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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승왕 달라이 라마 본지 단독 인터뷰

기자명 이학종

"불교는 현대 제반 문제의 해결대안"

법보신문은 불교언론사상 처음으로 달라이 라마 티베트 승왕을 직접 인터뷰했다. 달라이 라마 티베트 승왕은 지난 12일 오후 1시 인도 북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달람살라의 왕궁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법보신문이 티베트의 상황을 한국의 불교도와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달라이 라마 승왕은 "티베트와 티베트 불교는 현재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어려움의 원인을 해소하는데 한국의 불교도와 국민들이 큰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달라이 라마 티베트 승왕과의 일문일답.

-오는 11월 개최되는 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에서는 `판차실라(기본 5계)실천운동'이 대회 주요 이념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성하(성하˙His Holiness)께서는 판차실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현재 세계에는 많은 갈등과 다툼,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모두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판차실라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판차실라의 정신은 대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WFB활동은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입니다."

-티베트는 지난 59년 인도 북부 달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운 전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티베트와 티베트 불교의 부흥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의 불교도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겠습니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도움은 우리 티베트와 티베트 불교가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들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사람에게 올바로 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티베트 문화의 우수성과 티베트인들의 바람이 무엇인가를 세계에 알리는 일입니다. 이 일을 한국의 불교도와 세계 여러나라의 불교도가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 티베트인들은 세계가 티베트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티베트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티베트의 절박한 상황을 모르고 있습니다. 법보신문이 한국의 불교도와 국민들에게 티베트를 바르게, 그리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불교의 사회 참여, 즉 `참여불교(Engaged Buddhism)'에 대해 성하께서는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십니까?
"불교가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크게 신장되어야 할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사회복지, 교육, 건강, 노동, 인권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불교는 지금보다 더 활동적이 되어야 합니다. 6년전쯤 태국의 국왕을 만났을 때도 나는 이 점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환경 문제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당면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해 불교도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보십니까?

"환경 문제에 관한한 불교는 완전한 대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교도는 이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교도는 환경 문제를 생각할 때 부처님의 일생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다시피 부처님은 궁전이 아닌 무우수라는 나무가 있는 자연 속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부처님은 숲속에서 수행을 하시다가 보리수라는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으셨고, 열반에 드신 장소도 두 그루의 사라나무 아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나무, 즉 자연을 얼마나 좋아하셨는가를 생애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점을 보면 부처님은 훌륭한 생태학자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또 율장에 보면 스님들이 자라나는 나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가르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는 등 부처님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환경 문제의 해결방안은 불교의 기본적 철학체계인 연기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나의 존재와 자연의 존재가 둘이 아님을 연기를 이해하면 알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환경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물질문명의 만연이 주는 폐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불교적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류는 21세기를 맞는 이 시점에서 물질문명을 거의 최고조로 발전시키는데성공했습니다. 특히 서구 국가들의 물질문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신적 위기나 공황을 맞고 있습니다. 물질문명의 발전과 비례해서 정신적 황폐함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정신적 황폐화, 즉 정신문제가 인류의 가장 큰 과제로 등장할 것입니다. 따라서 인류는 정신을 계발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종교적인 영성을 계발하는 것이 현대의 제반문제를 해결하는 중심적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여러 종교들간에 일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종교의 일치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 세계에서는 종교간 갈등과분열, 충돌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닙니다. 중동지역에서는 심지어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하는 경우까지 있질 않습니까. 세계적 종교지도자로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성하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특히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만.

"네, 종교간의 화해와 상호존중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종교가 상호 신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하나의 종교만이 진리라고 주장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습니다. 종교 다원주의를 인정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나는 이런 경향을 좋은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서로 싸우는 일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하물며 불교도간에 종파가 다르다고 해서 다툼이 있다면 이는 잘못된 일입니다. 나는 앞으로도 서로 다른 종교들간에 조화와 이해를 가르치는데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불교도들 중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여전히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대한 경전에 다양한 형태의 불교가 병존하는데 따른 현상이 아닌가 합니다. 성하께서는 오늘의 불교도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부처님과 가르침, 즉 다르마와 상가에 귀의하는 것이 불교도들이 처음으로 가져야할 마음가짐입니다. 그런데 이 불법승(佛法僧) 삼보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다르마(法)입니다. 다르마는 최고의 지혜이자 남을 위한 마음을 내는 최고의 자비심입니다. 다르마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시길 `다르마는 모든 괴로움을 없애는 약과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불교도들은 다르마를 잘 배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이 다르마를 통해 모든 괴로움과 질병, 갈등, 모순, 잘못된 생각 등을 치유하는 길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티베트와 한국은 공히 대승불교를 수용하고 발전시켜온 나라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다소 차이가 있는 듯 합니다. 성하께서는 대승불교의 본질과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대승불교의 목적은 부처가 되는 것(成佛)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불은 무엇인가. 성불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와 지는 것입니다. 탐진치 삼독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부처의 근원은 바로 우리의 마음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 마음을 불성(佛性)이나 여래장(여래장)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언제나 마음 안에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승불교에서 중요한 것은 이 부처의 본성인 마음을 깨달은 동시에 이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한국 불교와 티베트 불교는 같은 대승불교로 자비의 실천이나 6바라밀의 실천이라는 공통적인 실천지침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가 통불교의 전통을 가지고 있듯이 티베트 불교도 소승, 대승의 보살승과 금강승 등 여러 가지 특성들을 많이 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법보신문의 독자들과 한국의 불교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해주십시오.
"얼마전 한국의 시사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언급을 한 바 있음니다만, 나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있는 삶일까에 대한 고민을 늘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자비심을 가지고 선(禪)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은 대승불교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자비를 행하는 것은 삶의 지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지혜중에서 으뜸되는 것은 공(空)을 인식하는 지혜입니다. 수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도 바로 자비심과 지혜입니다. 한국의 불교도들이 참다운 지혜의 눈으로 자비심을 실천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랜 시간 한국의 불교도를 위해 인터뷰에 응해 주신 것을 깊이 감사드립니다.


[달람살라=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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