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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본문 구성 유형

설법은 부처님 말씀 근간한 일종의 칼럼

설법은 부처님의 말씀을 근간으로 견해를 피력하는 칼럼 형식임으로, 내게 맞는 칼럼 유형을 선택해 자료를 배열해 나간다. 학자마다 칼럼의 유형·분류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국내 언론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칼럼은 크리그바움(Kriegbaum, 1956)의 분류 방식이다.

칼럼은 기둥 뜻하는 라틴어
기둥역할 할만큼 중요 위치
감동은 반복적 필사서 비롯
글에 대한 주인의식 가져야

첫째 유형은 심층보도칼럼이다. 전문가 의견칼럼에 해당하는데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를 기승전결로 다룬다. 이를테면 북한 미사일 문제, 선거구 획정 같은 경우다. 둘째는 의견개진칼럼으로 관찰자 입장에서 기술한다. 가벼운 시사비평, 서평, 집값상승, 청년실업 문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는 가십잡담칼럼으로 개각이나 정부 산하기관 인사문제, 고위층 부패문제 등 국민의 눈으로 세상사를 읽고 사회문화패턴 변화 등을 되짚는다.

넷째는 유머칼럼이다. 짧은 시, 재담, 인생사 희로애락, 시중에서 서민들이 주고받는 농담 속 진담에 주목한다. 다섯째는 에세이칼럼으로 자선냄비에 담긴 자비로움, 시골 농사꾼 교수나 사찰의 스님이 들려준 지혜로운 이야기,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세태와 아직도 잔잔하게 흐르는 오지사람들의 인정 등을 들려준다. 여섯째는 개인일기칼럼으로 퇴직한 장차관의 지난 이야기, 기업 창업주 혹은 월드컵 유치 선봉장의 비화, 무명 선수나 연예인의 뒤안길을 정리한 글이다.

어떤 유형이 내 취향에 맞는지를 파악했다면 글쓰기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칼럼(Column)은 기둥을 뜻하는 라틴어 칼룸나(Columna)에서 유래했다. 저널리즘에서는 기둥역할을 할 만큼 여론형성과 공론의 장으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따라서 칼럼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회적·국가적 갈등의 불을 끄는 물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그 골을 더욱 패게 하는 불씨가 되기도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저명성을 통해 매체와 기관의 위상을 견인하고, 학자 등 전문가 그룹을 통한 논조의 타당성 전파 효과, 무겁고 딱딱한 보도와 매체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대중적 이미지로 승화하는 효과를 견인한다. 그래서 칼럼니스트로 문화예술인, 종교인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 칼럼은 차이(difference)의 문화가 도드라져야 빛난다. 낯선 곳으로 여행 가서 그곳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자신이 떠나온 곳을 낯설게 성찰한다. 이런 차이의 문맥은 익숙함에 매몰된 사유와 정체된 깨달음을 자극한다. 글과 사유가 낯설어야 참신하고 감칠맛 나는 이유다. 그런 성찰이 배인 스토리가 옹달샘 물처럼 빛날 때 신선함과 심미안의 매력을 발산한다.

성찰은 사색에서 샘솟는다. 쇼펜하우어 ‘문장론’에서도 이런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비록 동일한 모습과 형태를 갖춘 진리일지라도 생성된 모태는 엄연히 다르다. 산의 정상일지라도 오르는 사람의 개성과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색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는 단순히 산 정상에 도달했다는 물리적 결과만이 아니라 정상에 도달하는 동안 겪었던 체험이 포함돼 있다. 사색을 통해 얻어진 진리는 독서로 획득한 진리와 달리 어떤 환경 변화가 발생해도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청중의 가슴에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흐르는 물 같은 말씀은 찰나의 영감과 경험의 편린(片鱗)이 뿌리내린 문장의 숲에서, 생명력 있는 바람으로 불어갈 때다. 그런 강렬한 감동의 스피치는 거듭 강조하거니 반복적인 필사만이 지름길이다. 원로 아나운서 차인태 선생은 어릴 적부터 수줍음이 많고 말수가 적어 누구보다도 스피치 훈련에 매진했다. 스포츠 중계를 할 땐 선배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중계방송 멘트를 메모했다. 정확한 발음과 언어구사를 위해 선배 아나운서들 방송 테이프를 필사하며 밤을 지새웠다. 3분짜리 방송을 위해 수백 번씩이나 연습했다.

칼럼은 미디어 기능의 하나로써 칼럼니스트와 오피니언 리더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고 책임도 진다. 칼럼은 도덕적, 법적책임을 동반한다. 글은 양식이고 주어는 나 자신이다. 양식 있는 글쓰기는 반드시 주인의식을 요구한다. 칼럼과 설법의 공통점은 인용문을 자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인용어휘는 반드시 출처를 밝히고 본질을 훼손해선 안 된다. 인용문 짜깁기는 표절이다. 표절은 금물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33호 / 2016년 3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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