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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불자들 신행 중심은 정토신앙

기자명 이제열

 
1700년의 장구한 한국불교 역사 속에서 불자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의지처가 되었던 신앙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래도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한 정토신앙을 떠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한국불교에 아미타불과 정토신앙이 없었다면 한국불교는 크게 부흥하지 못하였을 뿐더러 불교가 한국인들 삶에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교종·선종, 불교의 핵심이지만
수행자 중심 교단의 흐름일 뿐

관음·지장신앙 결국 정토 지향
연재 통해 바른 정토관 알릴 것

과거 한국불교의 흐름에 교종과 선종이 크게 발달해 이들 사상이 불교를 이끌어 온듯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출가를 중심으로 한 수행자들 사이의 일이고 실상에 있어서 민간불자들을 이끌어 온 불교는 아미타불 위주의 정토신앙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불자들은 불교의 교조가 석가모니 부처님인데도 정작 아미타불을 더욱 친근하게 생각했고 참선이나 교학보다는 염불을 통한 왕생극락에 비중을 두었다. 물론 살펴보면 한국불교 신앙 속에 아미타불의 정토신앙만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불교는 통불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신앙형태에 있어서도 다양성을 보여 왔다. 아미타신앙 외에도 관음신앙·지장신앙·미륵신앙·신중신앙 등 여러 가지의 신앙형태들이 깃들여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 중에 관음신앙과 지장신앙은 아미타불의 정토신앙을 압도할 정도로 강력하다. 지금도 각 사찰 법당에서는 관음보살과 지장보살 명호를 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관음은 현실고난을 해결해주는 귀의처로, 지장은 사후고난을 제거해 주는 귀의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이들 신앙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모두 아미타불과 정토신앙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의 중생을 구제 하려는 활동이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미타불과 정토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음경’에서 “관음보살의 스승이 아미타불”이라고 설하는 것이나 ‘지장경’에서 “지장보살의 목적이 지옥중생을 아미타불의 극락정토에 나게 하려는데 있다”고 설하는 것은 이들 신앙도 결국은 정토신앙에 포함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본래 정토신앙은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한 서방 극락정토에 대한 신앙을 가리키지만 실제로는 아미타불의 극락정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정토라는 말은 대승경전 전반에 걸쳐 나오는 용어로 반드시 아미타불과 연결시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보통 정토라 하면 아미타불에 의해 건립된 서방 극락정토를 떠올린다. 그러나 대승의 가르침을 보면 동서남북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는 한량없이 많은 정토가 존재한다고 설한다. 동방에는 약사여래가 건립한 유리광정토가 있고, 남방에는 미륵불이 건립한 용화정토가 있으며, 북방에는 아촉불이 세운 묘희정토가 있다. 나아가 항하사 모래수와 같은 부처님들에게 역시 항하사 모래수와 같은 정토가 있다고 설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정토를 다른 각도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즉 부처님의 깨달음 경지나 해탈의 경지를 정토로 대신하는 것이다. ‘화엄경’에서는 “진여일심(眞如一心)에서 바라본 법계가 그대로 정토”라고 가르치고 있으며, ‘유마경’에서는 “중생들이 사는 이 땅이 곧 정토인데 다만 중생들의 어리석은 마음에 의해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가르친다. 이와 같은 설명으로 본다면 정토가 실제에 있어서는 아미타불 중심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깨달음과 해탈을 이룬 모든 부처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차원과는 크게 다르다. 만약 미혹한 중생들도 부처님처럼 깨달음을 이루면 또 하나의 정토가 건립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설명에 대해 한 가지 의혹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정토가 있고 다른 측면의 정토가 있다면 왜 꼭 아미타불이 세운 극락정토만을 중시해 정토신앙의 근거로 삼느냐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아미타불의 극락정토가 다른 정토에 비해 보다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아미타불과 극락정토에 대해 설하고 있는 정토 경전을 보면 극락정토의 건립 배경과 광경 그리고 그 곳에 태어나는 방법들이 자세히 나와 있다. 특히 역사적 실존 인물이었던 빔비사라왕이 등장하는 극락정토의 교리는 다른 부처님들이 건립한 정토보다 설득력이 있으며, 수행 측면에 있어서도 뛰어난 교리체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는 중생의 임종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정토신앙이사후나 내세만을 위한 신앙은 아니다. 정토신앙 역시 현재의 번뇌를 타파하고 해탈과 열반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극락정토는 죽음을 맞이하는 중생들에게 금생의 죄업을 소멸시키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음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다시 말해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는 금생 해탈과 내세 왕생의 원리를 동시에 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미타불 정토신앙의 근거로는 반주삼매경을 시작으로 매우 많은 종류들의 경전이 있다. 하지만 주로 정토경이라고 하면 ‘아미타경(阿彌陀經)’, ‘무량수경(無量壽經)’,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 세 종류를 꼽는다. 보통 이 세 가지를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이라고 한다. 이 명칭은 인도와 중국에서는 사용하지 않았고 일본 정토종의 개조인 호넨(法然)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필자가 해설할 경전은 정토삼부경 가운데 분량이 가장 적은 ‘아미타경’이다. ‘아미타경’은 ‘무량수경’과 범어명이 같으나 분량이 훨씬 적어 소경(小經)혹은 본경(本經)이라고 부른다. 필자의 ‘아미타경’ 해설은 아미타불의 정체상과 극락정토의 본질을 밝히는데 있다. 모호하게 알고 있는 아미타불의 본래모습을 드러내고, 내세신앙으로 치우쳐 있는 극락정토 개념을 바로 잡아 올바른 정토관을 갖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해설의 주제는 ‘아미타경’에 있지만 ‘무량수경’과 ‘관무량수경’의 내용도 함께 거론할 계획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제열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1278호 / 2015년 1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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