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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이전에 ‘성보’라는 사실 간과하지 말아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6.05.30 11:08
  • 댓글 0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조계종 총무원을 예방해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전시회에서 발생한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 홀대’ 사건에 대한 해명과 함께 사과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한일 양국의 고대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반가사유상을 한 자리에서 마주하게 한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은 불교계는 물론 이웃종교와 일반인들의 관심도 쏠리게 할 만한 기획전이었다. 맑은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있는 국보 제78호 반가사유상만 하더라도 한국적 보살상을 성공적으로 완성시킨 우리나라 최초의 반가사유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삼국시대의 반가사유상 영향을 받은 일본이 빚은 반가사유상은 또 어떨지 궁금해 할 만하지 않은가.

반가사유상은 부처님께서 태자시절 생로병사에 따른 무상을 사유 또는 고뇌하는 이른바 ‘태자사유상’에서 비롯됐다.

우리의 반가사유상 대부분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 어떤 이는 깨달음을 얻은 환희의 미소라 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미륵보살의 자비심을 내어 보인 미소라고 한다. 어떻게 가름하든 그 속에서 연기, 무상, 중도, 생명 등의 부처님 말씀 한 구절을 떠올릴 수 있게 한다면 이 특별전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상생 의미만 인식시킬 수 있어도 ‘두 반가사유상의 만남이 양국의 관계에 있어 새로운 미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 의도는 적중한 셈이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최근 행보는 이러한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일본 측의 불교 의식은 허용했으나 한국 측의 의식은 전면 불허했는데, 일본 목조반가상은 주구지 소장이기에 주구지 측이 진행하는 의식은 별 문제 안 되지만 금동반가상은 국가지정문화재인 만큼 종교 의식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반가사유상 소유 주체에 따라 특정종교 의식 봉행 여부가 판가름 난다는 논리는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께 차 한 잔 올리는 건 전시장에 잠시 나툰 부처님이지만 성보로서 극진히 모시겠다는 불자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외면하는 건 성보로서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의 다름 아니다. 성보, 즉 불교문화재에서 종교적 숭고미를 뺀다는 건 그 속에 담긴 정신을 도려내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성보를 단순 문화재로 전락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보적 가치도 스스로 반감시켰다. 불교문화재 이전에 성보였다는 사실을 간과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성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사 사건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1345호 / 2016년 6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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