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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매일 경전 읽기

“간경은 지혜의 눈 뜨게 하는 나침반”

 
부산에 거주하는 일진행(80) 보살의 하루일과는 경전읽기로 시작해 마무리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화엄경’ ‘법화경’ ‘아미타경’ ‘지장경’ 등 스스로 정한 분량을 읽어야만 하루일과를 마무리한다. 그는 “부처님 말씀이 담긴 경전을 꾸준히 읽다 보면 신심의 뿌리가 깊어지고 자연히 마음이 열린다”며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경전, 부처님가르침 골수
자신에게 맞는 경전 골라
매일 독송하고 체득하면
깨달음 이르는 길 열려

김법영 부산 김앤정 정형외과원장도 초기경전을 읽는 것이 주된 일상 가운데 하나다. 김 원장은 “우리말로 번역된 경전을 팔리어 원문과 하나하나 대조하며 읽을 때면 환희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경전 읽기, 즉 간경(看經) 수행은 불자들에게 널리 권해지는 수행법 중 하나이만 매일 경전읽기를 실천하는 불자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책 읽는 것을 꺼리는 요즘 풍토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불자들의 상당수는 경전을 어렵게 만 느낀다. 더구나 선가(禪家)에 전해오는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잘못 이해해 참선수행을 위해서는 경전을 멀리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불자들도 적지 않다. 이렇다보니 간경은 불교를 전공하는 학자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기는 불자들도 있다.

그렇다면 왜 경전을 읽어야 할까. ‘간경수행입문(조계종출판사, 2008)’에 따르면 경전은 부처님 가르침의 골수로, 경전에 담긴 부처님의 마음을 체득하기 위해 읽고 또 읽어 삼매를 얻게 되면 이 또한 부처님을 만나는 길이기도 하다. 즉 경전을 소리 내어 독송하거나, 뜻을 새기며 읽는 간경은 지혜의 눈을 뜨게 하고 깨달음으로 이끄는 나침반과 같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해서 깨달음을 의식하며 경전의 뜻을 알아차리는데 집착한다거나 경전을 읽는 행위 자체로 자만심을 가져서는 진정한 수행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 감인선원 주지 보연 스님은 “오랜 세월 전통을 이어온 경전 독송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체 중생을 위한 회향이 된다”며 “비록 뜻 모르고 읊는 경전이라고 할지라도 일체 중생 가운데 한 미물이라도 이 소리를 듣고 깨친 바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경전 독송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스님은 “보살행을 실천하는 가장 빠르고 명확한 방법이 경전 독송이라는 점에서 꾸준히 경전을 읽는 그 자체가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불자들은 어떤 경전부터 읽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특별히 어떤 경전이 우월한 것은 없다. 자신이 읽기에 맞는 경전을 선택해 꾸준히 읽는 습관을 갖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스님들은 설명했다. 각 종단마다 자신들의 수행전통에 맞게 중시 여기는 경전을 소의경전이라고 부르는데 대한불교조계종의 경우 ‘금강경’을, 천태종은 ‘법화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각 종단마다 권하는 경전이 다양하지만 개개인의 원력에 따라 경전을 선택하면 된다. 초심자는 처음부터 너무 길고 어려운 경전을 고르기보다는 수행정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넓혀 나가는 것이 좋다. 불교의 기본교리를 담은 ‘아함경’부터 ‘능엄경’ ‘금강경’ ‘원각경’ ‘화엄경’ ‘법화경’ ‘열반경’ 등의 순서로 읽을 것을 조언한다. 아미타불 신앙에 대해 설하고 있는 ‘정토삼부경’을 집중적으로 독송하는 것도 좋다. 특히 여러 경전을 읽더라도 불교이해의 기준을 세울 수 있는 경전을 선택해 매일 읽어나가는 점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 오랫동안 수행을 지도해 온 스님들의 설명이다.

경전은 정견(正見)을 갖는 기초이고, 집중적인 독송을 통해 정정(正定)에 이르는 토대가 된다. 이런 까닭에 옛 스님들은 어렵더라도 매일 경전을 읽을 것을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 차 한 잔의 고요함과 더불어 하루를 시작하며 또는 하루를 마감하기 전 경전을 펼치는 것은 어떨까. 서산 대사의 말씀이 경전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더욱 단단하게 여민다.

“경을 보되 자기의 마음속을 향하여 공부를 지어가지 않으면, 비록 만 권의 장경을 다 보았다 하더라도 아무런 이익이 없으리라.”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34호 / 2016년 3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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