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대화를 듣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입이 어찌나 거친지 욕이 섞이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욕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혼자만 욕을 하지 않으면 ‘범생이’로 무시를 당하거나, 심하면 또래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5월9일 ‘장미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통령 후보 토론을 보면서 아이들 못지않은 정치인들의 험한 입에 국민들이 놀라고 있다. 아이들의 입이 험하게 변한 것은 정치인을 비롯한 어른들의 입이 과거에 비해 훨씬 험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검사출신의 한 후보는 거친 입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통령 후보로 나오기 전부터 막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에까지 나와 막말을 늘어놓은 것을 보며 우리 정치의 민낯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정치인이 막말을 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튀어보이고자 하는 전략에 따른 것 일수도 있다. 그러나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개울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듯이 막말은 상대 후보의 분노를 부르고 결국 함께 막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상황으로 몰고 간다.
사실 대통령의 언어는 나라의 품격을 재는 척도와 같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정치인이라면 정의롭고 진솔하며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법정 스님의 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품격 없는 막말은 자신의 천박한 인격만을 드러낼 뿐이며 실제로 협소하고 편협한 인격의 소유자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법구경’에 부재구중(斧在口中)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입안에 도끼가 있다”는 뜻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이 태어나면 입안에 도끼가 생겨나 몸을 동강 낼 수 있으니, 그것은 모두 나쁜 말 때문”이라고 경책했다.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들에게 국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밝힐 청사진을 들을 권리가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할 그런 후보라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대통령 후보들이 막말의 유혹에서 벗어나 정치지도자로서의 품격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88호 / 2017년 4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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