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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고피기(此起故彼起)

영국 브렉시트가 주는 교훈

‘잡아함경’에 차유고피유(謂此有故彼有) 차기고피기(此起故彼起)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남으로 저것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흔히 연기송(緣起頌)이라 불리는 이 가르침은 존재론에 대한 불교의 핵심을 담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기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연이든 인간이든 서로 의지하고 관계를 맺으며 존재한다. 그래서 연기는 곧 상의상관(相依相關)이다.

최근 이런 연기의 가르침이 체험으로 다가오는 일이 있었다. 영국의 브렉시트(Blexit) 때문이다. 브렉시트란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함을 의미하는데 영국이 브렉시트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 유럽은 물론 세계의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을 쳤다. 국내에서도 브렉시트 결정 당일 주식시장에서 4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증발해버렸다. 서쪽의 끝에서 일어난 일이 동시에 동쪽의 끝인 우리나라에 이토록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세상의 모든 일이 연기의 법칙에서 벗어나 있지 않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물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를 경영하는데도 미래를 예측하는데도 연기적 사고를 잃어서는 안된다. 어떤 사안을 판단하는데 연기적 사고가 결여됐다면 바른 판단이 될 수 없다. 연기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문제를 둘러싼 역학관계를 살피지 않거나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다는 의미이니 곧 독선이나 아집에 따른 결정으로 귀결되기 쉽다. 그러나 둘러보면 우리를 둘러싼 상황들이 연기적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변 정세는 살피지 않고 오로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나 북한과의 대화통로를 차단하고 감정싸움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우리정부나 연기적 사고가 결여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일본 위안부 피해 협상이나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정교과서도 마찬가지다. 불교에는 “여법(如法)하게”라는 말이 있다. “법과 이치에 합당하게” 라는 뜻인데 결국 연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라는 의미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50호 / 2016년 7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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