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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조건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 개최를 기념해서 세계 최대 불교 학술회의가 내년에 서울에서 열린다고 한다. 이 학술회의는 일본과의 공동 개최로, 이틀 동안 10개 분과 250여명의 발표자가 참여하는 유례없는 초대형 학술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학술회의를 통해서 ‘한국불교의 세계화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한국 주최측의 의도는 기대와 동시에 기본적인 몇 가지 점을 생각하게 한다.

학술회의는 말 그대로 학술적인 주제에 대해 토의하기 위한 자리이다. 그래서 학술회의는 보통 특정주제에 대한 발표와 이 주제에 대한 공동탐구의 취지를 갖는다. 그런데 이러한 공동탐구는 과거로부터 축적된 모든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역사성 내지는 연속성을 전제한다.

이러한 까닭에 이번 불교 학술회의도 한국불교 연구에 대한 역사성 내지는 연속성, 즉 지금까지의 한국불교에 대한 연구성과와 수준을 반영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한국불교에 대한 국제적 연구성과와 수준은 극히 취약하다. 특히 구미에서의 남방부 각국, 일본, 중국, 티베트 불교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비교해 볼 때,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거의 도외시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알기로 한국불교를 연구하는 서양학자는 세계적으로 몇몇 학자에 불과하다. 그러니 한국불교에 대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초청되는 학자는 대부분의 경우 고정되어 있고, 그로 인하여 논의의 확장과 심화에도 한계가 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불교의 이와 같은 정황에서 볼 때 내년 국제 학술회의는 한국불교 연구에 대한 내적 생장력 강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겠는가.

또한 언어장벽 없이 한국불교에 대한 국제적 토론을 주도할 수 있는 한국학자의 규모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서구학계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연구가 도외시되어 온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직접적 이유는 한국불교 사상을 국제적으로 개진시킬 수 있는 한국 불교학자의 수가 미비하며, 한국불교를 연구하는 서양 불교학자도 극소수라는 점에 있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국제적 수준의 연구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불교 사상을 알리고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할 수 있는 한국 불교학자 의 수를 확보하기 위해서 종단이나 불교대학은, 한국불교를 공부하고 알리는 연구인력 지원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지속적인 연수, 교류, 연구발표를 정례화할 수 있으며 국제학술지의 출판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 외국인의 한국불교 연구를 장려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한국불교를 심도 있게 연구하는 서구학자들의 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석·박사 과정이나 연구과정에서의 장학제도 혹은 연구 지원제도는 서양학자들에게 한국불교에 대한 연구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병행하여 구체적으로는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한국불교 연구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해 볼 수도 있다.

2002년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기념하는 초대형 불교학술회의가 내구적 자생력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행사도 한국불교 연구의 국제적 수준의 심화에는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많은 비용의 소요로 치뤄지는 행사지만 한국불교 연구의 역량 강화와는 무관한 일회적 행사에 그칠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행사의 기본 조건으로 국제적 수준의 연구인력 양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요컨대 국제적 수준의 연구인력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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