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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僧’의 형성

‘僧’은 ‘상가’의 역어...공동체 강조하는 동아시아 문화양상 내재

우리말로 굳어져 있는 ‘스님’은 원래 출가 승려가 그 스승을 일컫는 말로 사승(師僧)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지금은 말뜻이 변하여 출가 수행자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스님’이란 어형은 아마도 ‘승(僧)님’이라 하다가 이응 받침이 탈락되면서 생겼으리라고 추정된다. 그렇다면 ‘스님’의 어원에 해당하는 ‘승(僧)’이란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佛’의 형성과정과 마찬가지로 ‘僧’의 성립과정에도 중앙아시아의 말이 끼여든다. 범어 ‘sam·gha’가 중앙아시아에 전해지면서 중앙아시아의 발음법에 따라 맨끝의 모음a가 탈락되어 ‘sam·gh’ 또는 ‘sam·k’로 발음되는데, 끝의 gh나 k발음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발음되기 때문에 결국 한역 과정에서는 ‘僧’이란 한 자로 음역(音譯)하게 된다. ‘佛’과 마찬가지로 ‘僧’은 ‘승가(僧伽)’의 줄임말이 아니고 범어 ‘상가(sam·gha)’의 또다른 역어인 셈인데, 현장(玄 )이 ‘僧伽’라고 ‘伽’ 한 자를 더 붙여야 한다고 주장해서 현재 ‘僧伽’라는 음역이 ‘僧’과 함께 쓰이게 되었다. ‘佛’과 ‘僧’ 둘 다 음역이고 의역이 아니기 때문에 허신의 설문해자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으며 이 점에서 의역어인 ‘法’이 설문해자에 수록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불교 문헌에 ‘僧’이 등장하는 것은 안세고(安世高)의 한역과 안세고보다 20년 후에 중국에 온 지루가참(/지참)의 한역이니 동한(東漢) 때 비로소 ‘僧’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범어 ‘상가’는 원래 네 명 이상의 출가수행자가 한 곳에 모여 이룬 집단을 뜻했다. 흔히 ‘상가’가 화합(和合)을 뜻한다고 해서 승가의 기본정신으로 화합하는 마음을 들먹이곤 하는데, 물론 화합 정신으로 풀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화합’에는 다른 뜻도 들어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화합은 화합체, 결합체로 풀이되어, 단단한 합금이 깨기 어렵듯이 세간의 힘으로는 상가의 결속력을 깨뜨릴 수 없기 때문에 ‘화합’이라 한다. 때문에 상가가 세간의 힘에 휘둘리어 오합지졸같이 산산이 흩어질 때는 이미 상가가 아닌 것이다.

아무튼 중국에서 ‘僧’으로 번역된 이후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점차로 인원수에 관계없이 한 사람의 출가수행자라도 모두 ‘僧’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僧’의 용례가 오늘날 우리가 쓰는 ‘스님’의 직접적인 어원에 해당한다.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러한 ‘僧’의 의미변화를 통해서 집단과 개인을 동일시하는 동아시아의 공동체 위주의 문화 양상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출가 수행자를 가리키는 말로 ‘僧’ 이전에 ‘상문(桑門)’이 있었다. 위서〈석노지〉에서는 ‘사문(沙門)’, ‘상문(桑門)’이 모두 ‘僧’과 같은 말로 범어(胡言)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풀이한다. ‘사문’이나 ‘승’은 지금도 쓰이고 있지만 ‘상문’은 죽은 말이 된 지 오래다. 그렇지만 안세고가 역경작업에 손대기 전에 이미 중앙아시아를 통해 ‘상문’이란 말이 중국에 들어왔으니 ‘상문’이란 말이 불교의 출가수행자를 가리키는 가장 오래된 말이 된다.

‘상문’이나 ‘사문’은 모두 범어 ‘′sraman·a’가 중앙아시아에서 속어화한 형태인 ‘saman·a’에서 온 말로 추정된다. 중앙아시아에서 ‘saman·a’의 실제 발음은 ‘사만(saman)’이었을 것이고 이를 중국어로 음역(音譯)한 말이 ‘桑門’과 ‘沙門’이었을 것이다.

‘′sraman·a’를 의역(意譯)한 말 가운데 ‘勤息’이 있는데, 이는 ‘선법을 열심히 닦고(勤修) 악법을 없앤다(息滅)’는 뜻이니 당시의 중국인들이 사문을 어떤 사람으로 보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인도 문화의 맥락에서 보면 ‘사문’과 ‘승’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사문’이 다른 말로 ‘상가를 이끄는 자(sam·ghin)’로 불리었던 데서 알 수 있듯이 사문을 지도자로 삼아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동체가 바로 ‘상가’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중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사문이나 승이나 똑같이 도인(道人)으로 보였을 것이다.

본 뜻이 다른 말이 중국인들의 말 쓰임새 속에서 같이 어우러지면서 그 영향으로 지금까지 우리도 ‘사문’과 ‘스님’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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