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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과 학연

기자명 법보신문

“학맥 - 스승에 맞춰 이론방향 결정”

경주 석굴암 - 공주 무령왕릉 비판도 이중잣대 적용

최근 문화재청이 석굴암 인근에 역사유물관 건립을 발표하면서 석굴암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화재청은 석굴암 인근에 들어서는 역사유물관에 실물 크기의 석굴암 모형과 영상실을 만들어 직접 석굴암에 들어가 실물을 체험하는 것과 동일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다. 석굴암을 정확히 재현해 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석굴암에 대한 모독이며, 주변 환경의 훼손 우려가 있다는 점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내면을 살펴보면 이번 논쟁은 40여 년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석굴암 원형에 대한 논쟁의 연장선에 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석굴암에 역사유물관이 들어선다는 계획이 이미 몇 해전부터 알려진 마당에 지금에야 환경파괴를 이유로 반대를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석굴암 원형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입장에서, 현 석굴암의 모형을 재현해, 국민들에게 홍보가 되면 여론싸움에서 밀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정확한 속내일 것이다.

일제 시대부터 잘못 끼워진 석굴암의 역사는 60년대 황수영 박사가 현재의 형태로 복원하면서, ‘논쟁’은 지금껏 현재진행형이다. 목조전실의 문제, 전실의 전개 논쟁 등 어느 쟁점도 쉽게 결말을 내릴 수 없다.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논쟁이 결말이 나지 않는 근본 원인은 학파간의 해묵은 감정이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미 학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석굴암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학자들의 대부분이 석굴암 보수 당시 의견을 달리했던 김원룡 박사와 학적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 해주는 내용이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다. 그는 이 책에서 황수영 박사에게는 일방적인 비판의 칼날을, 김원룡 박사에게는 끝없는 애정을 보이는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고 있다. 황수영 박사에 대해서는 석굴암 복원에 있어 정권에 편승해 학문적 양심을 저버린 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면서, 최악의 졸속 발굴인 무령왕릉 발굴을 책임졌던 김원룡 박사에 대해서는 이것이 당시 학계의 수준이었으며, 그 고뇌를 헤아려야 한다며 애정 어린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이런 이중적인 잣대는 당시 무령왕릉 발굴에 참여했던 김원룡, 지건길, 조유전 등이 모두 유홍준 교수와 같은 학연으로 연결됐다는 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무령왕릉은 97년 보전상의 이유로 영구 폐쇄 돼 버렸다. 몇 달, 몇 년에 걸쳐서 해야할 발굴을 단 하루만에 제대로 된 실측도 없이 삽으로 쓸어 담은 야만적인 발굴로 인한 처참한 결과에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다.

최근 다시 일고 있는 석굴암 원형 논쟁이 새로운 자료 발굴로 이어진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러나 설익은 자료를 가지고 그나마 비바람과 해풍을 막아주고 있는 전실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들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만약 해풍과 비바람, 또 이교도에 의해 석굴암이 훼손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목조 전실이 원형이 아니라도 그렇다. 그나마 보존되고 있는 석굴암이 제 2의 무령왕릉처럼 되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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