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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지민 작가

기자명 김최은영

선한 마음, 선한 그림으로 담다

▲ 이지민 作 ‘연화도’.

미(美)의 사전적 의미는 ‘아름답다’이다. 그 외에도 ‘착하다’‘좋다’, 파생되어 ‘옳다’까지 해석이 가능한 단어다. 불교회화는 언제부턴가 전통적인 형상의 규칙만을 고수한 전통불화와 종교 형상을 벗어난 탈불화에 대한 심리적 경계가 자리한다. 그러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술의 시원은 종교적 경험과 깊이 연루되어 있으며, 최초의 예술은 주술적인 것과 종교의례 가운데의 노래와 춤, 그림 등의 혼합된 복합체로서 미지의 세계에 대응하는 삶의 한 방식으로써 잉태되고 태어났다.

진지하고 온전한 모사로
변하지 않는 재료의 진정성
간절함 마음 그림으로 표현

마찬가지로 현대 한국 미술계의 좁은 지형에선 폭넓은 작가군을 수용할 여력이 없고, 신진작가의 초기 작품 역시 대부분 작가 자신의 일상과 정체성, 시대 담론과 시각예술로 할 수 있는 사회적 행위가 주를 이룬다. 종교와 아름다움 자체만을 고민하며 화면을 구사하는 일은 오히려 보기 드문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지민의 작품들은 그런 의미에서 보기 드문 작품들이다. 이지민은 전통회화전공자로서의 일상을 택했다. 전공으로 수학한 불화의 진지하고 온전한 모사와 변하지 않는 재료에 대한 진정성, 나와 내 이웃을 위한 기도 같은 고민을 담박하게 자신만의 창작 회화를 통해 기술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시선과 감정을 멈추게 하는 풍경, 물건들을 그림에 담아냈다. 사찰의 단청, 연못의 연꽃, 좋은 뜻을 기리는 장신구 등이 그것이다.

비단에 전통채색과 금박으로 그린 ‘연화도’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작가적 시선을 파악하기 좋은 작품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또한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는 꽃이며 상징이다. ‘보요경(普曜經)’에서는 부처님께서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발자국을 걸으셨고, 그 걸음마다 아름답고 깨끗한 연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다양한 뜻과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마다 저마다의 감정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안개 속에 피어있는 연꽃의 신비로움을 금박과 석채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비단 뒷면에 금박을 붙여 금박 색이 앞면으로 은은히 비치게 하는 방법은 빛의 각도에 따라 보이는 느낌이 다르도록 계획한 것이다.

‘염원’ 시리즈 역시 전통회화 전공자가 아니면 쉽지 않은 역사의 소환이다. 낡은 말처럼 들리는 옛 장신구를 기억해 낸 이유는 사람을 아끼고 염원을 함께 기원하는 선(善)한 마음에서 기인한다. 이 글 서두에 나왔던 ‘미(美)’ 자의 다른 해석인 착한(善) 마음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지민은 노리개의 거죽에서 몸을 빌렸을 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장수를 의미하고 복을 주는 마음까지 얻어왔다. 누구나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모아 그림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품엔 공통된 주제어가 있다. 착한 마음을 아름답게 그린 것. 진·선·미·성(聖)의 통로와 경계, 그리고 종교와 예술의 궁극적 가치와 그 관계는 보다 내밀하고 복잡다단하겠지만, 우리가 오늘 이지민의 그림을 보며 얻어 가는 마음의 따뜻함과 눈의 충만한 아름다움은 영악하지 않아서 오히려 용감한 고백이다. 포장 없는 고백은 용기를 담보로 한다. 이 시대 미술계에게 바라는 신인의 포즈가 있다면 이지민 역시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아름답고 착한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이 신인작가의 면모 또한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뜨거운 미술현장을 살아낼 준비가 된 젊은 작가의 선언임이 분명하다.

미술평론가 김최은영 culture.solution@gmail.com
 

[1377호 / 2017년 1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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