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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참여불교 2-해방운동의 지향점은 '세간적 깨달음'

기자명 박경준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여기 초록해서 소개하는 '참여불교의 기원과 양상'의 필자 '크리스토퍼 S 퀸'은미국 오벌린대학에서 불교연구를 시작하였고 유니언신학교와 보스톤대학에서 종교철학과 종교현상학을 연구하였으며 지금은 하바드대학교 인문과학부에서 종교강의를 하는 한편 평생교육연구회의 회장도 맡고 있다. 참여불교에 관한 주요저서로는 '불교와 사회의 변천' '부디스트 리뷰' 등이 있다.

①참여 불교의 양상
1963년 사이공 거리에서 틱쾅툭 스님이 분신(焚身)한 것만큼 현대불교의 사회·정치적 특징을 강력하게 들어낸 사건은 최근에 없었으며, 이와 함께 다른 36인의 승려와 한 사람의 여신도가 분신을 감행하므로 해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그들의 고통과 저항의 메세지가 세계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지게 되었다.

억압적인 디엠정권을 붕괴시키는데 기여했던 불교운동의 젊은 지도자 틱낱한스님은-이러한 분신에 관하여-마틴 루터킹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압제자들에게 경고를 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당시 베트남 사람들이 겪고 있던 고통에 대해서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있었다고 하였다"고 하였다
틱낱한 스님은 베트남의 대승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비구계(比丘戒)를 받을 때수계자는 자신의 몸에 작은 불을 놓아 지계(持戒)를 맹세한다고 하였다. 극도의고통 속에서 행하는 지계의 서약은 수계자의 몸과 마음이 진지함을 철저하게 표현하는 것이며 따라서 소신공양(燒身供養)은 가장강한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

베트남과 미국인 사이의 상당한 공간과 문화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틱쾅툭 스님과 틱낱한 스님 등 베트남 사람들의 평화의 메시지는 상당수의 서구인을 감동시켰다.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사(修士)이며 작가인 토마스 머튼은 "자본주의와공산주의 사이의 추악한 힘겨루기 속에서 멸망하지 않으려는 조국의 노력에 스스로 적극적인 참여를 해야 한다고 깨달은 승려들은 국민을 대표하여, 끊임없이 비참한 충격을 동양에 안긴 근대서양문명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롭고 '참여적인 불교'를 역설하게 되었다"고 회고하였으며 사이공 스님들의 분신 이후 30년이지난 지금, 수천 명의 미국인이 불교로 개종하거나 틱낱한이 제창한 참여불교의가르침을 따르고 있다.

불교인들의 목소리와 불교운동이 오늘의 세계무대에 상당수 등장하고 있다. 유명한 예는 노벨상 수상자인 티베트의 14대 달라이 라마와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라고 할 것이다. 1959년 중국이 침공한 이후, 중국정부의 티베트인에 대한 조직적인 억압은 화해와 광복을 향한 지칠 줄 모르는 달라이 라마의 노력을 '참여불교'의 한 전형으로 만들어 주었다. 마찬가지로 불교신도인 아웅산수지가 자택에연금된 상태에서 치러진 1989년의 민주적인 선거를 통하여 국가지도자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보여준 굳은 용기는 불교적 비폭력 저항의 또 다른 사례라고 할 수있다.

이 보다는 덜 알려진 운동과 그 지도자를 통해서 사회적 참여불교의 의미를 정의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인도의 인권지도자이며 정치가인 암베드카르 박사가 이끄는 도시경제개발과 대중종교부흥을 위한 계속적인 노력의 결과1956년이래 수백만의 인도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 집단적으로 불교로 개종하였다.스리랑카에서는 8천 개의 마을과 30만 명의 지원자가 참여한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운동(자원봉사를 통한 모든 사람의 깨달음 운동)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불교의 도시개발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아시아의 여성 불교인들이여성에 대한 완전한 수계의식을 부활시키려 하고 비구니종단을 다시 건립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것도 참여불교를 남녀평등을 향한 전세계적인 노력과 연결시킬 수 있는 점이다.

이미 고인이 된 태국의 붓다다사 스님은 50권 이상의 종교 주석서와 사회논평을 남겼고 수천 명의 순례자, 학생, 초교파적인 공동체 지도자, 현지의 승려, 평신도인 일반직업인이 참가한 사원명상훈련회의소 '수안 모크'(해방의정원)을 설립한 참여불교의 최고 철학자이다. 붓다다사의 문하에 있던 태국의 평신도 시바락사는 국제참여불교인조직망 등, 평화와 지역발전, 초교파적대화를 위한 대중자원단체를 조직하였고, 논설과 '사회적 참여불교' '평화의 씨'등의 저술을 하였다. 이 두 사람은 역시 틱낱한 스님과 달라이 라마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불교교리에서 연상할 수 있는 인간의 고통, 지혜, 연민, 그리고 해방이라고 하는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하였다.

일본의 평신도운동인 창가학회는 이와 다른 점이 있다. 창가학회운동이 일본사회의 정치·경제·교육·문화의 영역에 활발하게 참여하였고 정신적 행복만이 아니라 물질적 행복(이 두 가지는 다른 참여불교에 있어서도 공통된 이념이다)에대해서도 일관되게 옹호하였다. 50년이 안되는 동안에 회원을 일본 안에서 8백만, 1백20개 나라에서 1백26만을 확보하였음에도 일부 불교전문가나 불교학자들은 이 운동이 서남아시아 지역의 해방운동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창가학회가 일본의 제3정당인 공명당과 연관을 갖고 있는 점과 다른 불교 종파와그 수행을 인정하지 않는 점이나 최근 정통파인 일련정종 승려들과의 역사적 유대관계를 끊은 사실은 세계불교 정신과의 적합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였다.

1963년의 사이공 거리를 먼저 거론하면서 우리는 전쟁과 폭력, 그리고 막강한권력의 간섭에 둘러싸인 민중운동과 해방전선의 세계로 들어갔다. 개발도상국가나 강대국 접경의 국가는 총격과 차량폭탄과 기근에 의한 죽음을 늘 직면하고 있어야 했다. 이러한 사실은 여러 세대에 걸쳐 해방신학이나 종교부흥운동을 무수히 만들어냈다. 그러나 현실의 종교는 사회적 조화를 보장해주지도 못하였고 폭력을 줄이지도 못하였다. 실제로 종교는 광신자와 폐쇄적인 공동체에 의해서 구현될 경우, 긴장을 고조시키고 새로운 적개심을 유발시키며 상대방과 서로의 차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만든다.

아쉽게도 불교인들은 지역적이거나 국제적인 분쟁의 해결을 위해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는 다른 종교인들과 비교도 안된다. 다른 종교의 신봉자들과 마찬가지로, 불교인들도 공개성명을 발표하거나 비폭력적으로 개입하고, 심지어는 제한적이나마 폭력을 사용하는 등, 때로는 집단행동을 추구하면서 임시방편으로 지역문제에 반응해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흔히 그렇듯이 불교인들도 사회변화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미진했거나 실패하였다.

이러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참여불교인들은 세계평화를 끊임없이 주장하는 행동가들이었다. 달라이 라마의 저술에 보이는 정신적 수행과 정치적 실천의 결합을통한 '내면의 평화와 세계의 평화'라고 하는 주제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현대 참여불교의 두드러진 특징이 되고 있다.

스리랑카 도심의 교차로에 불상이 서있고 거의 모든 중산층의 가정에 불상이나불교의 장엄구(莊嚴具)와 불교지도자의 조각과 사진이 있는 풍경은 "불교가 세간속으로 등장하는 것을 상징하는 공간적 이동"이라고 말한 오베예세케레는 ①변화에 힘을 실어주고 따라야 모범이 되어 새로운 종단의 상징이 될 수 있는 지도자의 등장이며 ②특히 세속적인 것에 대한 금욕을 정치·사회적 목적의 달성으로전환시킨 역할의 이동이며 ③유일신적 광신(狂信)이나 의식주의와 같은 토속종교적 요소에 대한 불신을 포함한 종교적 삶의 합리화, 그리고 교육과 정숙한 생활을 통한 정신적이며 도덕적인 발전에 대한 강조라고 분석하였다. 아시아 불교해방운동의 많은 지도자들은 이러한 요소들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세련된 승려교육을 받은 달라이 라마와 콜롬비아대학과 런던대학에서박사학위를 받은 암베드카르의 경우, 또 참가학회가 교육개혁운동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정규교육이 참여불교의 기원에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는것을 알 수 있게된다.

누군가에게 국가주석으로서의 제도적이고 세속적인 의무(달라이 라마)가 부여되거나 내각의 장관·정당의 지도자·연방의 변호사(암베드카르), 그리고비정부단체의 최고 관리자라는 직책이 주어지면 그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심리적·이념적 역할변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지도자들이 연설과 저술을 통해 계획하고 나타내려 했던 '해방'이라는것은 언제나 전통적인 불교교리에 대한 그들 자신의 이해에 기반을 두고있다. 특히 무아(無我), 연기(緣起), 오온(五蘊), 사성제(四聖諦), 불이(不二), 공(空)등의 교설이 그 바탕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전통적인 불교교리를 어떻게현대에 적용할 있는가에 대해서 창조적인 방대한 양의 저술을 하였다. 암베드카르의 《붓다와 그의 가르침》은 불교로 개종한 불가촉천민들에게는 일종의 불교성전으로 이해되고 있다. 인류학자인 클리포드 기어츠는 전통적인 문화에서 종교적 변화의 특징으로 성전주의(聖典主義)를 꼽고 있다. 그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전통의 가르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한 전통에대한 관심은 현대적 문제의 관점에서 고대의 가르침을 재해석하기 위한 것이며-재해석된-모든 의미들은 이 세상의 물질적·정신적·사회적 제약을 초월할 수 있는 종교적 해방에 대한 궁극적인 약속과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현대 아시아의 사회적 참여불교에서는 그들이 추구하고 있는 해방을'세간적 깨달음'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것은 개인은 물론 마을·국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하는것으로 금생에 이 세상에서 알 수 있고 얻을 수 있는 목표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운동 참가자들은 불교사상에 기초한 사회를 이룩하고지혜와 행복과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 이외에 해방을 얻기 위하여 반드시 환경·물·의류·식량·주택·건강·통신·연료·교육·문화설비·종교시설 등 '열 가지 기본적인 욕구'에 자유롭게 접근하는데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것들은 사회변화의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을 균형 있게 해주는 것으로서 불교의 '중도'개념의 현대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책임번역 : 박경준 /동국대 교수·불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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