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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은 이행돼야 한다

지난 6월 15일은 ‘6·15 남북공동선언’ 3주년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북쪽에서는 3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으나, 남쪽에서는 핵문제 등으로 민화협과 통일연대 등 일부 민간 통일운동단체들이 조촐한 기념행사를 가졌을 뿐 조용히 넘어갔다. 북한 핵문제로 남북간 ‘신뢰’에 금이 가면서 남북관계가 정체국면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대북송금과 관련한 특검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6·15 공동선언의 의의도 점차 퇴색되는 듯하여 안타깝다.

그동안 남북한은 1972년 ‘7·4 공동성명’ 발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발효, 2000년 ‘6·15 공동선언’ 발표 등 남북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합의문을 여럿 만들어 놓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유일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북한에서는 국내외 정세의 변화와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해서 남북합의문을 만든 이후 정세가 변화하면 이를 이행하지 않는 악습을 보인 바 있다.

한편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는 남한은 임기에 따라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전임 정권이 합의한 남북간 합의사항을 다음 정권이 계승하지 않거나 새로운 합의문을 만듦으로써 전임 정권이 만든 합의문이 사문화되는 경향이 있다. 김대중정부는 집권 초에는 남북기본합의서 이행을 강조하다가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통일의 원칙합의와 통일방안의 공통성 인정, 그리고 교류협력과 당국간 대화를 모색하는 6·15 남북공동선언을 만들어 냈다.

6·15 공동선언의 핵심은 남북 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이다. 6·15 공동선언에서 남북한이 ‘적대적 의존관계’를 청산하고 ‘호혜적 의존관계’로 발전시킬 것을 약속한 것은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북측은 공동선언 발표 3주년을 기념하는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서 행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연설을 통해서 남북공동선언의 발표로 불신과 대결로 얼룩졌던 남북관계가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되고, 통일운동에서는 “민족자주 통일위업의 새 역사가 펼쳐지게 됐다”며 공동선언의 의의를 부각시켰다.

남측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김대중정부의 ‘화해협력정책(햇볕정책, 포용정책)’을 계승·발전시키고 6·15남북공동선언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평화번영정책’을 통한 남북화해를 가속화하지 못하고 북핵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미·일 3국은 ‘대화와 압력의 병행원칙’에 따른 북핵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반세기 이상 유지되고 있는 ‘북-미 적대관계의 산물’이라고 하는 구조적 성격을 고려할 때 북·미 어느 한 측의 전격적 양보가 없는 한 북핵문제는 단기간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의 장기화에 대비한 새로운 대북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 노력을 지속하되 북핵문제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북핵문제와 기타 남북 현안문제를 분리하여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남북대화의 모멘텀 유지 등을 위해서는 새로운 교류협력사업을 벌리기는 어렵더라도 기존에 합의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은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진정한 남북화해와 공존공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한 모두 대결적 냉전사고로부터 벗어나 민족공동번영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간 공존체제가 유지되려면 남북한 모두 상대를 부정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 ‘자폐적인 정의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북한을 공존의 대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yhko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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