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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상의 의미

기자명 인경 스님

명상과 참선은 과연 서로 다른가?

요즘 사람들이 명상에 관심이 많다. 그만큼 현대사회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명상은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 감소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명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넘쳐나는 명상 프로그램들로 혼란스런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 마음공부를 ‘참선’이라고 말해왔다. 어떤 이들은 참선공부가 진짜 깨달음의 길이고, ‘명상’은 깨달음이 없다고 애써 무시한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참선공부는 일부 전문집단의 전유물로 대중적이지 못한 자기들만의 공부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최근에 사회적으로 명상 붐이 일어나면서 생겨난 논의이다.

참선과 명상은 정말로 서로 다른가? 참선(參禪)은 문자 그대로 해석을 하면 ‘선에 참여한다’는 의미이지만, 주로 화두를 참구하는 수행의 의미로 더 잘 사용한다. 여기서 핵심용어인 '선'이란 용어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크게 그 이해방식에 따라서 3가지로 요약된다.

참선이나 명상, 뿌리는 하나
사상적인 차이 있다기 보다
문화적 맥락이 달라졌을 뿐
근래 들어 명상이 더 대중적

첫째로 선이란 혼란한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는 선정의 의미이다. 이것은 선이란 용어의 어원에 충실한 초기 불교적 관점이다. 선이란 용어는 주지하다시피 원어가 jhana(팔리어), dhyana(범어)이다. 이것은 음역하여 선나(禪那)와 의역하여 정(定)으로 번역되었는데, 특정한 대상에 대한 집중에서 오는 마음의 고요함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참선이란 선정에 드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둘째는 대승불교의 관점이다. 선이란 활발한 지혜를 의미한다. 화엄교학과 선종을 통합하려는 노력을 했던 종밀은 전통강원의 교재이기도 한 ‘절요’에서 선이란 선정과 지혜의 통칭이라고 정의를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참선은 단순하게 선정만을 의미하지 않고, 지혜의 작용을 포함한다. 우리가 참선공부를 한다는 말은 새의 양 날개처럼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것을 말한다. 정혜쌍수(定慧雙修)나 성성적적(惺惺寂寂)이란 말은 바로 이런 뜻으로, 선이란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아서, 고요한 가운데 깨어있고, 깨어있는 가운데 적적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간화선의 입장으로 화두를 간하여 깨달음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이때 선은 화두를 참구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고요함에 들거나 지혜의 작용에 근거하지만, 화두참구는 선문답에서 보여준 인간의 본성, 본래면목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 고요함과 지혜의 작용은 특별한 마음현상[別境心所]이다. 하지만 화두선은 마음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마음자리[心地]에 초점을 맞춘 공부법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렇게 시대에 따라서 선이란 용어는 점차 그 의미가 변천하여 왔다. 일상에서 참선이란 말은 궁극적인 진리를 탐구하는 종교적인 실천 수행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참선’이란 말은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그것이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를 전후 맥락을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명상이란 사전적인 의미는 ‘눈을 감고 차분한 마음으로 깊이 생각함’이다. ‘차분한 마음’으로는 첫 번째 선정의 의미와 연결되고, ‘깊이 생각함’은 두 번째 지혜의 작용이나 세 번째 화두의 참구로 해석할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선과 명상은 서로 그 의미가 다르지 않다. 팔리어 ‘jhana’, (범어, dhyana)를 중국식으로는 선(禪)이지만, 영어권에서는 ‘메디테이션(meditation)’이나 ‘컨템플래이션(contemplation)’이란 용어로 번역한다. 오늘날 명상이란 용어도 여기서 유래된 말로 ‘집중(concentration)명상’이나 ‘통찰(insight, mindfulness)명상’이 그 좋은 사례이다.

역시 참선(參禪)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선의 일본식 발음 젠(zen)을 사용하여 ‘zen meditation’으로 번역하기도 하고, 간화선의 경우는 ‘hwadu meditation(화두명상)’이라고 번역한다. 이렇게 보면 과거에는 중국식 번역으로 ‘선(禪)’이나 ‘참선(參禪)’이란 용어가 영향력을 주도했지만, 근래에는(아마도 필자가 느끼기에는 1997년 IMF이후로) ‘명상’이란 용어가 대중에게 더 잘 알려져 통용되고 있다.

▲ 인경 스님
결론적으로 말하면, ‘선(禪)’, ‘메디테이션(meditation)’, ‘명상’의 원류는 모두 jhana(팔리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서로 동의어이고, 간화선 곧 화두명상도 명상의 한 종류이다. ‘참선’보다는 ‘명상’이란 용어가 더 잘 사용하는 것은 양자 사이에는 특별한 사상적 차이가 있기 보다는, 단지 그것을 이해하는 흐름, 역사·문화적인 맥락에서 그 표현양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28호 / 2014년 1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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