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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잡고 싶다면

기자명 손혁재
100일의 회기로 열린 정기국회가 거의 끝나간다. 그러나 국회가 열리는지, 아니면 문을 닫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국회가 보여주는 모습, 나아가 정치가 돌아가는 모양새에 이미 국민은 실망하고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번 정기국회도 마찬가지이다. 일년동안의 나라살림살이를 잘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아야 할 국정감사, 내년도 나라살림살이 규모가 잘 짜여졌는지 깐깐하게 살펴보아야 할 예산심의, 그 동안 여야의 진흙탕 싸움박질로 처리되지 못하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쌓여있는 민생현안의 처리 등 정기국회는 밤을 새워도 부족할 정도로 할 일이 많았다. 그러나 국회는 파행에 파행을 거듭했다.

국회파행의 첫 계기는 10월 25일에 3개 지역에서 치러진 재·보궐선거였다. 국정감사는 선거에 밀려 예년보다 일찍 치러져 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충실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자신의 사적인 이익추구를 위해 국정감사를 악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가 밝혀져 도대체 국정감사는 왜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될 정도였다. 국정감사장에서는 의원의 면책특권을 남용한 무차별한 폭로와 선거운동성 발언으로 얼룩졌다. 선거운동원으로 차출된 의원들이 선거판을 누비고 다니는 바람에 국정감사가 끝나고 이어진 대정부질의와 상임위 활동도 엉망이었다. 오죽하면 국회의장이 국회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출석을 다 불렀을까.

10.25 재·보궐선거는 부정선거 때문에 다시 치러진 것이다. 선거부정을 저지른, 그래서 선거를 다시 치르게 만든 후보나 정당은 마땅히 자신들의 잘못을 국민에게 사죄하고 조용히 선거를 치렀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당도 어느 후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부정선거의 당사자를 다시 공천했고, 국회를 팽개치면서 대부분의 의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시켜 과열선거를 치렀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국회 회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국회가 정신을 차려 그 동안 미뤄두었던 의정활동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그것만이 국회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막는 길이다. 우선 112조원이 넘는 2002년도 예산안 심의를 제대로 해주기를 바란다. 예산은 결국 국민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소중한 세금이 아닌가. 세금이 다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쓰여지지 않고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 쓰여지도록 밤을 새워가면서라도 예산안 심의를 철저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또 국회는 밀려있던 각종 민생·개혁입법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경제위기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들의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하지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국회가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상가임대차보호법안이 상정되던 날 법제사법위는 결석한 의원들이 많아 정족수 부족으로 20분만에 회의가 끝나고 말았다. 민생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처리되지 못하고 뒤로 밀리거나, 폐기되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처리된다면 성난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달려갈지 누구도 모른다. 당장 11월 13일에 있었던 여의도 농민시위를 생각해 보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내린 선거법을 비롯해서 이용호 게이트 등으로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난 검찰개혁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 등 정치개혁과제도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처리해주기를 기대한다. 내년에는 상반기에 지방선거, 하반기에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민생개혁입법의 기회는 이번이 거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께 간절히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작년 4.13 총선 당시에 벌어졌던 낙천낙선운동이 위법성 여부를 떠나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그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손혁재(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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