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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발목보호 태클하기

재산과 학벌과 집안과 자신의 직위를 자랑스럽게 여긴 나머지 다른 모든 사람을 마음속으로 무시하는 것은 일반 보통 사람들이 뒤집어쓰고 있는 껍데기이다.

생각 가듬어보면 우리 모두는
치열히 훈련하는 지구촌 도반
화쟁은 다툼의 화해와 더불어
서로가 조화로운 경쟁을 의미

전에 가르침을 주신 큰스님께서 “법문을 가장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가르치는 직위를 가진 사람들이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마음을 비우면 편안합니다”하고 법문을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마음을 비우면 될 일인데, ‘마음을 비우면 편안합니다’하는 말이 어느 책에 있는 말이냐고 질문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왼쪽 가슴에서 24시간 계속해서 뛰고 있는 심장은 어느 책에 ‘심장은 뛴다’고 써져있기 때문에 뛰는 것도 아니고 청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 뛰는 것도 아니다.

육조 스님은 수행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도 네가지 껍데기(四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心有能所 輕慢衆生 名我相
심유능소 경만중생 명아상
自恃持戒 輕破戒者 名人相
자시지계 경파계자 명인상
厭三塗苦 願生諸天 是衆生相
염삼도고 원생제천 시중생상
心愛長年而勤修福業 諸執不忘 是壽者相
심애장년이근수복업 제집불망 시수자상
有四相卽是衆生 無四相卽是佛
유사상즉시중생 무사상즉시불

마음에 능소가 있어서 중생을 가볍게 여기고 마음속으로 무시하는 것을 아상이라고 한다 / 자신은 계를 지킨다고 뻐기면서 파계한 사람을 업수이 여기는 것을 인상이라고 한다 / 삼악도의 괴로움에 염증을 내서 모든 천상세계에 태어나고자 하는 것이 중생상이다 / 마음에 오래살고자하는 애착이 있어서 부지런히 복업을 닦으면서 모든 집착을 잊지않는 것이 수자상이다.

내가 기사 한줄 쓰면 저 사람이나 저 상황을 어떻게 할 수 있다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 혹시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이 없지 않다면 그것은 ‘기자상’이다. 신문을 읽으면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것은 ‘독자상’이다. 자신이 쓴 글에 오자가 나거나 올라오는 댓글 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에 대해서 혹여 ‘왜들 그래’하는 생각이 든다면 ‘필자상’이다. 아무리해도 재가자들은 한계가 있다고 마음 속의 속에서 한 생각이라도 헤엄친다면 ‘출가상’이다. 자식도 안키워보고 하는 등등의 생각을 일으키는 것은 ‘재가상’이다. 앉아보지도 않고 말만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라고 하는 생각이 쓸개 끝에 조금이라도 묻어 있다면 그건 ‘앉은뱅이상’이다.

지금 필자가 이러니저러니 늘어놓고 있는 것은 ‘시향만리상’이다. 이것저것 신경쓸 일도 많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시타령인가. 시에 향기가 있다면 시체에도 향기가 있겠다. 실제로 시체를 파먹는 구더기는 시체에서 나오는 향기가 너무 좋아서 다른 향기는 아예 코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한다. 분견은 찌찌하는 사람에게 거룩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저 사람이 참 이상한 말을 한다고 여길 것이라고 어떤 분이 말씀하셨다.

조금만 생각을 가다듬어보면 우리 모두가 지구생활을 통해서 껍데기 벗는 치열한 훈련을 하고 있는 ‘지구촌 도반’임을 느낄 수 있다. 아이큐가 10000쯤 되는 어느 세계의 중생이 지구에서 아이큐가 500쯤 된다고 폼잡는 사람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을 더러 해본다.

원효 스님의 ‘화쟁(和爭)’은 ‘다툼을 화해시키는’뜻과 더불어 ‘치열하고 조화롭게 경쟁하라’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다. 우리편과 저쪽편이 사바세계에서 없을 수 없다. 나의 태클이 상대방 선수의 발목은 보호하면서 치열하게 공을 향하게 할 일이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260호 / 2014년 9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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