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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은 먹거리문화로 시작

기자명 가섭 스님

매년 무자비한 살처분 반복
채식, 환경개선 및 질병예방

정초면 여지없이 찾아오는 고뿔로 며칠을 몽롱한 상태로 지냈습니다. 근육통을 동반한 지독한 감기라 신종 플루가 의심돼 검사를 받았지만 다행이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근육통은 여전히 일상생활을 거북하게 합니다. 일정이 많은 정초에 인후통증까지 겹쳐 건강한 모습으로 새해 축원을 올려야하는 주지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염불을 하다보면 온전해지는 목소리로 위로를 삼습니다.

누구나 쉽게 한번쯤 경험하게 되는 감기는 휴식을 통해 회복될 수 있지만 인플루엔자는 다릅니다. 병원에서 검진을 통해 확진되면 각별한 처방이 필요합니다. 합병증이 생길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병이 되기도 합니다. 전염성이 낮아지는 기간까지는 출입도 자제하고 휴식과 수면 등으로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의학의 발전만큼 더욱 강해지는 다양한 신종바이러스는 인간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작년 말부터 전국을 뒤덮은 조류인플루엔자(AI)는 2월 초까지 10개 도, 38개 시·군 339건 확진, 819개 농가에서 3281만 마리가 살처분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0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 살처분은 생각으로 짐작하기 어려운 인간중심의 생명파괴 결과입니다. 몇 년 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구제역 살처분은 엄청난 사회적 충격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구제역이 발생해 살처분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의심되는 소와 돼지의 일체 살처분은 에어졸 형태로 공기를 통해 전염될 가능성이 크고, 오염된 차량이나 물건을 통해서도 전파되기 때문에 그러한 충격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 발생할 경우 전량 살처분하는 이유를 전문가들에게 들어보면 “청정국 유지”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쇠고기, 돼지고기 등을 수출하려면 구제역, 돼지열병, 조류인플루엔자 등 치명적인 전염병이 없는 깨끗한 지역이란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백신을 주사해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중에라도 해당 가축을 도축하거나 살처분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결국 국내 구제역 대응정책이 살처분과 매몰에 집중하는 이유가 바로 청정국유지를 통해 수출국 지위를 유지한다는 것인데 수출은커녕 과도한 살처분으로 부족한 부분은 전량수입을 해야 하는 결과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무자비한 생명살상의 현실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나 대안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만 그 원인이 공장식 집중사육에 있다고 합니다.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장식 집중사육은 과도한 항생제 오남용으로 내성균이 발생하고, 일상적으로 사료와 음수에까지 호르몬제를 투여해 질병은 더욱 다양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육식중심의 먹거리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 가섭 스님
조계종 포교부장

 

엘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육식을 먹지 않으면 13만2400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고 5000ibs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고기 없는 월요일’이라는 채식위주의 식단을 주문하는 모임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성인병 주요원인이 육식중심의 식습관이기 때문에 채식중심의 식단은 환경개선뿐만이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조계종단에서도 “채식day 기부day”라는 일주일에 한 끼 채식하기 운동을 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이는 불교 생명관과도 부합하는 일입니다. 생명존중으로 자비실천의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므로 건강한 생명살림의 공동체로 거듭나길 기대하게 됩니다.

가섭 스님 조계종 포교부장 kasup@hanmail.net

[1379호 / 2017년 2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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