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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교감하고 사람을 돌보는 기도도량 이야기

  • 불서
  • 입력 2014.02.02 01:54
  • 수정 2014.02.02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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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도량을 찾아서’ / 황찬익 지음 / 클리어마인드

▲ '기도 도량을 찾아서'
“뱉어낸 듯 붉은 해가 푸른 산에 걸려 있고/ 기러기는 자로 잰 듯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지네/ 나루를 찾는 나그네 발걸음은 응당 급히 재촉하고/ 절로 돌아가는 스님의 지팡이는 한가롭지 않네/ 초원에서 풀 뜯는 소 허리 가운데 그림자 띠 둘렀고/ 댓돌 위에 서방 기다리는 아낙의 쪽진 머리 뒤로 처지네/ 고목으로 저녁 짓는 남쪽 마을에 푸른 연기가 올라가고/ 나무하는 초동은 즐거운 듯 풀피리를 불고 있다.”

안성 칠장사에서 하룻밤 묵은 인연으로 장원급제한 어사 박문수가 과거시험에서 지었던 ‘몽중등과시’다. 이 시는 몇 차례 낙방 후 다시 과거시험을 치르고자 길에 오른 박문수의 유과 공양을 받은 ‘나한’이 그날 밤 꿈에서 일러준 시에다 본인이 마지막 구절만 더해 완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안성 칠장사는 지금도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 또 절박한 소원을 지닌 이들이 찾는 유명한 나한기도도량으로 손꼽히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기도도량이 있고, 각각의 기도도량은 이처럼 기도가피를 입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화엄경’에서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즉 ‘가는 곳마다 부처님이요 하는 일마다 불공이니, 우주 만물이 진리이고 모든 사람이 부처님이므로 나와 남을 부처님처럼 섬기고 일상생활 모든 행위도 불공을 드리는 정성과 마음으로 하라’고 일러주고 있음에도 중생들의 마음은 불보살에 의지하기 마련이다. 덕분에 오늘도 수많은 기도도량이 각자 소원을 품은 중생을 맞고 있는 것이다.

‘기도도량을 찾아서’는 그 많은 기도도량 중에서 대표적인 기도처 26곳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그곳에 깃든 불보살들의 이야기와 기도에 얽힌 유래를 함께 들려주는 것으로 안내서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 문수기도도량 고창 청량산 문수사 문수전에는 석상으로 조성한 문수상이 봉안돼 있다.

책에 소개된 도량은 도둑도 어사도 끌어안은 일곱 나한의 가피이야기가 전해지는 안성 칠장사를 시작으로, 아미타불 도량 부여 무량사, 약사여래불 도량 창녕 관룡사, 문수보살 도량 고창 문수사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또 연천 심원사·남해 용문사, 선운산 도솔암 등 3대 지장기도 도량, 양양 낙산사·남해 보리암·강화 보문사 등 3대 관음기도 도량, 설악산 봉정암·오대산 상원사·영월 법흥사·정선 정암사·양산 통도사 등 5대 적멸보궁도 옛 이야기와 함께 실었다.

뿐만 아니다. 한국불교가 이미 이 땅에 자리 잡고 있던 토속신앙을 배척하지 않고 아우른 덕분에 지금도 각 사찰마다 존재하는 독성, 칠성, 산신각과 관련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독성 기도도량 팔공산 홍주암, 칠성 기도도량 벽방산 의상암, 산신 기도도량 태백산 망경사가 그곳이다. 여기에 제주 토속신들 이야기까지 곁들여 예나 지금이나 자연과 어우러져 세상 사람들을 돌보는 기도도량을 안내하고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231호 / 2014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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