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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처작주(隨處作主)

기독교에 표 구걸 정치인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이 있다. 어떤 곳에 처하든 주인공이 되라는 뜻이다. 입처개진(立處皆眞)과 함께 쓰이는데 어떤 곳에 처하든 주인공이 되면((隨處作主) 서 있는 그곳이 항상 진실하게 된다(立處皆眞)는 가르침이다. 임제 스님은 “큰 그릇이라면 결코 남들에게 미혹 당해서는 안 된다. 어떤 곳에 처하든 주인공이 되면 서 있는 그곳이 항상 진실하게 된다. 그대가 한 찰나라도 미혹된다면 마구니가 마음에 침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책했다.

그러나 수처작주의 의미를 처한 상황의 분위기에 잘 맞추거나 주도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임제 스님에 따르면 수처작주는 남에게 미혹되지 않고 중심을 잘 지키는 것이다. 어떤 곳,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압력이나 권위, 이해타산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오로지 진실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래야 서 있는 그곳이 참된 자리, 진실의 공간이 될 수 있다.

2월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 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로 세간이 시끄럽다. 기도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상임비대위원의 황당한 발언 때문이다. 이들은 목사들 앞에서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에 대해 하나님의 이름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당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 발언이라고 믿기에는 비루하기 짝이 없다. 차별금지법은 유엔인권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발의된 것으로 성별, 장애, 피부색, 성적 취향 등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민주주의라면 당연히 지켜져야 할 중요한 가치다. 이런 국민적인 권리를 특정 종교의 표를 의식해 헌신짝처럼 내버렸다는 점에서 이 나라 정치인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이들은 그곳에 모인 목사들의 분위기에 맞추는 것을 수처작주로 착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을 외면하고 특정종교에 아첨하는 행위는 야합을 넘어선 구걸이다. 그렇다면 표를 가진 국민의 수처작주는 어떤 것일까? 국민이 이번 선거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면 이 나라의 입처개진은 요원한 일임을 이들 정치인들이 반면교사로 일깨우고 있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5호 / 2016년 3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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