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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탐구 초중고 도덕 윤리교과서 5

기자명 마크 세튼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윤리교육

영국인으로써 왜 한국의 윤리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27년전 고등학교시절에 필자는 프로이트의 제자인 칼 융이 쓴 동양의 유교와 불교사상에 관한 저서를 읽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 당시 고등학생인 필자는 `서양에서는 과학기술문명을 동양에 많이 전달하였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서양 산업사회의 인간소외문제, 가족해체문제, 이기적 개인주의 문제'등에 대한 해결의 열쇠는 바로 동양사상에 있다고 느겼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나는 동양 사상을 공부하게 됐다.

필자의 아이들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녔을때 한국의 윤리 도덕교육이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한국 고등학교의《국민윤리》교과서를 살펴보고는 약간 실망을 했다. 그동안 세계 어느나라 못지않게 한국이 고유한 종교 문화를 잘 보존하고 지켜온 나라이기에 조상들의 윤리적 전통을 젊은 세대에게 잘 가르치는 나라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6˙25전쟁후 물밀듯이 들어온 서구 사상과 문화의 영향인지, 아니면 혼란과 격동의 과도기적인 현상인지 잘 알 수는 없으나 `눈에 보이지 않는' 조상들의 정신적 유산을 무시하고 있는것 같아 조금은 슬펐다.

예를 들면 윤리교과의 내용 가운데 동양윤리 내지 한국윤리를 서양윤리에 비해 너무 소홀히 취급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불교.유교 등 동양사상과 종교에 큰 감명 특히 서론에서 인간의 특성을 설명하는 부분은 내용의 90%이상을 서양철학사상에 의존하고 있다.

첫번째로 소개하는 특성은 사색의 힘이다. 인간은 사색의 힘이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이 만들어 낼 수 없는 수많은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와 세번째로 설명하는 특성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존재인데 라디오, 컴퓨터, 우주선 같은 도구뿐만 아니라 무형의 도구 즉, 제도 규정 관습까지도 사용할 줄 알기때문에 다른 동물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네번째는 `유희(遊戱)의 인간'즉,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존재이고, 다섯번째는 `사회적인 존재'이기때문에 복잡하고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국민윤리》교과서에서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차이를 5가지로 구분 설명하고 있지만 이것은 공자(孔子), 노자(老子), 그리고 율곡(栗谷)이나 다산(茶山) 정약용 등 다른 사람들이 주장해온 동아시아의 인간상(人間像)하고 전혀 관계가 없고, 단지 서양철학과 사상에서 만들어온 정의로만 그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고등학교 국민윤리 교과서 보고 '큰 실망' 그리고 좀 더 궁구(窮究)해보면, 이러한 특징들은 근본적으로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다른 동물사회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특징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고, 다만 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인간관에 큰 영향을 마친 유교의 사상은 인간을 높은 차원에 있는 동물로만 규정하고 있지 않다. 맹자(孟子)가 인간과 동물은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대단히 중요한 그 차이는 바로 윤리도덕성에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맹자에 의하면 누구나 어떤 아이가 잘못으로 우물속으로 떨어져들어가는 것을 발견했을 때 누구나 다 놀라면서 두려운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어린이의 부모와 교제를 맺기 위해서도 아니며 마을사람이나 친구들로부터 칭찬을 들으려는것도 아니며 구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었다고 원망하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에 의하면, 측은지심(惻隱之心) 즉 인간은 기본적으로 남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이러한 현상이생긴다는 것인데, 그러한 마음을 본격적으로 키워보면 인간으로서 제일 인간다운 도덕성 즉, 인(仁;어진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에 대해서 신경을 안쓰면 그대로 하나의 미완성된 싹의 상태로 머물것이고 완전히 무시하는 경우에는 거꾸로 오그라 들 수도 있고 또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동물들의 경우에는 자기 새끼가 위험한 상태에 빠지면 동정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자기 새끼가 아니거나 종족과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무자비하게 무시당하게 된다.

이러한 성선설 즉 인간의 본성을 착하다는 입장은 서구의 호모사피엔스(homosapiens)즉 `아는 인간'이라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인간관하고는 전혀 다른 두가지 성격이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인간이 `넓은 차원의 동물'즉 동물들보다도 도구를 잘 사용하고, 사회구조를 잘 마련할 수 있는 존재만 아니고 동물들하고 차원이 아주 다른 자기하고 관계가 없는 사람이나 동물에 대한 자비심(慈悲心)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윤리도덕성' 그리고 두번째는 이러한 경향은 인간의 계산적이고 논리적인 기능에 의한 것이 아니고 인간의 자발적이고 무의식적인 정서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나 한국의 철학에서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호모 사피엔스'즉 `아는 인간'보다도 오히려 `호모 모랄리스(homo moralis)'즉 `윤리적이고 동정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인간성의 본질인 측은지심은 불교의 자비심이고 노자도 자기가 제일 귀하게 여겼던 세가지 보물중에 하나로 `자비(慈悲)'를 들고 있는 이러한 사상들은 인간의 윤리 도덕적인 면을 조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국민윤리》교과서 서론의 인간의 특징이라는 마지막5%가 동아시아의 인간관을 설명하는 부분인데 이것은 다분히 서구적인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는것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인으로서 내가 객관적으로 한국의 윤리교육에 대하여 감히 제언하고자하는 것은 한국의 윤리는 한국의 사상과 정서로서 이해되고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잘못 해석되면 마치 양복을 입고 갓을 쓴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우리는 발견할 것이다. 잘 알고 있듯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고 그럴때 우리는 동서양 인간과 형성에 있어서 올바른 교류를 이룰 수 있을것이라 본다.한국의 국민윤리 교육의 방향은 바로 가장 한국적인것에 충실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필자 약력

마크 세튼(Mark Setton)
◆영국 태생
◆한국 성균관대 유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학위 취득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다산 정약용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 정신문화연구원 객원교수 역임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 한국학과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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