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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섭 청장의 좌절된 신념

숭례문 부실복구로 퇴진한 변 청장
여론무마 위한 정부의 정치적 결정
불합리한 인사의 또 다른 단면일뿐
문화재보호 신념 국민은 기억할 것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취임 8개월만에 경질됐다. 정부는 숭례문 부실복구의 책임을 물었다고 했다. 숭례문은 대한민국 국보1호다. 이명박정부 출범을 앞둔 2008년 2월, 방화로 훼손되자 국민적인 성원을 모아 5년에 걸쳐 복구했다. 지난 5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완공을 알리는 기념식도 열었다. 그런 숭례문이 반년도 안 돼 단청이 떨어지고 기둥에 금이 가는 등 부실복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변 전 청장을 신속하게 경질해 국민을 달랬다.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의 관리와 보수를 책임지는 행정책임자다. 이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의 결정은 국민정서를 감안한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변 전 청장으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욕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변 전 청장이 문화재 보호에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경질로 불명예 퇴진의 기록뿐 아니라 문화재 보호에 소홀한 문화재청장이라는 낙인까지 찍하게 됐다. 숭례문 부실복구는 변 전 청장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 전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복구공정의 대부분을 진행했고, 변 전 청장이 관여한 것이라고는 복구완공 기념식뿐이었다.


행정의 일관성을 따진다면 오히려 변 전 청장에게 부실복구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이 맡겨졌어야 옳다. 그런데 정부는 변 전 청장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여론무마용으로 국민들 앞에 내던져 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불합리한 인사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부패한 인사들을 국무총리나 헌법재판소장, 국방부장관에 임명하려다 줄줄이 취소했고, 막말을 일삼는 인사를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했다가 외국에서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는 바람에 국가위신이 추락한 바 있다. 또 일제를 찬양하고,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라고 강변하면서 정작 자신의 아들은 군 면제를 위해 외국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국사편찬위원장까지, 무원칙한 인사의 폐해를 일일이 거론하기가 숨찰 정도다. 이런 인사난맥 속에도 변 전 청장의 임명은 뜻밖의 인사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최초의 여성 문화재청장이었을 뿐 아니라 학자 출신으로 10여년 동안 울산반구대암각화 보존운동에 헌신한 특이한 경력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변 전 청장은 재임동안 문화재 보호에 남다른 신념을 보여줬다.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훼손을 우려해 외국반출에 반대했고, 울산반구대암각화 주변에 건설예정인 사력댐에도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문광부는 물론 청와대와도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소신에 따라 정책을 추진한 것이 결국 미운털이 박히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다.


특히 변 전 청장이 경질되기 전 친정부 성향의 특정언론은 문화재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에서 보듯 친정부 성향의 특정언론이 쏟아낸 기사의 이면에는 변 전 청장 경질을 위한 정부의 남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김형규 부장

만시지탄이지만 문화재 보호에 남다른 신념을 가졌던 변 전 청장의 경질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눈 밝은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변 전 청장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남다른 열정과 소신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런 그가 부처님을 따르는 올곧은 불자였음은 두고두고 자랑스럽게 회자될 것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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