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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 포기, 자국민 압박 끝내라

기자명 신지견

우리 근현대사에 4월15일은 1919년 ‘제암리 학살사건’을 제외하고 별로 특별한 일이 없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이날 태어났는지 ‘태양절’이라 하여 뻑적지근한 생일잔치가 벌어졌다.

북한의 행사에 남한 종편방송들은 한술 더 떴다. 종일 김일성광장의 군사퍼레이드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군사정권 때는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천안문 광장이나 ‘중공군’ 표식이 실수로 지면에 조그맣게만 실려도 빨갱이로 몰리던 시절이 있었다. 제5공화국 때는 신문이나 잡지의 판형을 통째로 들고가 사전 검열을 받아야 했다. 이런 일들을 떠올리면 북한 행사를 보도하는 종편의 행태는 우리 언론이 그만큼 자유스러워졌다고 해야 할까, ‘퍼주기 정권’의 인과라고 해야 할까 싶다.

이명박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남북한 화해무드로 조성된 개성공단 수익으로 경제적 이익을 보고도 단교했다. 이후 김대중이 정부 덕에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며 ‘퍼주기 정권’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박근혜는 개성공단을 아예 폐쇄해 다시 적성국가로 만들어 놓았다.

불과 몇 년 사이 참 많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대표방송 KBS와 MBC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명박의 권력을 업고 종편을 만들어 ‘명박어천가’를 부르더니, 박근혜 정권 탄핵국면에서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를 똑같은 비중으로 방영해 교묘하게 싸움만 부추긴 듯했다. 대선국면으로 접어들자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문·안’을 대결국면으로 몰아 두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 양비론 비슷한 그들의 특기를 자랑한다. 동시에 연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쏟아내 ‘한반도 위기설’을 만들어갔다.

전에도 선거 때면 소위 ‘북풍’이란 것이 없지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김일성광장의 군 장비 위에 얼룩덜룩 국방색을 칠한 신무기를 보면 겁이 안 난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여기에 대응할 우리 안보의 논리적 근거가 무엇이냐 하는 것을 묻는다.

김신조가 폭발물을 가지고 숙정문 지근거리까지 침입한 것은 국방안보가 철통같다는 박정희 때 일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군대도 안 갔다 온 이명박 때 일이다. 이명박 정권의 총리 김황식,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 국정원장 원세훈은 군 미필자다. 박근혜는 여성이니 그렇다 치고,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도 군 미필자다. 입만 열면 ‘안보는 보수’라고 외치는 홍준표도 14개월짜리 단기사병이다.

이런 사람들이 ‘안보=보수’라고 큰소리치는데, 뭔가 고개가 갸웃거려지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 정권 때 한미동맹이 깨졌나? 노무현 정권 때 한미동맹이 깨졌나?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에서 병역의무를 빼먹은 이들이 국가안보를 미국에 기대고 있다. ‘안보=보수’라는 공식을 ‘E=mc2’의 공식만큼 확고하다고 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작품성 있는 영화, 국민교양프로그램 방영에 그리도 인색한 종편들, 대선정국에서 그 앵커 그 패널들이 날마다 늘어놓는 소리는 한마디도 귀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종편이 ‘트럼프가 북한을 폭격할 것’이라 하면서 ‘한반도를 위기상황’으로 몰아가 벌어진 상황은 아닐 것이다. 미국 부통령 팬스가 방한해 군 미필자 황교안 권한대행과 회담을 했다. 그리고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했다는데, 언제 한 번이라도 한미동맹이 굳건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던가. 팬스 미 부통령이 방한한 것은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는 워싱턴 특파원이 전한 외신과 함께 황교안 대행과 팬스 부통령이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귀에 딱 들어온 말이 하나 있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자국민 압박을 끝내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황교안 대행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라 팬스 부통령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전쟁은 권력자가 권력이 불안할 때 일으킨다. 미국이 평양을 포격한다면, 김정은이 너 죽고 나 죽자고 김일성광장에서 퍼레이드를 벌린 무기를 남한에 대고 쏘아댄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것이 된다. 국가안보는 우리의 생명줄이다.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들이 무엇으로 우리 생명줄인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인가.

신지견 소설가 hjkshin@naver.com
 

[1389호 / 2017년 4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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