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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울증과 알아차림 명상 - 2

기자명 인경 스님

알아차림은 나쁜 생각이라도 ‘수용’

우울증의 증상과 치료적 개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다. 가족치료적 접근이나 대인관계의 방식을 다룬다든가, 아니면 문제해결 중심의 현실치료를 응용한다든가. 그런데 왜, 인지행동치료자들은 하필 알아차림 명상을 자신들의 체계에 통합시킨 것일까?

우울증 만드는 부정적 생각
변화시키려는 게 인지 치료
현재 순간에 그대로 머물며
체험하는 건 알아차림 명상

우선적으로 ‘알아차림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을 계발한 존 카밧진(Jon Kabat-Zinn)의 경우를 보면 그는 의과 대학원 시절 동양의 명상법을 배웠고, 아시아 명상센터를 방문하여 방학을 보내곤 했다.

동양의 명상에 대해서 친숙함 그 이상의 무엇을 발견한 그는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환자들에게 시험적으로 적용해보았다. 이에 크게 만족스런 결과를 얻게 되었고, 나중에 이것은 학계에서 공식적인 보완치료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된 이면에는 알아차림 명상과 인지행동치료가 서로 유사한 심리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고, 기법들 역시 서로 배척하지 않는 점 또한 크게 작용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만큼이나 양자 사이에는 철학이나 심리학적인 매우 중요한 관점의 차이점이 있다. 양자를 통합하고자 하거나 현장에 적용하고자 할 때, 이런 차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첫째, 먼저 알아차림 명상은 변화전략 보다는 수용전략이라는 점이다. 인지행동치료는 우울증을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변화’전략이다.

곧 소크라테스 식 문답법을 사용하여 우울증을 지속시키는 부정적인 생각의 증거를 찾아서 그것이 잘못된 인식임을 논증한다. 반면에 알아차림 명상은 부정적인 생각을 현재의 순간에 존재하는 그대로 자각하고, 그에 따라서 발생된 느낌에 대해서 알아차려서 ‘수용’하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 인지행동치료와 비교하면 알아차림 명상은 관계나 맥락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변화전략을 선택하기에 그 내용에 관심을 가진다. 세계와 자신에 대한 생각, 해석, 신념에 대해서 그것의 내용이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 하는 평가적인 측면이 자동적으로 개입된다.

반면에 알아차림 명상은 경험내용에 대해서 그것이 부정적이든지 긍정적이든지, 그 자체로 알아차리고 수용하여 자각하는 것이다. 왜냐면 그것들은 인연의 관계에 의해서 발생된 것이고 비유하자면, 나의 여인숙에 찾아온 손님인 까닭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곧 지나갈 것임을 알기에, 그가 어떤 색깔의 옷을 입었든지 상관하지 않고 편안하게 그 상태로 존중한다.

셋째, 알아차림 명상은 현재의 순간에 머물기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정신분석 이후로 서구의 정신치료는 과거의 사건에 자꾸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인지치료의 경우도 선행사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그것을 언어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보면 현재의 시점을 자꾸 놓치게 된다.

현재의 시점은 인지적 해석이 아니라, 체험 그 자체이다. 경험 그 자체는 언어, 개념에 의해서 논리적으로 규정할 수가 없다.

나와 세계는 편집되기 이전의 생생한 ‘날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지나면, 이것은 다시 경험할 수 없다. 이것은 늘 현재에서만 경험된다. 해석하고 언어로 논증하기 이전에, 삶을 존재하는 그대로 생생하게 체험할 때, 이때야 비로소 우리는 행복할 수가 있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 반론하실 분도 있을 수 있겠다. ‘당신은 알아차림 명상과 인지행동치료를 비교함에 있어서 균형을 잃었고, 너무 단순화시켰다.’고. 그렇긴 해도 현장에서 수용과 통제의 전략을 적절하게 잘 반죽하여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각각 개인들은 고유한 각각의 독특한 영역과 특징을 가진, 결코 계량화하여 일반화시킬 수가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어떤 철학이나 심리치료도 모든 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악으로 규정하기 이전, ‘인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 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232호 / 2014년 2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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