케사르 남걀 왕축이 이곳에서 아버지이자 4대 국왕이었던 지그메 싱게 왕축으로부터 왕좌를 물려받았다. 덕분에 타쉬초종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타쉬초종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매년 가을 이곳에서 열리는 축제 세추 때문이다. 세추는 일 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열린다. 봄에는 파로에서 가을에는 이곳 팀푸에서 열린다. 사실 부탄 전역의 사원과 종에서 세추라 불리는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데 이곳 팀푸의 티쉬초종에서 열리는 축제가 가장 크고 화려해 세추의 대명사로 불린다. 원래 세추는 부탄 왕국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파드마삼바바가 탄생을 축하하는 종교 축제로 부탄력으로 음력 8월, 양력으로는 9월이나 10월에 해당한다.


세추에서는 스님들이 동물이나 여러 신, 그리고 부탄의 영웅들을 표현한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데 이는 파드마삼바바의 가르침을 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극적 요소가 포함된 춤으로 표현한 것에서 기인한다. 주로 선한 신이 악한 신을 물리치고 평화를 불러온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또 세추에서는 재앙을 막고 복을 비는 여러 의식들이 함께 행해진다. 세추는 3일간 계속되는데 매년 30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린다. 팀푸의 시민들은 물론이며 부탄 전역에서 세추를 보기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타쉬초종 안은 발 딛을 틈이 없게 된다. 세추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이 시기에 맞춰 일부러 부탄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세추 때 타쉬초종을 찾는 부탄 사람들은 모두 전통 복장을 갖춰 입기 때문에 가뜩이나 화려한 타쉬초종 내부는 형형색색의 부탄 전통복식과 스님들의 가면, 화려한 축제의상으로 오색 꽃이 만발한 꽃밭처럼 변할 것이다.
하지만 일행이 도착한 시기는 세추가 열리는 시기와는 거리가 멀다. 6시가 가까워지면서 해가 기울고 타쉬초종에도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방문객들도 하나둘 빠져나가고 넓은 타쉬초종의 안뜰이 고요에 잠긴다. 때를 지어 집으로 날아가는 비둘기의 날갯짓과 바람에 흔들리는 기도깃발의 펄럭이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린다. 이렇게 깊은 고요를 만날 수 있는 수도가 전 세계에 몇 군데나 될까. 팀푸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수도로 불린다는 설명이 비로소 이해가 된다. 

 

팀푸=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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