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도심포교-대전 봉국사
11. 도심포교-대전 봉국사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5.08.1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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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먼저 손 내미는 도심 속 소통 도량

▲ 봉국사 카페에는 온갖 종류의 불서는 물론이고 3000여 권 분량의 경전이 담긴 테블릿PC 3대가 비치돼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봉국사 카페는 인근을 오가는 이들의 쉼터가 돼주고 있다.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도시 집중 현상은 인간의 생활양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시에서의 유행이 곧 대한민국 사회상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도시를 이해하고 읽어내려는 노력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이웃종교계는 지속적으로 교세를 확장한 반면 불교계의 도심포교에 대한 우려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은 산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시간을 할애해야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지난 7월25일 열린 ‘전북의 미래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도 “전북지역은 여전히 산중사찰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도심사찰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곳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는 반성이 나왔다. 비단 전북만이 아니라 여타의 지역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열악한 재정에 허덕이다
현원 스님 부임 후 변화

1층 창고 헐어 카페 조성
무료 미용실은 ‘지역 명물’
앞마당은 주차장으로 개방

수익금 모두 지역에 환원
도심포교 모범 자리매김


이러한 현실에서 대전 봉국사(주지 현원 스님)의 발전은 눈여겨볼만 하다. 봉국사는 유성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 위치해 있다. 터미널 문을 열고 나오면 가장 먼저 봉국사가 보일 정도로 가깝다. 더욱이 5일장인 유성장과 월드컵경기장, 유성IC, 충남대와 카이스트, 유성구청 등이 지척이어서 유동인구가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느 사찰보다 도심포교에 적합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빼어난 위치적 조건도 그에 걸맞은 원력과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도심사찰로서의 기능이 발휘되지 못할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봉국사가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 봉국사 전경. 주변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을 비롯해 전통시장 등이 있다.

봉국사 1층은 오로지 대중을 위한 공간이다. 우선 커피와 차를 파는 카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원을 운영하는 산중사찰은 많지만 공간이 협소할 수밖에 없는 도심사찰이 1층 대부분을 카페로 꾸민 것은 드문 경우다. 봉국사 카페는 불자는 물론이고 거리를 오가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책장을 빼곡하게 메운 불서들이 놀라움을 더한다. 뿐만 아니라 책장 앞에는 3대의 테블릿PC가 놓여있다. 각 기기마다 3000여 권 분량의 경전이 프로그램화 되어 부처님 가르침을 찾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일반인들이 카페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서와 테블릿PC는 포교방편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 매주 화요일, 봉국사에는 무료 미용실 ‘육오이상’이 문을 활짝 연다.

카페에서 나오면 미용실 ‘육오이상’이 보인다. 매주 화요일에 운영되는 미용실은 지역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또는 12세 이하 65세 이상이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여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다. 무료로 운영되지만 최고 수준의 염색약과 파마약을 사용하는 것은 주지 현원 스님의 배려 덕분이다. 사찰과 미용실의 조합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만도 하건만 봉국사의 ‘육오이상’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정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지역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5일장인 유성장이 열리는 날이면 봉국사는 더욱 북적인다. 현원 스님은 주차공간이 부족한 전통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봉국사 앞마당을 개방하고 있다. 최근 봉국사는 앞마당 한편에 철근을 매립하고 키위나무를 조성했다. 머지않아 키위나무 가지가 철근을 뒤덮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만들어지면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휴식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 로스터기를 통해 생산된 커피 수익금 전액은 나눔으로 회향되고 있다.

이처럼 봉국사는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도심사찰로서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봉국사와 스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신도들은 변화하는 사찰 모습에 소속감을 키워나간다. 특히 신도들은 카페 수익금과 로스터기(커피 볶는 기계)를 통한 판매 수익금 전액이 지역의 불우이웃과 수좌스님들을 위한 보시로 회향된다는 사실에 더없는 자긍심을 갖는다. 신도 수가 늘어나는 양적 팽창과 더불어 개개인의 불심이 깊어지는 질적 향상은 봉국사를 도심포교의 모범 사례로 만들고 있다.

사실 봉국사가 처음부터 지금의 모습을 갖췄던 것은 아니다. 4년 전, 현원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기 전까지 사무장과 공양주 보살의 월급을 한 번도 주지 못했을 정도로 재정이 열악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도심사찰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포교가 힘든 상황이었다. 무속신앙의 중심지 계룡산과 가까운 탓으로 스스로 불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신심 또한 여느 지역과는 조금 달랐던 게 원인이었다. 주지 부임 당시 봉국사 외벽으로 인근 상가에서 버린 쓰레기와 연탄재의 악취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한 스님은 6개월 내에 사찰을 정상화시키리라 다짐했다. 신도들에게는 주지 소임을 맡을 동안 절대 외부출입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때 스님은 도심포교 노하우를 배우고자 인근 사찰들을 순례했다. 교회와 성당에서 운영하는 카페들을 방문해 커피도 마시고 이것저것 물어보며 가능성을 타진했다.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사무장과 공양주 보살에게 월급을 처음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신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창고로 활용되던 1층을 허물어 카페를 만들고 곧이어 로스터기를 들여왔으며 미용실도 조성했다. 앞마당을 단아한 정원처럼 가꾼 것도 스님의 원력에서 출발했다. 현재는 누구보다 신도들이 봉국사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제 스님은 주지스님 방까지 내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중고장터와 농산물 직거래장터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미 방 한편을 헐어 외부로 통하는 문을 만들어놓았다. 구체적인 계획만 수립되면 주지스님 방은 봉국사가 외부와 소통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될 것이다. 그곳에 모인 수익금 역시 나눔으로 회향될 것이기에 스님과 신도들의 기대는 커지고 있다. 날로 척박해지는 포교 여건 속에서 봉국사는 지역에 먼저 손 내미는 도량으로,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하는 도량으로, 나아가 도심포교의 모범을 제시하는 도량으로 우뚝 서 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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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공간 조성 도심포교 핵심”

봉국사 주지 현원 스님

 
현원 스님은 봉국사에서 욕심을 버렸다. 신도들을 다그쳐 원하는 불사를 일으키기보다는 차곡차곡 기반을 쌓아가는 길을 택했다. 도심포교야말로 주어진 여건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야 한다는 스님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열악한 재정, 지역 불자들의 옅은 신심 등을 고려했을 때 다음 주지로 부임할 스님을 위한 토대를 일궈내는 게 스스로의 역할이라 여겼다.

현원 스님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도심사찰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번듯한 사찰을 짓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다음 주지스님을 위해 그 몫을 남겨놓았다”며 “중창불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봉국사까지 20년 넘게 주지 소임을 맡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봉국사에서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던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스님은 굳은 원력을 바탕으로 4년 동안 외부출입을 삼가하고 오직 봉국사를 가꾸는 일에만 매달렸다. 남는 시간은 봉국사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구상하는 데 썼다. 스님 스스로도 “참 열심히 산다”고 여길 정도로 성실한 하루하루였다.

지역 불자들의 연대의식과 참여도가 다소 미흡한 게 가장 아쉽다는 스님은 “신도들이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게 도심포교의 핵심”이라며 “봉국사가 카페와 미용실, 그리고 앞마당 등을 활용하는 것은 불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도심사찰에 오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스님의 계획은 소박하다. 충남대나 카이스트의 학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동아리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또 한 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스님은 언젠가 봉국사에 대학생들이 가득 들어찰 순간을 상상하며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스님의 꿈도, 봉국사의 꿈도 머지않아 앞마당을 향기로 메울 키위처럼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1306호 / 2015년 8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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