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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월망지(見月亡指)

테러방지법은 국민감시법?

불가에 견월망지(見月亡指)라는 표현이 있다. 원문을 풀이하면 달을 봤으면 달을 가리키는 손을 잊으라는 뜻이다. 본질을 깨우쳤으면 수단들은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능엄경’은 견월망지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누군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 보인다면 우리는 손가락이 향한 곳을 따라 달을 보게 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의 손가락을 달의 본체로 여기게 된다면 우리는 달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손가락까지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테러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다수파의 횡포를 막기 위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발동하며 버텼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세계가 테러 위협에 노출된 이상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다만,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왜곡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것뿐이다.

정부는 1982년부터 국가테러대책회의라는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법률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3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소집한 적 없는 기구다. 있는 기구도 활용하지 않으면서 새삼스레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의 권한 강화에 맞춰진 점에 우려가 크다. 국정원의 판단에 따라 국민이나 단체, 정당의 휴대전화 감청은 물론 위치, 금융, SNS, 메신저 등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테러라면 IS와 같은 외부단체에 대한 감시와 정보 수집이 우선일 텐데, 왜 테러방지법이 자국민 감시에 방점이 찍혀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국정원이 국민의 편에 서서 정의로운 길을 걸어왔다면 논쟁 자체가 무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국정원은 대통령 선거 댓글 개입, 휴대전화 감청 프로그램 사용, 간첩 사건 조작까지 저질 정치공작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견월망지에 등장하는 손가락과 달은 둘 다 진실이다. 다만, 방편과 본질을 혼동하지 말라는 경책이다. 그러나 우리의 테러방지법은 법 자체도, 그 법이 가리키는 목적도 함께 의심받고 있다. 손가락과 달을 모두 버려야 진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느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듯싶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4호 / 2016년 3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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