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가 중에 한 가지 수행이라도 하면[br]중생 교화할 수 있으니 이것이 보살

그런데 승가 대중 가운데 선과 교의 두 가지 종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고행으로 두타행을 하는 사람도 있으며 오로지 정토의 업을 닦는 사람도 있고 진실한 수행문을 걷는 사람도 있고 인연 따라 불사를 일으켜 법의 문중을 도와 선양하는 사람도 있으며 경전을 수지독송하고 사경하면서 수행문을 구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들 모두가 부처님의 백호광명 가운데서 가지가지 인연 따라 불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도 일개범부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재상의 관직을 가진 사람 중에 호법하고자하는 마음이 깊은 사람은 승가대중 가운데서 한 가지 행을 취하여 옳다고 여길 수 있으니 각각의 사람들이 반드시 참선을 꼭 해야 비로소 바른 수행이 되는 것도 아니다.

거사 중에 재계를 지니고
염불하며 삼보를 도우면
이게 진실히 수행하는 것
이말 허망히 여기지 말라

그리고 참선이 비록 묘하긴 하지만 실로 소승의 근기를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부처님 재세시에는 유독 가섭 한 사람뿐이었고 달마가 서천으로부터 와서 단지 2조 혜가대사만을 얻었고 황매산 700여 사람 중에 육조 스님 한 사람만이 마음을 인가받았다. 어찌 미세한 일이 아니겠는가. 승가 문중 가운데서 한 가지 수행만이라도 한다면 법문의 올바른 불사라고 할 수 있고 중생을 교화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다.

그러므로 “가지가지 수행이 모두 보살도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한 가지 일이라도 취할 만한 것이 있으면 죽이나 먹고 밥이나 축내는 일상적인 무리들이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많은 사람들을 이미 초월한 것이다. 이른바 “단점 가운데서 장점을 취하면 버릴 사람이 없고 장점 가운데서 단점만 취하면 온전한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세간과 출세간에 온전한 사람을 얻기가 어렵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언어문자의 갈등과 나아가 부처님께서 중생을 교화하시는 법칙의 차례가 부처님의 입장에서야 어찌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돈오하여 그 자리에서 성불하게 하고 싶지 않겠는가마는 다만 중생들의 근기가 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편의 권도를 베풀어 제접하고 인도하는 것이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승도가 자심을 깨치지 못하더라도 교법에 마음을 머물기만 할 수 있다면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요즘의 승도가 비록 참선이나 간경을 하지 못하더라도 계를 지니면서 경을 독송하고 복전이 되어 불법을 호지할 수 있다면 수없이 많은 저 평범한 마구니 종자들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거사들 중에 재계를 지니고 염불하면서 삼보를 도와 선양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만 해도 모두 진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이것은 제불께서 바라는 바이다. 제방의 고명달사들께서는 마땅히 자신을 믿어서 삼가 어리석은 내가 하는 말을 허망한 것으로 여기지 마시라.

의화의 여러 수도하는 사람에 줌(앞의 내용은 감산 스님께서 포괄적이고 전체적으로 불교개론을 설명하신 것이고 지금부터는 맞춤형으로 알맞게 말씀하시는 내용이다. 역자주)

내가 계축년 겨울에 오지방의 동쪽에서 지팡이를 짚고 남악으로 왔다. 가는 길에 의장(宜章)을 들렀는데 선남자 광소정(鄺紹楨) 등 20여인이 나를 경당(經堂)으로 맞이하더니 간곡하게 정례하고 공양을 올리며 법문을 열어줄 것을 청하였다. 간략하게 법의 요점을 설명하고 나서 하룻밤 묶고 길을 나섰다. 이윽고 내가 우령호난야(寓靈湖蘭若)에 은거하면서 화엄도량을 세워 풍송하고 있었다.

을묘년 여름 6월에 소정 등이 멀리서 찾아와 예를 올렸다. 때마침 내가 대중들에게 금강반야를 설할 때였는데 수희하면서 법문을 듣고는 크게 환희심을 내었다. 향을 사루면서 재가수행의 첩경인 요점을 알려달라고 청하였다. 내가 이에 개시하여 말하였다. “의장은 깊은 산속에 있는 벽지여서 선지식이 들를 기회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재가의 훌륭한 신도들이 많기는 하지만 정법을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321호 / 2015년 12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