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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하지 않게 쉼 없이 가는 인생의 지혜

  • 출판
  • 입력 2016.12.13 13:15
  • 수정 2016.12.14 11:08
  • 댓글 0

‘적당한 생활’ / 성행 스님 지음 / 모과나무

▲ ‘적당한 생활’
한 수행자가 쉬지 않고 열심히 수행했으나 진전이 없자 큰 실의에 빠졌다. 지혜의 눈으로 살피신 부처님께서 그를 불러 말했다. “너는 세속에 있을 때 거문고를 잘 연주했다고 들었다. 만약 거문고를 연주할 때 그 줄을 너무 조이면 어떻게 되는가?” “소리가 잘 나지 않고 잘못하면 줄이 끊어집니다.” “그렇다면 줄을 너무 늦추면 어떻게 되는가?” “줄이 너무 느슨해도 소리가 잘 나지 않습니다. 거문고를 잘 연주하려면 줄을 너무 팽팽하거나 느슨하지 않도록 잘 조율해야 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공부도 마찬가지다. 정진할 때 너무 조급하면 들뜨게 되고 너무 느슨하면 게으름에 빠진다. 그러므로 수행을 하려면 집착하지도 방일하지도 않아야 않다.”

‘적당한’은 ‘대충’ 아닌
중도를 지향하는 지혜
잠시 멈추고 둘러볼 때
참된 삶의 행복은 시작

‘잡아함경’ ‘거문고의 비유’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중도(中道)가 양극단을 버린 최상의 선택을 뜻하는 것이라면 ‘거문고의 비유’는 수행을 대하는 마음의 중도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거문고의 비유는 비단 수행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삶 또한 마찬가지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나치게 밀어붙이다 지쳐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무기력에 빠져 나태와 게으름으로 일생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거문고의 비유’는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의 방식인지를 조근이 일깨우고 있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적당한 생활’이라는 제목이 주는 뉘앙스가 묘하다. ‘적당한’이라는 ‘대충’의 뜻으로 읽히기 쉽다. 그러나 책을 제대로 읽고 나면 ‘적당한’은 곧 중도의 삶이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거문고의 비유’를 현대적으로 풀어놓은 생활의 지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저자 성행 스님은 20년 동안 복지와 봉사에 매진해 왔으며 교정교화 및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전문가다. 사진은 성행 스님이 불자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하고있는 모습.

저자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적당한’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정을 주는 일도 받는 일도 적당히 하라고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일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죽어라 노력하고서도 한 발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을 후회한다. 그래서 매일 열심히 뛰고 또 뛴다. 그러나 수시로 외치는 ‘더, 더, 더’의 절규 속엔 행복 대신 성공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남에게 뒤처지는 것은 인생의 실패라고 외치며 끝없이 밀어붙이는 세상은 그래서 누구 하나 행복하지 않다. 이런 때 ‘적당한’이 필요하다. ‘적당한’은 일단 멈추는 것이다.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남보다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멈추고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그래서 ‘적당한’은 정신없는 휘둘림에서 빠져나와 스스로를 자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것은 행복으로 향하는 첫 행로이기도 하다.

삶에서 젊은이들의 열정 못지않게 소중한 것은 오랜 인생 여정의 지혜로부터 우러나오는 여유로움이다. ‘적당히’는 이런 삶의 이치를 깨닫고 조금은 천천히, 그리고 느리지만 반드시 한발씩 내딛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이 바로 ‘적당한 생활’이며 지혜로운 삶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책은 66개의 가르침이 에세이 형식으로 담겨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나 또는 생활 속에서 느꼈던 소재들을 부처님 가르침에 기대 옛 그릇이 아닌 현대적인 삶의 그릇에 담았기에 이해가 쉽다. 저자 성행 스님은 20년 동안 복지와 봉사에 매진해 왔으며 교정교화와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어렵고 아픈 이웃들과 함께 한 오랜 삶의 현장의 작은 깨우침들을 알알이 글로 풀어냈기에 울림 또한 크다. 1만2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71호 / 2016년 12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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