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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방식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5.16 12:22
  • 수정 2016.05.16 12:23
  • 댓글 1

행복문화연구소에 인문학 공부를 하러 오는 덩치가 작고 약해 보이는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싸움을 하고 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자신을 평소에 무시하는 친구가 오늘도 아무 이유 없이 뒤통수를 때리면서 시비를 걸었다고 하더군요.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계속 괴롭힘이 이어지자 이성을 잃고 주먹다툼을 했다고 울먹이며 말하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전 생각했습니다.

싸움 후 남는 건 원수뿐
자신을 방어할 힘 필요해
지혜로운 해결법 습득은
내면 힘 키움으로써 가능

‘이 아이는 평소에 우유부단해서 친구들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 만약 계속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이 아이를 괴롭히는 친구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의 서열이 정해지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그냥 싸움 잘하는 친구가 서열이 높은 것이죠. 대학생만 돼도 나름 이성적으로 변화하고, 분노하더라도 폭력을 행사했을 때 되돌아오는 후폭풍이 두려워 주먹다짐을 안 하게 되지만 그 이전에는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동물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죠.

이런 본능을 가지고 있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무조건 싸우지 말라’고 강조하는 것은 그리 지혜롭지 못한 조언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싸워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일단 아이에게 싸움 잘하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몇 가지 싸움하는 방법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어떻게 자신의 몸을 지켜야 하는지를 알려줬죠. 그러자 그 아이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더군요. 다음으로 그 아이를 앉혀놓고 잡아함경에 수록된 ‘전쟁경’ 속 부처님의 말씀을 알려주었습니다.

“싸워서 이기면 원수와 적만 더 늘어나고, 패하면 괴로워서 누워도 편치 않다. 이기고 지는 것을 다 버리면 잘 때나 깨어 있을 때나 편안하리라”

왜 싸움을 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준 후, 이번에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우습게 보이면 어떻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지도 알려줬습니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선택하도록 했죠. 싸우면서 살지, 참으면서 살지, 괴롭힘당하면서 살지, 싸우지 않으면서 괴롭힘도 안 당하고 살지를 결정하도록 했어요.

전 그 아이에게 검도를 시작할 것을 권유했죠. 그 아이는 검도를 하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 것이라 우려했지만 괴롭힘을 당하기도 싫었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검도를 다니기로 선택했습니다.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덩치가 작고 약해 보이던 그 아이는 변했습니다. 누가 봐도 결코 약해 보이지 않는 눈빛을 가지게 되었죠. 1년 동안 검도를 다니며 가고 싶지 않아 울기도 많이 했고 떼도 썼지만 꾸준히 자신을 이겨내고 1년 동안 운동을 하자 변화가 시작된 것이죠. 여전히 본연의 착한 성격이 그대로였지만 또래 친구들이 우습게 볼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갈고 닦음에 애를 쓴 사람은 자신감 있는 눈빛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학문, 운동, 경제활동, 취미 등 그 분야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치열한 노력으로 자신을 제련했기에 강렬한 눈빛을 가질 수 있죠. 이렇게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쉽게 두려워하지 않으며, 당황하지 않고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다툼이 많기도 참 많은 이 세상을 살아가며 모든 시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방법은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다툼에 휘말리지 않고, 휘말린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은 오직 내면의 힘을 키움으로써 가능해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 기억했으면 합니다.

부처님의 아들인 우리가 치열한 정진의 힘으로 고귀한 가문에 어울리는 위엄과 지혜를 가질 수 있기를 거룩하신 부처님께 두 손 모아 발원합니다.

 

 

 [1344호 / 2016년 5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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