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닥포 카규 링(DHAGPO KAGYU LING)
1. 닥포 카규 링(DHAGPO KAGYU LING)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4.09.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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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 속 친환경 불교센터에서 불법 향기 퍼져 나와

▲ 프랑스에서는 이국적인 티베트 형식의 법당. 현대적인 건축양식과 조화를 이뤄 부담이 없다.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도르도뉴(Dordogne) 지역은 전 국토가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프랑스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한곳으로 꼽다. 어디를 가더라도 쉽사리 녹음이 짙은 숲들과 아름답게 이어지는 언덕, 그 사이를 마치 그림 엽서의 한 장면과 같이 흘러가는 강물들과 마주칠 수 있다. 도르도뉴 지역은 자연 환경적 매력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적으로도 유서가 깊은 곳으로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라스코 동굴 벽화와 구석기와 신석기시대를 거쳐 오며 인간이 거주지로 활용되던 동굴들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신데렐라가 살았을 법 한 로맨틱한 고성들이 마을마다 있으니 도르도뉴 지역을 탐방하고 있노라면 우리가 여행을 할 때 카메라에 담고 싶어하는 모든 주제들이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1975년 영국인 벤슨 기부로
도르도뉴 지역에 센터 설립

1998년 합법 종교 단체 인정
한해 350회 이상 수련회 열어

강좌·토론·번역서적 제공해
주변국 신도까지 방문자 넘쳐


이런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역사적 유산들 때문이었을까? 프랑스의 불교 신자들은 이 지역에 프랑스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그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종교인 불교의 번영을 돕기 위해 큰 센터를 건립했다. 닥포 카규 링(Dhagpho Kagyu Ling)이라고 불리는 이 불교센터는 주변 지역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의 불자들이 모여 함께 명상과 수련을 하고 불교 철학을 공부하는 곳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부처님 말씀에 의하면, 모든 인간들은 그 자신의 머리 속에 잠재적인 큰 지혜를 갖고 있으며 이 잠재적인 지적 능력은 정신 수련과 명상을 통해 발현될 수 있다고 한다. 닥포 카규 링 센터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기본 토대로 삼아 불자들이 명상과 경전의 연구를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센터는 삶에 지쳐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영적 궁금증에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 불교 철학에 관심이 많은 학구적인 사람들 등 모든 이들을 환영하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영적 갈증을 같이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티베트인들은 중국인들의 침략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며 고향을 버리고 떠날 때, 많은 불교 경전을 피난 짐에 감췄다. 이들은 인도에 도착해 여기 저기 흩어져있던 주요 불교 경전들을 다시 모아 정리하고 훼손된 부분을 깨끗하게 인쇄 했다. 많은 불교 지도자들과 스님들은 먼 여행지이자 피난지인 인도로 향하며 가장 중요한 불교 경전만을 추려내 가져갔다고 한다. 그들이 생필품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천권의 경전을 가져갔기에 중국인들에 의한 훼손을 막을 수 있었고, 현재까지 보존될 수 있었다. 1976년에서 1979년 사이 제 16대 카르마파(Karmapa)인 랑중 리그페 도르제(Rangjung Rigpe Dorge) (1924-1981)는 316권에 달하는 불교 경전을 다시 인쇄했고 인쇄된 경전들을 영원히 보물로 간직하도록 명령했다. 1975년, 랑중 리그페 도르제 스님은 프랑스를 여행 하던 중 우연히 영국 출신의 사업가인 베르나드 벤슨(Bernard Benson)을 만나게 된다. 평소 불교에 애정을 가지고 있던 베르나르 벤슨은 도르도뉴 지역에 농장과 과수원이 포함된 50헥타르가 넘는 땅을 사서 불교센터를 건립할 것을 발원하며 랑중 리그페 도르제 스님에게 기부한다.
랑중 리그페 도르제 스님은 프랑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후, 가장 명망 높은 두 명의 스님을 프랑스의 도르도뉴 지역에 보내 그 땅에 불교센터를 설립하고 불교가 퍼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도르도뉴 지역에 보내진 두 명의 스님 중 한 명은 라마 겐둔 린포체(Lama Gendun Rinpoche)로 그는 특히 명상 가르침에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었다. 30여 년간 은둔 생활을 하며 명상을 했던 라마 겐둔 린포체는 오래 전부터 명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들에게는 적격의 인물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의 스님은 라마 지그메 린포체(Lama Jigme Rinpoche)로 역시 불교 철학을 가르치는데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어서 학문 연구와 토론을 즐겨 하는 프랑스인들에게 필요한 인물이었다. 두 스님이 도르도뉴 땅에 정착하면서 드디어 닥포 카규 링 센터가 설립되고 본격적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전개될 기반이 마련됐다. 사실 프랑스에서 가톨릭이 아닌 외부의 종교가 법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88년부터였다. 그래서 1988년 이후에야 닥포 카규 링 센터는 합법적인 종교 단체로 인정받았다. 오늘 날, 닥포 카규 링 센터에는 일년에 무려 350회의 수련회가 열리며 수련회 기간 동안 명상활동과 불교 철학, 불교 교육 수련, 요가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된다. 수 천년 동안 내려온 인류 최고의 철학 중 하나인 불교 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불자가 아니라도 이곳을 찾아 수련회에 참석한다. 일 년 동안 센터를 찾는 사람은 불자와 불자가 아닌 자를 모두 포함해 수 천명이 넘는 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 센터 입구에는 부처님 사리가 봉안된 탑이 있다.

닥포 카규 링 불교 연구소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에 근거한 지식들을 배경으로 불자들 사이에 다양한 지적 토론들이 이루어진다. 불교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 속에서 잘 살아가는 방법,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방법,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하는 불교 윤리, 극단적으로 메마른 사회로 변화고 있는 프랑스 사회에서 절망하지 않고 남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 이유 등 다양한 주제로 벌어지는 세미나와 토론은 현재의 삶에서 힘들고 지친 프랑스 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 매주 명상과 불교 철학에 관한 세미나가 열리는 이 강당에는 수백 명의 프랑스인과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스위스 출신 신도들이 모여든다.

닥포 카규 링 불교센터는 유럽의 여느 불교센터와 달리 매우 현대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도르도뉴 지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베제르(Vezere) 골짜기 근처에 자리잡은 센터는 이런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어울릴 수 있도록 친환경 자재만을 이용해 건축됐다. 그런 이유로 에너지 소비량과 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한다. 1300㎡에 달하는 거대한 닥포 카규 링 센터 빌딩은 두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2층에는 거대한 규모의 명상 센터가 마련되어 있으며 1층 강연장은 400여명이 한꺼번에 들어 갈 수 있는 규모다. 또한 1층 주요 강연장 옆으로 작은 명상 센터와 도서관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작년에 문을 연 도서관은 티베트, 인도, 중국, 일본 불교에 관한 서적들이 다양하게 구비돼 책 읽기를 좋아하는 국민으로 유명한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센터가 완전히 자리 잡고 정식으로 개관을 선언한 때는 2013년 6월13일로 개관식에는 17대 걀와 카르마파(Gyalwa karmapa)와 트린레(Trinley), 타에 도르제(Thaye Dorje) 등 전 세계를 돌며 불교를 전파하는 주요 스님들이 참석했다.

▲ 센터 주변에 설치된 티베트 불교의 상징 마니차.

한편, 17대 카르마파인 걀와 스님은 프랑스를 여행 하던 중 프랑스에 불교가 더욱 더 깊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워 발표했다. 첫째, 불교의 가르침은 불교 철학이건 명상이건 단순한 요가건 간에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둘째, 명상에 관심이 많아 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닥포 카규 링 센터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셋째, 속세의 삶을 떠나 불교에 귀의해 스님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교육과 수련이 제공되어야 하며, 넷째, 닥포 카규 링 센터의 도서관에 다양한 불교 서적들을 구비해 나갈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째는 불교 서적들을 제대로 된 프랑스 어로 잘 번역해서 부처님 말씀이 프랑스 땅에서 퍼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닥포 카규 링 센터에는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 그리고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와 스위스 지역 출신까지 모여들어 불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때론 국적도 다르고 사회 신분도 다른 이들이 센터에 와서 명상과 요가를 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며 하나가 되고 있다. 프랑스 산골짜기에서 들려오는 스님들의 불경의 소리와 불탑의 전경은 상상하기 힘든 이미지지만 이제 이런 모습이 매일의 일상이 되어버린 닥포 카규 링 센터에는 이 독특한 이미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걀와 스님이 제시한 다섯 가지의 원칙들이 잘 지켜지고 있음이 한 눈에 보인다. 천혜의 자연과 선사시대 유산이 잘 어우러진 도르도뉴 지방의 닥포 카규 링 센터가 더욱 더 보석 같은 존재로서 더욱 환한 빛을 밝혀주기를 기대해본다.

알랭 베르디에 yayavara@yahoo.com

[1261호 / 2014년 9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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