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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선원순례단] 육조 혜능선사의 발자취를 찾아서

  • 신행
  • 입력 2016.11.11 05:13
  • 수정 2016.11.11 05:49
  • 댓글 0

삭발수계도량 광효사·육용사··동화선사 등 참배…혜능 스님 등신불도 친견

의왕 청계사 108선원순례단은 사찰과 선원 등 108곳을 순례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특히 선원에서 수행하는 국내외 스님들이 은산철벽 뚫고자 하는 선의 향기 따라 순례하며 대중공양을 올리고 있다. 108선원순례단의 발자취를 지면에 기록한다. 편집자

삭발수계도량 광효사 시작으로
달마부터 육조 모신 육용사 등
2번째 해외순례는 중국 광저우
혜능 스님 등신불 예 갖춰 친견

▲ 청계사 108선원순례단이 중국 광저우로 봄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대만에 이어 두 번째 해외 나들이다.
청계사 108선원순례단이 중국 광저우로 봄을 찾아 나섰다. 지난해 대만에 이어 두 번째 해외 나들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는 인덕원에 모여 공항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탁소리에 맞춰 모두 합장을 하고 삼귀의, ‘반야심경’ 봉독 순으로 간단한 예불을 올렸다. 단원들의 목소리가 청아하게 신 새벽을 갈랐다. 몇 차례 태풍이 홍콩을 지나가고 있다는 뉴스에 가슴을 졸였지만 광저우의 하늘은 맑고 햇살은 뜨거웠다. 우리가 찾아 나선 봄은 육조 혜능선사의 발자취다.

광효사는 혜능선사의 삭발수계 도량이다. 대웅보전, 육조전, 세발천, 철탑, 비각 등 건축물들은 웅장하면서도 한편으로 치밀하고 요란스럽다. 예불을 마친 우리는 달마대사와 혜능선사의 흔적들이 배어 있는 경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절을 이어갔다. 탑돌이를 마친 우리는 서둘러 육용사로 향했다. 육용사는 1400여년이 된 선종의 고찰이다. 절 이름이 상징하듯 절 마당에는 여섯 그루의 용수나무가 있었다고 하는 데, 이제 네 그루만 남아 세월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혜능선사를 모신 육조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육조전 상단 양 옆으로 걸려있는 ‘일화오엽(一花五葉)’과 ‘조계법난(槽溪法亂)’이라는 편액이 눈에 뛴다. 한 송이 꽃, 달마의 깨달음이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선사로 이어져 다섯 송이 잎을 피우며 조계산 기슭에서 결실을 맺은 중국 선종의 역사를 한눈에 보는 듯하다.

이튿날 우리가 찾은 절은 동화선사다. 앳돼 보이는 비구니스님이 한국말을 하는 노보살 한 분과 함께 우리를 안내했다. 크기와 웅장함이 대만 불광산사를 떠올리게 한다. 6세기 영취사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이 절은 전쟁으로 폐사되었지만 지금 방장으로 계신 만행 스님이 절터에 동화선사를 복원 중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절 주변은 아직도 이곳저곳 불사가 한창이었다. 대웅보전에 들어서니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삼세불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한 폭의 담채화를 보는 듯 맑고 아름다웠다.

▲ 하얀 순례단 복장으로 통일한 우리는 어제 호텔에서 밤새도록 정성껏 준비한 공양물을 부처님 전에 올렸다. 우리 식의 목탁소리와 염불이 대웅보전에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우리는 서둘러 대열을 갖추었다. 육법공양 의식을 치루기 위해서다. 하얀 순례단 복장으로 통일한 우리는 어제 호텔에서 밤새도록 정성껏 준비한 공양물을 부처님 전에 올렸다. 우리 식의 목탁소리와 염불이 대웅보전에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노보살은 숙연히 치르지는 우리의 육법공양 의식이 신기한 듯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대웅보전 뒤 절 마당에 들어서니 벽면에 크게 쓰여 있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불교를 믿으려면 우선 나라를 사랑하고, 부처님 공부를 하려면 먼저 사람 노릇부터 잘하며, 도를 닦으려면 발심을 해야 한다.’ 동화선사 가풍이라 했다. 만행 스님 친견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갑작스런 상부의 부름으로 출타 중이었다. 대신 한 수좌스님이 예를 갖추어 순례단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공양 간으로 향했다. 수백명이 들어설 수 있는 큰 공간이었다. 중앙 공간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식탁 위에는 사발 두개와 젓가락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스님과 대중들은 이미 착석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공양게와 함께 간단한 의식이 치러졌다. 공양주스님들이 밥과 반찬을 들고 식탁을 돌며 배식을 시작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계속 식탁을 돌며 모자라는 반찬을 채워주고 있었다. 공양하는 매순간도 호흡과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수련의 한 과정인 듯 일체 말이 없고 고요만이 흘렀다.

수련관에서 참선을 하고 난 순례단 일행은 삼성동굴을 찾았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나 있는 이 토굴은 혜능선사가 머물었고 만행 스님이 3년간 폐관 정진했던 곳이다. 갑자기 주위가 숙연해 졌다. 차례대로 합장 하고 무릎을 꿇었다. 혜능선사의 맨 얼굴을 친견하는 듯 가슴이 뜨거워졌다. 맨 얼굴은 부처님 모습이고 그게 바로 우리 본래 모습이다. 혜능선사 말씀이다.

문득 맨 얼굴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졌다. 토굴에서 내려와 불당과 자재당을 지날 무렵 혜능선사의 등신불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노보살은 생불이 여기저기 있는데 굳이 등신불을 왜 찾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노보살은 그 동안 절 구석구석으로 혜능선사의 발자취를 따라 우리를 안내하며 부처님 법을 전했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높은 토굴까지 기꺼이 올라오는 성의를 보이고 참선도장에서는 선에 대한 시범을 직접 해 보이는 열정을 보였다. 그 신심과 열정은 일상인 듯 했다. 혜능선사도 물을 긷고 땔나무를 나르는 일상과 함께 부처님이 되었지 않았는가? 일상에서도 부처님 행을 따르면 그게 살아있는 부처님 아닐까. 노보살이 바로 생불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일었다.

혜능선사 등신불은 남화선사 조전에 있었다. 좌선한 채 열반한 법구에 옻칠을 해서 모신 것이다. 모두 혜능선사 등신불 앞에서 합장을 하고 한없이 서 있었다. 간단한 예불을 마친 우리는 비 내리는 경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순례단원 몇몇이 보리수 아래에서 나뭇잎을 줍고 있었다. 벌레가 갉아먹어 누런 자국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한 단원은 한지 사이에 나뭇잎을 끼우면 무늬가 너무 선연하고 아름다울 것이라며 나뭇잎에 묻은 흙을 털고 있었다. 남들이 더럽다고 외면하는 그 나뭇잎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왔을까? ‘화엄경’에서는 물이 맑아 달이 나타났지, 달이 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마음이 청결하니 부처님을 보게 되는 것이지 부처님이 오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나에게 있지 나뭇잎에 있는 게 아니다. 그 아름다움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귀국길에 홍콩의 청동 좌불상을 찾았다. 대형불상이 268계단 높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우리는 계단 중간에 다 함께 모였다. 셔터를 누르려는 데 자꾸 먹구름이 지나간다. 누군가의 입에서 광명진언이 흘러나왔다. 어느새 그 진언은 한 목소리가 되어 자연스럽게 울려 퍼졌다.

광명진언에 대한 화답일까? 구름은 어느새 걷혔다. 진언이 언제부터 이렇게 순례단 일상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일상과 함께 하는 것은 진언뿐만 아니다. 늘 기도를 하며 부처님께 다가가려는 간절함도 그렇고 보리수 나뭇잎을 가슴에 안고 어지러운 마음을 내려놓으려는 애절함 또한 그렇다. 물을 긷고 땔나무를 나르지만 단원들의 일상은 늘 부처님과 함께 한다. 한 송이 생생한 꽃이 되어 향기를 품는 주인공으로 살아가려는 그들이 바로 생불이다.

‘사찰의 깃발이 바람에 나부낀다면 움직이는 것은 깃발인가 바람인가?’ 혜능선사는 깃발도 바람도 아니고 바로 마음이라고 했다. 이번 순례에서 찾은 마음의 봄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갑숙(65·덕산) 108순례단원

[1367호 / 2016년 11월 1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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