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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 한국 범종 주조의 비밀

기자명 법보신문

꿀벌 밀랍 범종 제작에 이용

한국종 탐낸 일본 지금까지 30여개 약탈




일본은 임진왜란 등 각종 전쟁이 있을 때마나 많은 수의 우리 범종을 약탈해 갔다. 일본 산구현(山口縣) 주길신사(住吉神社)에 소장돼 있는 범종을 비롯해, 신라 범종이 6개나 있고, 고려 범종은 23개가 넘게 소장돼 있다.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등 우리 나라에 남아있는 신라 범종이 단지 5개인 것에 비하면 일본인들의 탐욕스러울 만큼 집요한 우리 범종에 대한 소장력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이 만든 범종이 적은 것도 아니고, 또 범종 주조 기술이 없었던 것도 아닐텐데, 일본인들이 우리 범종을 이처럼 탐냈던 이유는 무엇일까?그 이유는 우리 범종이 지니고 있는 긴 여운과 맑고 아름다운 소리, 범종 표면을 수놓은 아름다운 문양들을 일본인들은 도저히 흉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소리는 가볍고 밋밋해 긴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문양이라야 선을 얽기 설기 그어놓는 것 같은 줄 몇 개가 전부인 일본의 범종. 기술은 없지만 최고의 범종을 절에 모시고 싶은 절박함. 약탈을 통해서라도 이를 해결하고자 했던 일본인들의 애잔한 마음이 일면 짐작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일본 범종이 우리 범종을 따라 올 수 없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납형법(蠟型法)’이라는 우리만의 독특한 범종 제조기술 때문이다. 벌꿀의 ‘밀랍’을 이용하는 기술이 우리와 일본 범종 기술의 차이를 하늘과 땅만큼이나 벌려놓은 것이다. 일본이 범종 제조에 줄곧 사용해 왔던 기술은 중국에서 범종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 사용된 기술인 회전형법(回轉型法). 이 기술은 먼저 나무로 회전축을 가진 판을 만들고 도자기를 만들듯이 그 판을 회전을 시키며 진흙으로 범종의 내형과 외형을 만든다. 내형과 외형이 만들어지면 두 개를 포개어 포개어진 사이의 빈틈에 주물을 부어 범종을 완성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포개어진 내형과 외형의 틈을 전체적으로 고르게 조절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완성된 범종의 두께가 불규칙해질 경우가 많고, 범종 표면에 문양을 남기기도 어렵다. 일본 범종들이 종소리가 고르지 못하고 하나같이 변변한 문양이 남아있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범종의 제조에 이용된 납형법(蠟型法)은 회전형법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획기적인 기술이다. 진흙으로 먼저 내형을 만드는 것은 회전형법과 같다. 그러나 내형을 만들고 나서 그 위에 밀랍으로 만들고 싶은 범종과 똑같은 범종을 만든다. 물론 범종 표면의 아름다운 문양들도 밀랍으로 아름답게 조각하고 새긴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진흙을 바른다. 진흙이 마르면 표면에 숯불로 열을 가해 밀랍을 녹이고, 그 빈틈에 주물을 부어 범종을 완성한다. 이 방법은 범종의 두께를 고르게 조절할 수 있고. 또 밀랍으로 다양한 문양들을 조각해 남길 수 있다. 상원사종과 에밀레종이라 애칭으로 유명한 성덕대왕신종의 같은 훌륭한 범종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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