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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 우월주의와 한국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의 불교학 연구가 세계 수준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바 있다. 최근에는 불교학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대안과 현대 불교학이 타파해야 할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제시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한국의 불교학계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불교학 연구가 한국불교 발전의 첩경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直指人心 見性成佛’만을 신봉

한국의 불교학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요인은 무엇일까? ‘깨달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선불교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스님은 물론 재가 불자들도 입만 열면 ‘직지인심 견성성불(直指人心 見性成佛)’을 외치고 있다. 이러한 선불교의 영향으로 돈오(頓悟), 즉 ‘단박 깨닫는다’는 생각이 불자들의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한국의 불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단어가 ‘성불(成佛)’이다. ‘성불하십시오!’라는 인사말이 보편화되어 있다. ‘성불’이란 말은 ‘부처를 이룬다’ 혹은 ‘부처가 된다’는 뜻이다. 이런 엄청난 말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많은 불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입으로는 모두가 부처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이것이 한국불교를 망치는 크나큰 원인이면서 또한 불교학 발전의 저해 요인이라고 본다.



재가불자에도 악영향 초래

선가(禪家)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한 마음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요, 한 마음 어리석으면 부처가 중생이다(一念悟卽衆生是佛 一念迷卽佛是衆生)”라는 최상승 법문이 함부로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단박에 깨달을 수 있다’는 생각은 절차와 순서를 무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기초가 부실하고, 과정이 중시되지 못하고, 오직 결과만 추구하는 풍조를 낳게 되었다. 대승불교에서는 직관(直觀)을 중요시한다. 특히 선불교에서는 돈오(頓悟)를 강조한다. 이러한 직관과 돈오를 강조하다보니, 분석과 단계적 수행인 점수(漸修)에 토대를 둔 불교학이 발붙일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불교학이 외면 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불교에 처음 입문하면 단계적으로 하나하나씩 배워 나가야한다. 그런데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당장 부처가 되겠다고 덤빈다.

하지만 학문에 있어서는 돈오가 있을 수 없다. 학문은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공부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테면 방정식을 모르면 미적분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학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일생동안 연구해도 일부분밖에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학문적 영역은 광범위하고 깊다. 그 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학문이 튼튼해야 한다. 그리고 어학적 능력이 뒤받침 되어야 한다. 그래야 학문적으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불교학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재가의 불교학자들이다. 그들은 생활인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연구에 종사할 수가 없다. 그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불교계에서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지 않으면 불교학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보면 출가자인 스님들이 불교학 연구에 종사하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런데 출가한 스님들이 불교학문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불교학은 재가불자가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출가자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죽을 때까지 이 일에 매달릴 수가 있다.



학문 천하게 여기는 풍토 만연

그런데 한국의 많은 스님들은 선(禪)우월주의에 빠져 학문을 천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풍조가 한국의 불교학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출가한 스님들이 긴 안목으로 일생동안 끈기 있게 한 분야에 매달린다면, 분명히 한국의 불교학은 크게 발전할 것이다. 불교학에 대한 스님들의 깊은 관심을 촉구하는 바이다.



마성 스님(마산 가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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