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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내 발원문 만들기

불자다운 삶 살아가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흔히 욕심을 버리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특히 진에(瞋恚), 우치(愚癡)와 함께 탐욕(貪欲)을 번뇌의 원인이라 하여 닦아 없앨 대상으로 본다. 그렇다면 과연 이 세상을 욕심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해법은 지향과 발원(發願)에서 찾을 수 있다. 지향은 ‘내가 무엇이 되고자 하는 목표점’이다. 내 삶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내 삶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것은 중요한 인생의 덕목이다. 발원은 이러한 지향점을 보편적 인류애로 확대해 나를 비우면서 성취해가는 몸과 마음의 구체적 행동이다.

더 높은 진리·이웃 향한
적극·능동·실천적 덕목
성취를 위해 나아갈 때
매순간 불자로 거듭나

고우익 금강승가대 교수는 “발원(發願)은 나의 생각과 행동을 더 높은 진리를 향해, 또 이웃을 향해 끝없이 확장시키겠다는 원(願)을 세우는 것”이라며 “발원이 깊어지면 서원(誓願)이 나오고, 그 원을 성취하기 위한 힘찬 노력이 원력(願力)”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원을 세우는 것과 소원을 비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발원은 불자다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이며 약속이다. 또한 그 속에는 단순한 바람이 아닌 반드시 실현시키려는 강한 결의와 굳은 맹세가 담겨있다. 반면 소원은 무언가를 바라는 그 중심에 ‘나’가 아닌 ‘타자’가 자리 잡고 있다. 곧 다른 대상을 향해 바라는 바를 비는 것이 중심이 된다는 의미다.

기도문과 발원문은 여기에서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 불교에서는 어떤 원인의 결과를 자신의 행위가 아닌 다른 누군가나 무엇인가에 의지한다는 것을 철저히 배격한다. 따라서 발원의 ‘무엇을 바란다는 것’은 기저에 자기 자신의 의지와 철저한 노력이 수반된다는 능동적 의미가 깔려있다. 물론 개인적이며 기복적인 기도를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도는 점차 참된 깨달음과 중생구제를 위한 서원으로 발전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원은 수행이 되고, 불제자로서 참된 기도가 된다.

오늘날 불교에는 수많은 발원이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발원 가운데 모든 보살이 지녀야 하고, 모든 인류가 지녀야 할 보편적인 내용을 총괄한 것이 사홍서원(四弘誓願)이다. 때문에 사홍서원을 ‘총원(總願)’이라고 부른다. 총원에 대비해 각각의 보살들이 갖는 개별적인 원을 ‘별원(別願)’이라고 한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전에는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고 서원했고, 법장 스님은 ‘괴로운 중생에게 깨달음을 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결코 깨달음을 얻지 않겠다’는 뜻을 반복해 천명하고 있다. 이밖에 ‘천수경’에 등장하는 관세음보살의 10원6향원, 아촉불의 10원, 보현보살의 10대원, 약사여래 12대원 등이 별원에 해당된다. ‘본원(本願)’이라는 것도 있다. 어떤 부처님이 여러 가지 서원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그 부처님이 과거 보살이었을 적에 세웠던 것으로 여겨 본원이라 부른다.

이처럼 발원은 불교정신의 적극성과 능동성, 실천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종교적 덕목이다. 따라서 불자라면 누구나 발원을 세워야 한다. 발원에는 불자로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형식이 요구된다. 발원문은 기본적으로 ‘귀의·찬탄·참회·발원·회향’ 등의 요소를 갖춰야 한다. 물론 이 모두를 반드시 갖출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요소를 생각해 자신에게 맞는 발원문을 작성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 법상 스님은 “불교 신앙은 믿음과 발원, 실천으로 이뤄지는데 대부분의 경우 믿음에서 발원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불교적 삶의 목표인 발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실천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의 행복과 평화를 위한 발원을 세우고 성취를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 매순간 불자로 거듭날 수 있다”며 “나만의 발원문을 작성해 가정에서 회사에서 놓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그것이 곧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32호 / 2016년 2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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