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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혈세로 가톨릭 성시화 나설텐가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07.06 11:39
  • 댓글 0

한국인 최초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가 있는 충남 당진시의 ‘솔뫼성지’를 찾는 방문객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당진시에 따르면 솔뫼성지는 2013년의 경우 평일 방문객이 1일 평균 100∼200명, 주말 1000여명이었던 반면, 교황이 다녀간 직후부터 평일 방문객이 500여명, 주말은 35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통계를 기반으로 당진시가 ‘솔뫼성지’ 홍보에 더 박차를 가할 것은 명약관화할 것이라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솔뫼성지 일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면서까지 교황의 족흔과 동상 및 상징물까지 설치 한 건 눈에 거슬린다. 교황의 단 한 번 방문에 담긴 의미가 가톨릭계에는 크겠지만 이웃종교와 시민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가관인 것은 서산시가 한 술 더 떠 아예 성시화 사업에 발 벗고 나서려는 움직임이다. ‘교황방문도시’ 로고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서산시는 교황방문 기념관과 프란치스코 광장, 가톨릭 성지 순례길 등을 연결한 ‘가톨릭 성지 조성’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해미읍성 근처 도로명을 ‘성지로’라 지정하고 ‘교황 프란치스코 순례길’이라는 명예도로명까지 지정했다는 소리도 들리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나아가 국가사적인 해미읍성 내 가톨릭 신자들을 위한 묵상 기도처도 설치해 놓고 있다고 하니 아연실색해 진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서산시 자체를 가톨릭 성지로 만들기로 작정한 듯 보인다. 가톨릭계가 성시화 사업 계획을 서산시에 제안해도 심사숙고 해 최종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가톨릭성시화가 타당한 사업인지, 이웃종교의 반대는 없는지, 시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은 문제없는지 등의 다각적인 논의가 있은 후 최종 결정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교황 다녀간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처럼 장대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게 미심쩍다. 서산시가 직접 가톨릭 성시화 사업을 이끌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혈세가 특정 종교의 사업에 무작정 쓰이는 걸 찬성할 시민은 없다. 전국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둘레길도 이름을 짓는데 있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깊게 고려한 후 최종 결정한다. 그에 비해 당진은 역사와 문화 보다는 일시적 인기에 영합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서산시는 지금이라도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백지화 하고 재검토 해야 한다. 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관광사업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1301호 / 2015년 7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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