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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화재 속 인명구조 포교사단 울산 염불봉사팀

400여회 염불봉사 원력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다

정토불교대학 출신 포교사들
빈소서 염불공양 올리는 도반
‘5분 대기조’로 봉사한 공덕이
고속도로 차량사고서 생명 구해


울산 지역서 빼어난 염불 ‘인기’
“염불, 수행이자 왕생 돕는 방편”

 

 

▲불길 속 교통사고 현장에서 한 사람을 살린 울산 염불봉사팀. 왼쪽부터 박용식, 황영규, 우미숙, 박명자 포교사. 이들은 염불봉사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입에 달고 산다. 류현덕 포교사는 업무 관련 연수로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11월19일 저녁 9시를 넘어선 시각, 부산울산 고속도로는 짙은 어둠 속이었다. 평일이라 도로를 달리는 차량도 거의 보기 힘들었다. 부산에서 염불봉사를 마치고 울산으로 귀갓길을 재촉하던 조계종 포교사단 울산경남지역단 울산 염불봉사팀의 차량은 이 어두운 고속도로를 빠른 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청량IC를 지난 지점에서 멀리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운전을 하던 이는 그 불빛을 발견하자마자 순간적으로 속도를 낮추며 갓길로 차를 세웠고 차에 타고 있던 나머지 4명도 일제히 불빛이 보이던 중앙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등마저 꺼진 한 승용차에서 막 불이 붙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운전석에 사람이 타고 있어요. 사람이 있어요!”


두 사람은 사고 차량의 운전석으로 달려갔고 또 한 사람은 긴급전화로 구조 요청을 했다. 다른 두 사람은 사고현장 100m 전방에서 스마트폰을 켜고 위험 신호를 알렸다. 하지만 차량 안의 운전자는 미동이 없었다. 장비를 동원해 힘껏 문을 떼어내자 겨우 신음 소리를 냈다. 운전자는 핸들과 의자 사이에 끼어버린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불길이 점점 커지더니 운전석까지 번지려는 찰나, 가까스로 운전자를 차안에서 꺼냈고 그 직후 차안에서는 큰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불과 몇 초만 늦었더라도 아찔했을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고속도로 순찰대와 앰뷸런스가 현장에 나타난 것은 이후였다. 그리고 다음날, 이 상황은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울산 온산소방서도 감사패를 전하며 이들의 선행을 치하했다. 울산 염불봉사팀의 황영규(51, 명산), 박용식(52, 화림), 류현덕(53, 혜광수), 우미숙(51, 구족의), 박명자(59, 삼명심) 포교사. 바로 이들이 당시 구조 현장의 주인공들이었다.

 

 

▲울산 온산소방서는 12월3일 이들에게 인명을 구조한 공로를 치하해 감사패를 전달했다.

 


12월4일, 보름 전 그날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해 듣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으로 이들과 만남을 가진 곳은 울산 정토사(주지 덕진 스님)였다. 이들의 재적사찰이자 모교(정토사불교대학)인 정토사는 매월 둘째, 넷째 주 목요일마다 염불연습과 수업을 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날은 사고 현장의 구조 포교사 5명 가운데 4명의 포교사가 함께 자리했다. 류 포교사가 업무와 관련된 연수 관계로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했다. 당시 운전자였던 박 포교사가 말문을 먼저 열었다.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운전자의 부친께서 어떻게 연락처를 알고 전화를 걸어와서 거듭 고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 분은 개신교 신자이셨는데 우리가 포교사라는 사실을 알고서도 천사라는 표현을 써주셨어요. 종교를 떠나서 아마 그 상황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행동했을 겁니다.”


박 포교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극찬은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구조 현장의 상황을 묻자 한 결 같이 생생하게 현장을 떠올렸다. 대리운전을 주업으로 하는 우 포교사는 두 손을 간절하게 모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구조를 했던 운전자를 사고 차량에서 간신히 꺼내었을 때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제야 제 가슴 속에 명징하게 다가온 것 같았어요. 요즘은 마치 저도 새 삶을 얻어서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도반들에게 고맙고 하루하루가 감사해요.”


직장 생활을 하는 박 포교사도 “아마 혼자였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을 것이다. 도반들이 있어서 함께 역할을 나눴고 긴박한 상황을 대처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내 인생의 큰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염불봉사팀의 가장 오랜 인연을 이어 온 황 포교사도 이야기를 꺼냈다.


“몇 년 전, 한 직장 동료가 차에 불이 나서 사망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차는 불에 타고 있는데 지나가던 누구도 구조하지 않았다더군요.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서 조금이라도 살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한편으로는 시간과 장소를 따지지 않고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찾아가는 염불봉사의 성격이 현장에서 적절하게 활용됐다고 봐요. 염불봉사팀 별칭이 5분 대기조라고 하면 말을 다 한 셈이지요.”


어찌되었든 선행의 공로는 서로에게 있다면서 미소를 나누는 이들이 소속된 울산 염불봉사팀은 울산에 정토사불교대학이 설립되고 처음 포교사를 배출한 해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13년째 한 결 같이 이어진 염불봉사의 문을 연 사람은 황 포교사였다. 탱크 트레일러 운전을 하는 황 포교사는 차안에서 스님들의 염송 테이프를 듣고 외워 부르는 것이 계기가 되어 본격적인 포교사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염불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며 염불봉사팀을 자발적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그도 처음에는 빈소를 찾아가 홀로 염불하는 경우가 많았단다. 그런 황 포교사가 염불봉사의 물꼬를 텄다면 박 포교사는 염불봉사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랫동안 신행 활동을 이어왔던 박 포교사는 한 부부동반 모임에서 황 포교사를 만나 염불봉사의 길을 알게 됐다. 자동자 정비를 하는 박 포교사는 운전을 하는 황 포교사와 업무뿐만 아니라 염불에 대한 관심사까지 통하는 점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포교사 공부를 시작, 함께 염불봉사를 시작했다.


특히 박 포교사는 스님들의 의식집을 연구하며 자체적인 장의염불 의식집을 편집해 책으로 엮어 냈다. 전통 의식의 원칙에 입각해 만든 책을 통해 염불은 더욱 짜임새 있고 탄탄해졌다. 1시간 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이들의 염불성에 빈소의 가족들이 거듭 감사를 표현하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쪽 빈소에서 염불을 하고 나오면 바로 옆 빈소에서 우리도 해달라며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병원 밖까지 들릴 정도로 장엄한 이들의 염불 소리가 소문이 나면서 울산의 각 병원 관계자들도 “포교사들이 왔다”며 반겼다.


염불봉사팀 자체에서도 끊임없이 공부를 거듭했다. 틈날 때마다 모여서 음률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다듬어서 보다 맑고 좋은 소리를 찾았다. 염불이나 집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포교사들과도 함께 공부하기 위해 모임의 문은 항상 열어 두었다. 올해 신규포교사 가운데 심춘보(64, 도행) 포교사의 경우에도 염불봉사팀과 함께 염불을 하고 싶어서 포교사가 됐을 정도다.


울산은 물론 경주, 양산 등에서도 염불봉사팀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연화팀, 무아팀으로 나누어 봉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빠듯하긴 마찬가지란다. 일주일에 한, 두 차례는 기본이며 많게는 일주일 내내 빈소를 찾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곳을 갈 때도 있다. 이렇게 매달 7~10회, 지금까지 400여 영가의 극락왕생을 함께 염원했다. 그렇다고 요청하는 빈소에만 가는 것이 아니었다. 한 결손가정 고등학생이 안타깝게 일찍 세연을 마무리한 소식에는 팀원들이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찾아가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매달 7~10회 빈소를 찾아 염불공양하는 봉사팀.

 


“인기가 높다고 수당이 올라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웃음). 염불봉사는 철저한 무주상 보시입니다. 오히려 차비, 조의금을 생각하면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게 일상이지만 이것 역시 포교라고 생각하면 한 곳이라도 더 가야된다고 생각해요.”


염불봉사가 없는 일상에서도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달고 살며 항상 가방에는 목탁과 염불의식집을 갖고 다니는 이들에게 발원을 물었다.


“포교사단 울산경남지역단에서 울산지역단이 독립을 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포교사를 더 배출해서 한 사람 더 염불봉사를 실천하도록 돕고 싶지만 울산과 경남을 오고가는 교육 일정 탓에 울산지역 많은 불자들이 포교사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 현실이지요.”


“염불은 스스로 수행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극락왕생을 돕는 길, 결국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는 울산 염불봉사팀. “누구나 염불을 실천해서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정토행으로 이끌어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의 수수한 미소가 초겨울의 붉은 산다화처럼 곱다.
 

울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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