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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재물

오늘날 사회는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 즉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가미하여 복지나 부의 사회적 재분배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는 국가 운영 시스템이다. 이것을 수정자본주의라고 부른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시스템은 신자유주의라고 한다. 이에 대한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시장원리에 모든 것을 맡기는 탓에, 빈익빈부익부가 심화되고, 전체적인 사람들의 삶의 질이 하락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러한 시스템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포인트는 ‘자본’이다.

재물이 가치 우선되면
자본의 노예되기 십상
함께 살려는 노력할 때
삶은 더욱  풍요로워져

자본이 모든 가치의 우선순위가 되며,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새로운 계급질서가 형성된다. 그리고 사회전반을 자본이란 수단을 통해 지배하고자 하는 것을 천민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자본, 즉 재물은 그 자체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저 돈이고, 금일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본, 재물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이다. 모든 재화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선, 그것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자본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법구비유경’에는 돈, 즉 자본이라는 재물 대신에 다른 유형의 재물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믿음(信)이라는 재물, 계율(戒)이라는 재물, 자신의 허물을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라는 재물, 다른 사람을 의식하여 자신의 허물을 부끄러워하는 마음(愧)이라는 재물, 들음(聞)이라는 재물, 보시(施)라는 재물, 지혜(慧)라는 재물을 일곱 가지 재물(七財)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이 자본, 즉 재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재물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지, 그것이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물이 아닌 우리 자신이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법구비유경’에서 말하는 일곱 가지 재물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믿음, 즉 신뢰가 있어야 한다. 종교적 믿음만이 아니라, 인간 상호간의 신뢰가 필요한 것이다. 계율은 도덕적 행위를 말한다. 타의적으로 강제되는 도덕이 아닌, 도덕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제어하는 것을 가리킨다. 자신의 허물을 돌이켜보아 부끄러워하고, 남을 의식하여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참(慘)과 괴(愧)이다. 부끄러움을 모를 때, 그리고 남을 의식하지 않을 때 우리의 삶은 통제되지 않고 파괴된다. 그리고 좋은 가르침들을 많이 들어야 한다. 그것이 나의 정신을 풍요롭게 한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가진 재능이나 재물을 베풀어 같이 공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말 한마디 따뜻하게 전하는 것도 훌륭한 보시이다. 그리고 바르게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때와 상황에 맞게, 대상에 맞게 말을 하고 행위를 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바른 분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일곱 가지를 세상을 살아가는데 진정 필요한 재물에 비유한 것이다. 실제 돈이 그 기능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일곱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곱 가지 재물을 갖춘 사회는 안전한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돈 때문에 서로 다투거나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보다 많은 자본을 소유하기 위해 애쓰는 만큼, 그만큼 일곱 가지 재물을 갖추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삶은 질적으로 향상되며 풍요로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더불어 살 때,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1232호 / 2014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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