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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사위불탑(聚沙爲佛塔)

정치개혁, 내 한 표서 시작

4·13 총선이 목전에 다가왔다. 국민의 소중한 한 표가 모여 민의를 대변할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에 따른 줄 세우기 공천이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절망을 주고 있다. 국민의 뜻을 살펴 정책을 내놓기보다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과 인연을 강조하는 후진적인 선거문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는 충격적이다. 국민들의 비판이 쇄도하자 후보들이 느닷없이 길거리에서 떼거리로 무릎을 꿇고 마음에도 없는 사죄를 표명하며 표를 구걸하는 촌극은 역사에 기록될지 싶다.

야당 또한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같은 당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던 사람들이 남처럼 갈라서 독설을 퍼붓는가 하면 특정 지역을 볼모로 진흙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나라 정치인들의 밑바닥을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벌이는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들이 정치 불신과 투표참여 저조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정치인들이 양산되는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이나 혐오로, 개인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의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4년 전인 2012년 총선 투표율은 54.2%, 8년 전인 2008년 총선 투표율은 46.1%에 불과했다. 국민의 절반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선거가 민의를 반영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법화경’ 방편품에 취사위불탑(聚沙爲佛塔)이라는 구절이 있다. 풀이하면 ‘모래를 쌓아 탑을 만들다’라는 뜻인데 본래 내용은 이렇다.

“어린아이가 놀면서(乃至童子戱) 모래를 쌓아 탑을 만들어도(聚沙爲佛塔),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은(如是諸人等) 이미 불도를 성취한 것이다(皆已成佛道).”

비록 아이들이 놀면서 모래로 탑을 쌓았다 하더라도 그 공덕은 헛되지 않고 반드시 성불의 종자로 이어진다는 가르침이다. 투표도 마찬가지다. 함량 미달의 정치인들을 국회에서 퇴출하고 참다운 일꾼을 국회로 보내는 일은 나의 한 표로부터 시작된다. 나비의 미약한 날개짓이 때로는 폭풍우가 되는 법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39호 / 2016년 4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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