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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자동차와 자전거

기자명 최원형

자동차에 빼앗긴 도로를 자전거와 맞바꾸자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이토록 ‘간절하게’ 아름답다고 느끼던 때가 살면서 또 있었나 생각해본다. 미세먼지로 인해 연일 뿌옇게 흐리멍덩하던 하늘과, 창문을 꼭꼭 닫고 지내야 했던 경험들을 떠올려보면 요사이 이토록 청명한 하늘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생각해보면 선택지는 언제나 우리 손에 있었다. 파란 하늘아래서 살 것인지, 희뿌연 하늘 아래 갑갑한 마스크를 끼고 살아갈 것인지에 관한한.

배기가스는 열섬현상 등 원인
자동차 사망자도 연간 25만명
공공 자전거 시스템의 도입은
맑은 하늘과  공기 돌려받는 일

일 년에 딱 두 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제법 살만한 도시가 된다. 바로 추석연휴와 여름휴가 때다. 이번 추석연휴 동안에도 서울은 헐렁했고 고즈넉한 느낌마저 줬다. 이렇게 느끼도록 해 준 일등공신은 한산해진 도로 덕이었다. 차량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드니 거리의 소음도 줄었고, 공기도 한결 맑았다. 평소라면 걸을 엄두조차 낼 수 없던 길을 호젓하게 걷는 행운도 이번 연휴에 누렸다. 사실 차는 우리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임에 틀림없다. 축지법을 쓰듯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인간의 동력 없이도 기계와 에너지로 움직이는 일이 가능해졌으니 실로 대단한 발명품이다. 그런데, 자동차로 인해 정말 우리 삶이 편리해진 걸까? 우루과이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수탈된 대지’로 유명한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자동차를 보이지 않는 독재라 표현했다. 그는 ‘자동차와 가솔린을 생산하는 거대기업들에게 설복당해서, 우리는 자동차가 인간신체를 연장시켜주는 유일한 도구’라 믿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왜 ‘자동차가 인간신체를 연장시켜주는 유일한 도구’라 하지 않고 ‘도구라 믿게’되었다 했을까?

에두아르도는 시간 절약을 위한 기계인 자동차가 오히려 인간의 시간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우리에게 봉사하기 위해 태어난 자동차가 우리를 하인으로 만들고 있고, 우리는 자동차를 먹여 살리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한다고 표현했다. 자동차는 우리의 공간을 박탈하고, 우리의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단정 지어 얘기했다. 그가 했던 말 가운데 과연 부정할 수 있는 건 뭘까? 적어도 나는 그 어느 것도 부정할 수가 없다. 휴가 때나 출퇴근길에 꽉 막힌 도로 위의 차보다야 사람 걸음이 훨씬 빠른 건 당연한 일이고, 직선화된 도로가 아니면 자동차는 갈 수 없지만 인간의 발걸음에는 무수한 지름길과 샛길이 열려있다. 게다가 이동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어느 정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서 있으니 공간 박탈도 맞는 말이며, 공기 오염이야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고장 난 차를 버리고 새 차를 구입해야하고 세금, 보험료 등 자동차를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느라 우리는 시간을 지속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9월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이었다. 프라이부르크, 스트라스부르, 말뫼 같은 유럽의 도시뿐만 아니라 뉴욕의 맨해튼도 ‘차 없는 도시’로 방향을 전환하는 중이다.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의 속도를 터무니없게 낮춘다든가, 아예 차량 진입을 막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일고 있다. 공통점은 차량이 뿜어대는 배기가스로 인해 대기 오염, 도시의 열섬현상 같은 것들을 개선해보자는 거다. 자동차가 뿜어내는 배기가스로 보행환경역시 날로 악화되어갔다. 1999년 스페인의 폰테베드라에서 시작된 ‘차 없는 도시(Car Free Cityㆍ카 프리 시티)’캠페인은 이제 세계 도시들의 주요한 공공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단지 환경적인 측면에서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월드워치연구소가 내놓은 세계적 통계에 따르면 1985년 한 해에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최소 25만 명이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한 해에 그 정도로 죽지는 않았다고 한다. 독일의 경우, 1992년에 자동차로 죽은 사람이 마약 때문에 죽은 사람보다 5배나 많았다. 한 해에만 독일 자동차는 에이즈가 출현하고 10년 동안 그로 인해 사망한 독일인 전부를 합친 것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고 한다. 이런 통계를 앞에 놓고도 여전히 자동차는 우리 인간에게 편리함과 혜택을 주기 위해 탄생한 발명품이란 생각이 드는가?

그럼 자동차의 대안은 뭘까? 단순한 ‘걷기’ 말고도 ‘자전거’란 대안이 자동차보다 먼저 우리 곁에 와 있었다. 파리 전철역마다 눈에 띄던 공공 자전거 시스템이 우리나라 여러 도시에서 도입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기단계라 자전거 전용도로 부족, 시스템 사용법 이해에 따른 어려움, 대중교통과의 환승 등 해결해야할 과제들은 많으나 환영할 일이다. 자동차에게 빼앗겼던 도로를 자전거와 맞바꾸는 것은 파란 하늘과 맑은 공기를 돌려받는 일이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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