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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상담 계환스님께 묻습니다 68-"'선도 생각하지 말라'니요"

기자명 계환 스님
  • 수행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질문-모든 종교는 그 나름대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을 가르치는 것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선도 생각지 말고 악도 생각지 말라'고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잘 납득이 가지를 않아 질문을 드립니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요.(김천시 모암동:김정호)

대답-질문하신 내용은 《육조단경》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즉 육조혜능(六祖慧能)스님께서 스승인 오조홍인(五祖弘忍)스님으로터 의발(衣鉢)을 전수받고 전법의 길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신수(神秀)스님의 제자인 혜명 스님이 의발을 빼앗고자 뒤쫓아 갔으나 곧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육조스님에게 법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육조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바로 `불사선불사악(不思善不思惡)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선악 그 어느쪽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은 바로 이 두가지를 다 초월하라는 의미입니다.

만약에 어떤 것은 인정하고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벌써 차별심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만을 주장한다면 자연히 악은 멀리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악인은 더욱더 구원받을 수가 없게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과 악, 흑과 백, 불의와 정의, 즐거움과 기쁨이라는 대립개념 속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고 판단하려고 하는 병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이 최상이라고 하는 신념과 악을 멸시하고자 하는 관념 사이에서 또다른 갈등을 일으키게 되지요.

물론 현실적으로는 선이 악보다 다분히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아무리 좋은 법일지라도 집착하면 곧 병이된다고 경계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저울은 어느 쪽이든지 무거운 데로 기울어지기 마련인데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이미 평행선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공존의 원리도 더불어 사는 삶의 균형도 다함께 깨어지고 맙니다.

따라서 선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전체를 수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결코 중도(中道)가 될 수도 없습니다. 중도란 두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 그렇다고 한가운데를 의미하는 것은 더욱더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다 쉽게 말하자면 가장 올바른 가치판단이 바로 중도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허공에 어떤 분별이 있습니까? 이 사람은 착하다고 받아들이고, 저 사람은 나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경우가 있는지요. 마치 허공이 일체 모든 것을 다 수용하여 차별함이 없듯이, 그 어느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불사선불사악의 가르침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계환 스님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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