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신동엽의 ‘새해 새 아침을’
46. 신동엽의 ‘새해 새 아침을’
  • 김형중
  • 승인 2017.01.17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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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자처럼 일구월심 소망해야
희망찬 새해를 맞이한다고 노래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眼窓)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修道者)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신동엽(1930~1969)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참여시와 민중시의 선구자이다. 1960년 4·19학생혁명에 의해 이승만 자유당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그동안 자신들도 알기 힘든 애매모호한 난해시를 쓰던 시인들은 민중의 힘과 위대함을 자각하면서 사회와 민족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학을 통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을 전개한다. 이것이 민중문학이고 사회 참여시이다.

1960년대 대표적 참여시인
불심 돈독한 시세계 드러나
“우리 내일은 이길 것” 역설


민족이 전쟁과 분단, 외세와 독재, 억압과 착취 속에서 허덕이는 현실이 이러한데 자연, 구름, 사슴 등을 노래할 수 없는 시기였다.

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이 가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아 ‘껍데기는 가라’는 시로 유명한 신동엽 시인의 ‘새해 새 아침을’ 소개하며 시인의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시인은 “새해 새 아침이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의 핵심 요지는 5연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眼窓)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修道者)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이다.

희망찬 새해 아침은 거저 오지 않는다. 달력의 마지막 12월 한 장을 떼어 낸다고 새해가 오는 것이 아니다. 새해 아침은 간절한 소망을 가진 사람만이 구도자처럼 일구월심 소망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염원하는 눈빛을 가진 사람에게 동쪽에서 찬란한 광채를 발하며 가슴으로 온다.

시인은 아름다운 눈을 가졌다. 그의 시 ‘빛나는 눈동자’에서 “그 아름다운 눈 너의 그 눈을 볼 수 있는 건 세상에 나온 나의, 오직 하나 지상(至上)의 보람이었다. …세속된 표정은 개운히 덜어버린, 승화된 높은 의지 가운데 빛나고 있는, 눈”이라고 노래했다.

평화와 자유도 전쟁과 대립 속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그래서 시인은 2연에서 “보라 발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하고 읊었다. 시인은 우리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한 평화주의자이다.

신동엽은 1961년 32세 때부터 명성여자고등학교(동국대학교 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의 전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다가 40세에 세상을 등졌다. 이 학교에서 38세에 ‘껍데기는 가라’고 하는 시를 썼다. 오페레타 ‘석가탑’을 드라마센터에서 상연한 불심이 돈독한 시인이다.

신동엽은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의 시에서 “가슴 태우며 한 가지 염원(念願)으로 행진”이라고 노래했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76호 / 2016년 1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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