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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의 때 벗기는 수행은

기자명 법보신문
최근에 천주교 한국평신도 사도직협의회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각성을 촉구하는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똑바로 운동’이다. 물론 ‘똑바로‘라는 구호가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라며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천주교도들은 일단 이 구호아래 우리 사회의 도덕운동을 일으킨다는데 합의한 것이다.



천주교 ‘똑바로 운동’ 대중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무엇을 하자는 구호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사람이면 누구나 ’똑바로’의 뜻을 안다는 전제에서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선행을 실천에 옮기자는 취지다. 이를테면 쓰레기 분리수거에 참여하고 길가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것 같은 평범한 행동을 실천하자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한국 천주교는 이미 1989년에도 ‘내 탓이요’운동으로 교회 안팎으로 큰 동감과 호응을 얻었었다는 점이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내용을 실천으로 옮겨 자신이 사는 사회의 정화에 건설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이 두고두고 높이 평가되는 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 사회에선 다른 종교들도 천주교를 배워 자신들의 삶과 이웃의 삶에 무언가 좋은 영향을 미치는 노력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종교가 개인과 가정 더 나아가 사회를 해치는 일만은 없어야한다고 바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불교의 경우는 그런 신도들이나 사회의 기대에 아직도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물론 ‘맑고 향기롭게 운동‘처럼 지혜와 자비의 생활을 실천하는 순수한 신행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교의 이름을 건 일부 단체가 수행이나 부처님가르침의 실천과는 무관한 정치 사회운동에 결부되어 악명을 떨치는 경우는 불자로서 참으로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이승만 독재시절에는 대통령의 출마를 호소한다고 말과 소를 동원해 시위하는 우의 마의(牛意 馬意)사태까지 생겨나 두고두고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요즘도 그와 큰 차이가 없는 웃기는 장면에 불교인들이 동원되는 데는 그저 아연할 밖에 없다.



사회 정화에 한 몫

동원된 것이 아닌 자발적 참여라 상관없다고 한다면 그건 더 큰 걱정거리다. 자신들이 불교의 이름으로 행한 행동이 부처님과 불자들의 위신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 불교종단들이 흔히 권불유착(權佛癒着)으로 불자들의 체면을 깎았다고 말은 하면서도 민주주의가 꽃피고 있다는 요즘에도 특정 정권이 하는 일에는 무조건 앞장서 박수하기 바쁘니 너무 한심하다. 고도의 정치 술수가 작용하는 남북문제에서 그렇고 정권이 추진하는 무슨 개혁의 찬동에서 그러하며 심지어 일개장관의 불신투표에 대해서까지 정권 편을 들어야한다는 것이 정말 한심하다는 이야기다.

이 시점에서 스님들과 불자들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부처님이 과연 그렇게 하라고 한 것인가. 권력의 술수에 말려 홍위병이 되고 앞잡이가 되고만 일은 없는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교계 ‘마음 바로 보기’필요

불교인은 진리를 찾아 수행하며 착한 일을 하는 이외의 다른 세속 일에 휩쓸려 나라와 사회의 대의를 그르치는 짓은 삼가야할 것이다. 천주교도들이 똑바로 운동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깨달음을 향한 ‘유심직진(唯心直進)운동’으로 한 차원 더 높은 운동을 해야한다.

‘전법보기(傳法寶紀)’는 “수행이란 것은 마음을 하나로 하여 똑바로 나아갈 따름(유심직진)이다. 수행하는 동지들이여, 힘껏 나아가자. 황금 같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순수한 수행정신을 가진 운동을 해야지 일부세력이 세속의 정치에 이용하는 운동에 꼭두각시가 되어선 안될 것이다.



공종원(동국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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