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사와 간월암의 소유권을 돌려 달라며 수덕사와 간월암 주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석청 스님이 모든 소송을 취하했다. 석청 스님이 선학원 감사이자 정혜사 재산관리인(선학원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은 주목해 볼 만하다.
정혜사와 간월암의 소유권을 둘러싼 선학원과 수덕사측의 주장은 팽팽했다. 선학원은 두 사찰이 선학원 설립 당시 재산을 출연한 분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수덕사측은 정혜사는 1962년 문공부에 수덕사와 함께 등록됐고, 간월암도 조계종 제7교구본사인 수덕사 말사로 등록된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두 사찰이 선학원 설립 당시 재산출연을 했는지 여부이고, 또 하나는 정혜사와 간월암이 종단에 명확히 등록됐는가 여부다. 선학원 설립 당시 재산을 출연한 게 명백하다면 선학원 분원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반대로 종단에 등록된 게 확실하다면 소유권은 수덕사측 조계종에 있게 된다. 이 소송이 최근 법인법으로 충돌하고 있는 조계종과 선학원의 대리전으로 비춰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석청 스님은 이 소송이 본격화되기도 전인 1월7일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소송취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나 설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취하 배경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정암 스님을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청구소송’과 전 정혜선원장 금산 스님 등을 상대로 제기한 ‘배임 및 횡령혐의’ 고소도 취하한 행보를 감안하면 소송을 전후로 석청 스님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하튼 원고였던 정혜사 대표가 소를 취하한 만큼 선학원의 법적 소유권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덕사는 정혜사와 간월암에 대한 소유권, 즉 종단등록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법적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법적소유권이 확실했다면 선학원의 주장은 처음부터 설득력이 없었을 것이다. 석청 스님이 소를 취하해 수덕사의 주장이 힘을 얻은 건 사실이지만 소유권을 완전히 인정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덕사와 선학원이 소유권 다툼을 하면서도 공통된 의견은 하나 있었다. 정혜사와 간월암이 만공 스님에 의해 중창된 사찰이라는 점이다. 만공 스님이 정혜사와 간월암 중창에 땀 흘린 건 후학들의 수행정진력을 키우라는 뜻이었지 ‘재물’을 쌓으라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더 이상의 분쟁을 사부대중은 원치 않는다.
[1278호 / 2015년 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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